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광명시의 '인생 출판소'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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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사진·자서전에 담은 내 삶의 소중한 순간…
지역내 노인복지관 3곳서
14주 과정 프로그램 운영
자서전 쓰고 납골당 찾으며
'남아있는 삶' 함께 준비
지역내 노인복지관 3곳서
14주 과정 프로그램 운영
자서전 쓰고 납골당 찾으며
'남아있는 삶' 함께 준비


이날엔 2회차, ‘소중한 나의 인생순간’ 수업이 이뤄졌다. 이들은 차곡차곡 갈무리해둔 옛 사진 중 자서전 앞쪽에 실릴 2장씩을 골랐다. 제목을 정하고 그 순간이 언제인지, 어디서 누구와 함께했는지, 이 장면을 왜 지금 기록해야 하는지 이유를 써내려갔다.
이 순간들이 인생의 ‘화양연화(花樣年華)’였던 이유는 다채로웠다. 전 할머니는 돌아가신 어머니와 함께 유치원 앞에서 찍은 사진을 꺼내며 “유치원 기린반 선생님으로, 학부모들에게 ‘선생님반에 아이를 보내고 싶어요’라고 인정받던 시절”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돌아가신 어머니도 아이들을 너무 예뻐하시고 교실을 방문해 간식을 주곤 하셔서 인기가 더 좋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제주 유채꽃밭에서 찍은 사진을 꺼낸 한 할머니는 “등쌀이 유독 심했던 시어머니와 함께 간 여행이어서 사진 속 나는 웃고 있지만, 속으론 울고 있었다”며 “고달팠지만 건강했고 꿈 많던 젊은 날의 내 모습”이라고 표현했다. 바쁘던 회사 일을 잠시 내려놓고 짬을 내 떠났던 가족여행의 한순간이나 먼저 떠나보낸 강아지와의 추억을 꺼낸 이도 있었다. 사진을 함께 넘겨 보던 이들은 “인생의 황금기가 있었기에 지금의 자손들이 있다” “삶을 충실히 살아낸 우리가 참 대견하다”며 서로 다독였다.
광명시립 소하종합노인복지관은 2021년부터 이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삶을 간직하고, 나와 가족에게 남길 말을 글쓰기를 통해 정리해보자는 취지다. 참가자들은 납골당에 방문하고, 영정으로 쓰일 ‘인생사진’도 찍어둔다. 복지관은 연명치료 여부를 미리 결정해 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법도 안내하고 있다.
광명시는 초고령 사회를 맞아 시민이 존엄성 있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중요한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로 보고 있다. 2021년 웰다잉 인식 개선 용역을 벌였고, 지난해 시의회에선 웰다잉 조례를 통과시켰다. 시는 지난해부터 세 곳의 복지관에 인생노트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웰다잉 지도사 양성사업도 하고 있다. 박승원 시장은 “어르신들이 스스로 만들어 가는 각양각색의 삶에 대한 회고를 통해 죽음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고 삶의 가치를 높일 기회를 갖길 바란다”며 “웰다잉 문화가 확산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벌여나가겠다”고 말했다.
광명=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