[천자칼럼] 리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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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목은 남들이 지나친 것을 남다르게 볼 수 있는 힘이다. 드러나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응시하는 내공이다. 일상의 단순함 속에서 가장 아름답고 거룩한 것을 찾는 능력이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말이다. 그는 청년 시절부터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예술에 대한 안목을 키웠다.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면 작품이 좋아도 외면한 아버지 이병철 창업주와 달리 명품이면 값을 따지지 않았다. “특급이 있어야 컬렉션의 위상이 올라간다”는 게 지론이었다.
2020년 4월 유족이 대규모 미술품을 기증하면서 드러난 ‘이건희 컬렉션’은 방대한 규모와 높은 수준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겸재 정선과 이중섭, 김환기 등 한국 작가 외에도 파블로 피카소, 클로드 모네, 오귀스트 로댕, 마크 로스코, 로이 리히텐슈타인, 앤디 워홀, 데이미언 허스트 등의 수백억원이 넘는 명품이 즐비했다. 미국 석유왕 ‘록펠러 컬렉션’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로 세계 5대 미술관을 열 수 있을 정도란 말이 나왔다.
1997년 이 전 회장은 자신의 컬렉션을 전시할 미술관 터를 물색했다. 경복궁 동편의 송현동 부지가 눈에 들었다. 미국 대사관으로부터 땅을 사들이는 데 성공했으나 곧 외환위기가 터졌다. 환율이 뛰어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부지를 지켜냈으나 개발 허가가 나지 않았다. 결국 송현동 미술관 꿈은 접어야 했다. 이후 한남동 자택 주변의 땅을 조심스럽게 조금씩 사들였다. 알박기 우려 때문이었다. 그렇게 어렵게 사 모은 부지에 2004년 리움미술관을 열었다.
리움미술관은 컬렉션뿐 아니라 건축물 자체만으로도 개관 때부터 화제였다. 한 명도 모시기 어려운 세계적인 스타 건축가 3명(마리오 보타, 렘 쿨하스, 장 누벨)이 한 동씩 3개 동을 지었다. 삼성이 아니면 꿈꾸기 힘든 프로젝트였다. 일본 총리의 부인 기시다 유코 여사,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 회장 등 VIP들이 빡빡한 방한 일정에도 리움을 찾은 이유다.
이 전 회장의 회한이 서린 송현동에 2027년 이건희 컬렉션을 전시하는 ‘이건희기증관’이 들어선다. 결국 꿈이 이뤄진 셈이다. 리움미술관과 이건희기증관은 한국이 한 단계 더 높은 문화강국으로 가는 기념비적 이정표다.
전설리 논설위원 sljun@hankyung.com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말이다. 그는 청년 시절부터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예술에 대한 안목을 키웠다.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면 작품이 좋아도 외면한 아버지 이병철 창업주와 달리 명품이면 값을 따지지 않았다. “특급이 있어야 컬렉션의 위상이 올라간다”는 게 지론이었다.
2020년 4월 유족이 대규모 미술품을 기증하면서 드러난 ‘이건희 컬렉션’은 방대한 규모와 높은 수준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겸재 정선과 이중섭, 김환기 등 한국 작가 외에도 파블로 피카소, 클로드 모네, 오귀스트 로댕, 마크 로스코, 로이 리히텐슈타인, 앤디 워홀, 데이미언 허스트 등의 수백억원이 넘는 명품이 즐비했다. 미국 석유왕 ‘록펠러 컬렉션’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로 세계 5대 미술관을 열 수 있을 정도란 말이 나왔다.
1997년 이 전 회장은 자신의 컬렉션을 전시할 미술관 터를 물색했다. 경복궁 동편의 송현동 부지가 눈에 들었다. 미국 대사관으로부터 땅을 사들이는 데 성공했으나 곧 외환위기가 터졌다. 환율이 뛰어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부지를 지켜냈으나 개발 허가가 나지 않았다. 결국 송현동 미술관 꿈은 접어야 했다. 이후 한남동 자택 주변의 땅을 조심스럽게 조금씩 사들였다. 알박기 우려 때문이었다. 그렇게 어렵게 사 모은 부지에 2004년 리움미술관을 열었다.
리움미술관은 컬렉션뿐 아니라 건축물 자체만으로도 개관 때부터 화제였다. 한 명도 모시기 어려운 세계적인 스타 건축가 3명(마리오 보타, 렘 쿨하스, 장 누벨)이 한 동씩 3개 동을 지었다. 삼성이 아니면 꿈꾸기 힘든 프로젝트였다. 일본 총리의 부인 기시다 유코 여사,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 회장 등 VIP들이 빡빡한 방한 일정에도 리움을 찾은 이유다.
이 전 회장의 회한이 서린 송현동에 2027년 이건희 컬렉션을 전시하는 ‘이건희기증관’이 들어선다. 결국 꿈이 이뤄진 셈이다. 리움미술관과 이건희기증관은 한국이 한 단계 더 높은 문화강국으로 가는 기념비적 이정표다.
전설리 논설위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