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어닝 쇼크' 아모레퍼시픽, 저가 매수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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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 집중탐구
부진했던 중국인 수요, 2분기엔 살아날까
서구권 등 중국 외 수출 가파른 성장 돋보여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온전히 반영된 1분기 화장품 기업 아모레퍼시픽의 실적은 처참했습니다. 국내에선 면세점 채널 매출, 해외에선 중국 지역 매출이 각각 부진했습니다. 결국 중국인들이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을 안 샀다는 거죠.
그러나 증권가는 아직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고 있습니다. 실적이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를 크게 밑돈 ‘어닝 쇼크’를 기록했는데, 잠정실적 발표 이후 지난 9일까지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를 낮춘 증권사는 DB금융투자 한 곳뿐입니다. 어닝 쇼크가 점쳐지던 실적 프리뷰(전망) 시즌에도 교보증권, 키움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만 목표주가를 소폭 하향조정했고요.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분석을 내놓는 증권사 12곳 중 3분의1만 1분기 어닝 쇼크에 의미를 부여한 겁니다. 성장의 발판이었던 중국에서의 판매가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아모레퍼시픽에 대해 ‘믿는 구석’이 뭔지, 1분기 실적에서부터 뜯어보겠습니다.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판매 감소가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이유입니다. 우선 중국 법인이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해외 사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7%와 37% 감소했습니다. 애널리스트별로 차이는 있지만 중국법인의 매출이 1년 전보다 40% 이상 줄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5%와 62% 감소한 국내 사업의 부진의 배경도 중국인 구매 감소입니다. ‘따이공’이라 불리는 중국 보따리상이 매출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면세점 채널 매출이 작년 1분기 대비 절반 이상, 중국인의 ‘직구’가 많았던 이커머스 채널 매출이 20% 가량 각각 쪼그라들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1분기 잠정실적 발표 직후인 지난 3일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6.40% 급락했습니다.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쏟아낸 213억원어치와 102억원어치 매물을 개인이 받아냈습니다. 이후 3거래일동안 기술적 반등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지난 9일엔 11만58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실적 부진으로 급락한 지난 3일 종가보다 300원 올랐을 뿐입니다. 이미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4월 하순께 한 차례 급락세를 탄 바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하기 앞서 외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 발언에 크게 반발한 중국과 우리 외교당국의 갈등이 고조되면서죠.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윤석열 대통령 발언을 두고 “말참견”이라는 거친 표현으로 항의한 지난달 20일부터 25일까지 4거래일동안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15.01% 하락했습니다.
아모레퍼시픽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판매촉진 비용을 구조조정하는 한편, 고가 브랜드의 리뉴얼에는 마케팅비를 아끼지 않는 등 안간힘을 쓰는 중이죠.
우선 중저가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오프라인 매장을 폐점하고 온라인 판매에 주력해 수익성을 높여나가고 있습니다. 적자에 허덕이던 이니스프리 브랜드는 전략을 바꾼 뒤 흑자로 전환했죠.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이니스프리의 중국 내 이커머스 매출 비중은 80%대로 성장 중”이라고 전합니다.
고가 브랜드인 설화수는 리뉴얼 효과가 기대됩니다. 지난 3월 대표 제품인 ‘윤조에센스’ 6세대를 출시한 뒤 중국 내에서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고 합니다. 조소정 키움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중국 화장품 브랜드 시장 내 마케팅 경쟁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며 “2분기 아모레퍼시픽 중국 법인의 비용이 일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는 브랜드력 강화를 위한 투자이기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합니다.
설화수 브랜드 리뉴얼 효과에 더해,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면서 아모레퍼시픽의 실적도 2분기부터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습니다. 박은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1분기 아모레퍼시픽 제품의 중국 수요 부진의 이유 중 하나로 “중국 리오프닝 과정에서 나타난 브랜드 회복의 속도 차이”를 꼽았습니다. 시차를 두고 중국 수요가 회복된다는 겁니다.
에프앤가이드에 집계된 아모레퍼시픽의 2분기 매출 컨센서스는 1조127억원,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656억원입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7.08% 늘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다만 허제나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사업부의 실적 저점 통과와 함께 설화수 브랜드 리뉴얼 효과를 확인하고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합니다. 그는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목표주가를 16만원에서 14만원으로 각각 낮췄습니다.
하누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국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자”고 말합니다. 그는 “(면세점으로 따이공 유치를 위한) 송객수수료율 인하, 왕홍(중국의 인플루언서) 및 따이공의 위축, 브렌드력 약화, 채널 효율화 등은 모두 (중국 사업의) 구조적 위협 요인”이라면서 “수익성 개선이라는 방향은 맞다. 매출 비중의 중국 축소와 서구권 확장으로 구성 요소가 바뀌었을 뿐”이라고 분석합니다.
그러면서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중이 2021년 62.2%에서 올해 17.5%로, 서구권은 2.5%에서 21.6%로 각각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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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진했던 중국인 수요, 2분기엔 살아날까
서구권 등 중국 외 수출 가파른 성장 돋보여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온전히 반영된 1분기 화장품 기업 아모레퍼시픽의 실적은 처참했습니다. 국내에선 면세점 채널 매출, 해외에선 중국 지역 매출이 각각 부진했습니다. 결국 중국인들이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을 안 샀다는 거죠.
