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와 체결한 투자자보호약정은 언제나 유효할까[전용원 변호사의 친절한 기업법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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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
성장 가능성이 보이는 회사에 투자할 때, 투자자는 회사가 계속 성장해서 큰 수익을 올리는 그림만 그릴 수는 없습니다. 투자한 회사의 영업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도 생기고, 최대주주나 경영자가 투자 당시에 보여줬던 비전 또는 당초 계획과 다른 방향으로 회사를 경영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불확실성이 있다 보니 투자자 입장에서 회사가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운영되거나, 기대했던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 등의 리스크를 줄이고 싶어 합니다.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들을 계약에 포함하고 싶은 것이죠.
예를 들어, 어떤 투자자가 유망한 스타트업에 지분 5% 정도의 금액을 주당 1만원에 투자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때 투자자는 자신이 투자한 후에 회사의 경영자가 추가 투자받으면서 후속 투자자에게 주당 8000원에 유사한 내용의 신주를 발행해 줄 경우 자신의 지분비율이 낮아지는 것이 싫을 수 있습니다. 더욱이 더 낮은 단가로 투자자가 들어오면 자신의 이익이 침해될 수 있다는 걱정도 할 수 있습니다. 만일 경영자가 스스로 회사 주식 과반수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경우, 신주발행을 통한 투자 유치를 포함해 대부분의 경영 행위에 대해 사실상의 의사 결정권을 갖기 때문에 투자자의 근심은 더욱 커집니다.
투자자는 이런 상황을 예방하고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회사와 경영자가 제3자에게 특정한 가격 이하로 신주를 발행하는 행위’와 같이 주요한 경영 사항에 대해서 ‘투자자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규정합니다. 이를 위반해 회사가 동의받지 않고 특정한 경영 행위를 강행하는 경우 강한 벌칙규정(투자금 상환, 위약금 등)을 두는 내용의 투자자보호약정을 계약에 포함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와 경영자 입장에서 투자자의 요구가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금 투입이 절실하기에 투자자보호약정을 받아들여 투자계약을 체결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게 됩니다. 사진=게티이미지
그런데 이런 투자자보호약정이 있으면 투자자는 그 내용대로 실행이 될 것이라고 안심할 수 있을까요. 강한 투자자보호약정의 유효성에 대해 유의할 판결 내용 하나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2021년 10월 내려진 서울고등법원은 ‘주요 경영사항에 대해 투자자의 사전 동의권을 규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강력한 제재를 규정한 약정은 무효’라는 취지로 판단한 사례가 나왔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1. 10. 28.선고 2020나2049059 판결). 구체적으로 해당 판결을 살펴보면 주주 1인에 불과한 투자자에 회사의 신주발행 여부에 대한 결정권을 부여하는 것과 같은 차별적이고 강력한 권한을 인정하고, 위반 시 제재로서의 조기상환과 위약벌을 규정한 것은 주주평등의 원칙을 위반해 무효라고 판단한 것이었습니다. 이 판결은 원고가 상고해 현재 대법원에서 검토가 진행 중이고 확정된 사건은 아닙니다. 대법원에서 어떤 판단이 내려질지에 대해 많은 사람이 주목하고 있고, 이 사건의 판결 내용은 앞으로 투자 계약 실무에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요 경영사항에 동의 관련 투자자보호약정 외에도 특정 주주에게 과도한 권리를 인정하고 있는 계약 내용에 대해서 법원이 무효라고 판단한 사례들은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신주인수인에게 일정한 수준의 수익금을 보장 내지는 손실을 보전하는 취지의 약정은 무효라거나, 주식에 대한 배당과 같은 적법한 방식이 아니라 주주에게 우회적으로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의 약정도 무효에 해당할 수 있다는 판결 등이 있습니다.
이처럼, 투자자보호약정은 그 내용에 따라 계약서에 포함돼 있다 할지라도 효력이 없다고 결론이 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투자자 입장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가령, 투자 손실을 방지할 수 있는 보호약정이 있으니 리스크가 적다고 생각하고 투자했다가 보호약정이 무효가 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투자계약 단계에서 보호약정의 내용을 법적으로 섬세하게 검토하고 다듬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투자계약을 체결했고 당사자 간 분쟁이 있는 경우에 관련 내용이 무효가 될 수 있는지도 고려해서 대응 전략을 세우는 것이 좋겠습니다. 전용원 법무법인 트리니티 변호사
넷마블 법무팀장(2018~2019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2008~2018년)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 Master of Laws (LL.M., 법학석사)
사법연수원 37기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졸업
성장 가능성이 보이는 회사에 투자할 때, 투자자는 회사가 계속 성장해서 큰 수익을 올리는 그림만 그릴 수는 없습니다. 투자한 회사의 영업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도 생기고, 최대주주나 경영자가 투자 당시에 보여줬던 비전 또는 당초 계획과 다른 방향으로 회사를 경영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불확실성이 있다 보니 투자자 입장에서 회사가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운영되거나, 기대했던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 등의 리스크를 줄이고 싶어 합니다.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들을 계약에 포함하고 싶은 것이죠.
예를 들어, 어떤 투자자가 유망한 스타트업에 지분 5% 정도의 금액을 주당 1만원에 투자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때 투자자는 자신이 투자한 후에 회사의 경영자가 추가 투자받으면서 후속 투자자에게 주당 8000원에 유사한 내용의 신주를 발행해 줄 경우 자신의 지분비율이 낮아지는 것이 싫을 수 있습니다. 더욱이 더 낮은 단가로 투자자가 들어오면 자신의 이익이 침해될 수 있다는 걱정도 할 수 있습니다. 만일 경영자가 스스로 회사 주식 과반수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경우, 신주발행을 통한 투자 유치를 포함해 대부분의 경영 행위에 대해 사실상의 의사 결정권을 갖기 때문에 투자자의 근심은 더욱 커집니다.
투자자는 이런 상황을 예방하고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회사와 경영자가 제3자에게 특정한 가격 이하로 신주를 발행하는 행위’와 같이 주요한 경영 사항에 대해서 ‘투자자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규정합니다. 이를 위반해 회사가 동의받지 않고 특정한 경영 행위를 강행하는 경우 강한 벌칙규정(투자금 상환, 위약금 등)을 두는 내용의 투자자보호약정을 계약에 포함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와 경영자 입장에서 투자자의 요구가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금 투입이 절실하기에 투자자보호약정을 받아들여 투자계약을 체결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게 됩니다. 사진=게티이미지
그런데 이런 투자자보호약정이 있으면 투자자는 그 내용대로 실행이 될 것이라고 안심할 수 있을까요. 강한 투자자보호약정의 유효성에 대해 유의할 판결 내용 하나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2021년 10월 내려진 서울고등법원은 ‘주요 경영사항에 대해 투자자의 사전 동의권을 규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강력한 제재를 규정한 약정은 무효’라는 취지로 판단한 사례가 나왔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1. 10. 28.선고 2020나2049059 판결). 구체적으로 해당 판결을 살펴보면 주주 1인에 불과한 투자자에 회사의 신주발행 여부에 대한 결정권을 부여하는 것과 같은 차별적이고 강력한 권한을 인정하고, 위반 시 제재로서의 조기상환과 위약벌을 규정한 것은 주주평등의 원칙을 위반해 무효라고 판단한 것이었습니다. 이 판결은 원고가 상고해 현재 대법원에서 검토가 진행 중이고 확정된 사건은 아닙니다. 대법원에서 어떤 판단이 내려질지에 대해 많은 사람이 주목하고 있고, 이 사건의 판결 내용은 앞으로 투자 계약 실무에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요 경영사항에 동의 관련 투자자보호약정 외에도 특정 주주에게 과도한 권리를 인정하고 있는 계약 내용에 대해서 법원이 무효라고 판단한 사례들은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신주인수인에게 일정한 수준의 수익금을 보장 내지는 손실을 보전하는 취지의 약정은 무효라거나, 주식에 대한 배당과 같은 적법한 방식이 아니라 주주에게 우회적으로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의 약정도 무효에 해당할 수 있다는 판결 등이 있습니다.
이처럼, 투자자보호약정은 그 내용에 따라 계약서에 포함돼 있다 할지라도 효력이 없다고 결론이 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투자자 입장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가령, 투자 손실을 방지할 수 있는 보호약정이 있으니 리스크가 적다고 생각하고 투자했다가 보호약정이 무효가 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투자계약 단계에서 보호약정의 내용을 법적으로 섬세하게 검토하고 다듬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투자계약을 체결했고 당사자 간 분쟁이 있는 경우에 관련 내용이 무효가 될 수 있는지도 고려해서 대응 전략을 세우는 것이 좋겠습니다. 전용원 법무법인 트리니티 변호사
넷마블 법무팀장(2018~2019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2008~2018년)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 Master of Laws (LL.M., 법학석사)
사법연수원 37기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