그러나 증권가는 아직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고 있습니다. 실적이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를 크게 밑돈 ‘어닝 쇼크’를 기록했는데, 잠정실적 발표 이후 지난 9일까지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를 낮춘 증권사는 DB금융투자 한 곳뿐입니다. 어닝 쇼크가 점쳐지던 실적 프리뷰(전망) 시즌에도 교보증권, 키움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만 목표주가를 소폭 하향조정했고요.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분석을 내놓는 증권사 12곳 중 3분의1만 1분기 어닝 쇼크에 의미를 부여한 겁니다. 성장의 발판이었던 중국에서의 판매가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아모레퍼시픽에 대해 ‘믿는 구석’이 뭔지, 1분기 실적에서부터 뜯어보겠습니다.
외교 갈등 와중에…중국 수요 부진 확인된 1분기 실적
아모레퍼시픽은 1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57% 감소한 9137억원, 영업이익은 59.24% 줄어든 644억원을 각각 기록했습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잠정 실적 발표 직전에 집계된 컨센서스를 각각 12.31%와 25.53%를 밑돌았습니다. 그나마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잠정 실적 발표 직전 한달 동안 1050억원에서 865억원으로 17.62% 하향된 집계치였습니다.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판매 감소가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이유입니다. 우선 중국 법인이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해외 사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7%와 37% 감소했습니다. 애널리스트별로 차이는 있지만 중국법인의 매출이 1년 전보다 40% 이상 줄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5%와 62% 감소한 국내 사업의 부진의 배경도 중국인 구매 감소입니다. ‘따이공’이라 불리는 중국 보따리상이 매출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면세점 채널 매출이 작년 1분기 대비 절반 이상, 중국인의 ‘직구’가 많았던 이커머스 채널 매출이 20% 가량 각각 쪼그라들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1분기 잠정실적 발표 직후인 지난 3일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6.40% 급락했습니다.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쏟아낸 213억원어치와 102억원어치 매물을 개인이 받아냈습니다. 이후 3거래일동안 기술적 반등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지난 9일엔 11만58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실적 부진으로 급락한 지난 3일 종가보다 300원 올랐을 뿐입니다. 이미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4월 하순께 한 차례 급락세를 탄 바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하기 앞서 외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 발언에 크게 반발한 중국과 우리 외교당국의 갈등이 고조되면서죠.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윤석열 대통령 발언을 두고 “말참견”이라는 거친 표현으로 항의한 지난달 20일부터 25일까지 4거래일동안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15.01% 하락했습니다.
중국서 판촉 줄이고 브랜드 마케팅에 집중
외교 문제가 불거지고 아모레퍼시픽과 화장품 대장주로 꼽히는 LG생활건강이 부진한 실적을 내놓기 전부터도 중국 내에서 한국 화장품의 경쟁력이 지적돼왔습니다. 유럽의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와 경쟁력을 키운 중국 현지 화장품 기업 사이에 한국 화장품이 끼어 있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중국 젊은 층 사이에서 ‘애국소비(궈차오)’ 트렌드와 맞물려 한국 화장품이 더 어려워진 측면도 있습니다.아모레퍼시픽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판매촉진 비용을 구조조정하는 한편, 고가 브랜드의 리뉴얼에는 마케팅비를 아끼지 않는 등 안간힘을 쓰는 중이죠.
우선 중저가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오프라인 매장을 폐점하고 온라인 판매에 주력해 수익성을 높여나가고 있습니다. 적자에 허덕이던 이니스프리 브랜드는 전략을 바꾼 뒤 흑자로 전환했죠.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이니스프리의 중국 내 이커머스 매출 비중은 80%대로 성장 중”이라고 전합니다.
고가 브랜드인 설화수는 리뉴얼 효과가 기대됩니다. 지난 3월 대표 제품인 ‘윤조에센스’ 6세대를 출시한 뒤 중국 내에서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고 합니다. 조소정 키움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중국 화장품 브랜드 시장 내 마케팅 경쟁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며 “2분기 아모레퍼시픽 중국 법인의 비용이 일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는 브랜드력 강화를 위한 투자이기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합니다.
설화수 브랜드 리뉴얼 효과에 더해,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면서 아모레퍼시픽의 실적도 2분기부터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습니다. 박은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1분기 아모레퍼시픽 제품의 중국 수요 부진의 이유 중 하나로 “중국 리오프닝 과정에서 나타난 브랜드 회복의 속도 차이”를 꼽았습니다. 시차를 두고 중국 수요가 회복된다는 겁니다.
에프앤가이드에 집계된 아모레퍼시픽의 2분기 매출 컨센서스는 1조127억원,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656억원입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7.08% 늘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다만 허제나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사업부의 실적 저점 통과와 함께 설화수 브랜드 리뉴얼 효과를 확인하고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합니다. 그는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목표주가를 16만원에서 14만원으로 각각 낮췄습니다.
미국·유럽 등 서구권 시장이 중국의 대안 될까
중국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시장으로의 수출에 주목하자는 의견도 눈길을 끕니다. 매출 비중이 큰 중국의 부진에 가려졌지만, 아모레퍼시픽의 해외사업부의 1분기 실적을 고성장세를 보였거든요. 작년 말 인수한 미국 브랜드 ‘타타 하퍼’의 실적이 더해진 영향으로 아모레퍼시픽 미국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0% 이상,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사업 매출은 90% 이상 각각 성장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하누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국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자”고 말합니다. 그는 “(면세점으로 따이공 유치를 위한) 송객수수료율 인하, 왕홍(중국의 인플루언서) 및 따이공의 위축, 브렌드력 약화, 채널 효율화 등은 모두 (중국 사업의) 구조적 위협 요인”이라면서 “수익성 개선이라는 방향은 맞다. 매출 비중의 중국 축소와 서구권 확장으로 구성 요소가 바뀌었을 뿐”이라고 분석합니다.
그러면서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중이 2021년 62.2%에서 올해 17.5%로, 서구권은 2.5%에서 21.6%로 각각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