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으로 전용 앱을 실행하고 차량을 탈 곳과 도착지를 입력했다. 앱을 통해 안내된 대로 10여 분 후 미리 정한 장소에 호출한 차량이 왔다. 택시가 아니었다. 여러 명이 타는 소형 버스였다. ‘부르면 오는 버스’는 다른 승객을 하나둘씩 더 태우며 운행했다. 스스로 설정한 최적 경로를 따라 여러 곳의 목적지를 거쳤다. 현대자동차의 신개념 수요응답교통(DRT) 플랫폼 ‘셔클’ 얘기다.

지난달 28일 세종시 호수공원 주차장에서 타본 셔클의 첫인상은 첨단 소형버스를 떠올리게 했다. 차량엔 10인승 좌석이 있었다. 일반 버스처럼 카드 단말기도 보였다.

겉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버스 같지만 운영체계는 딴판이다. 버스는 정류장에 가야 탈 수 있지만 셔클은 호출 가능한 장소 어디에서든지 이용할 수 있다. 모든 정류장마다 정차하진 않는다. 탑승객이 설정한 장소에만 멈추기 때문이다. 여러 명이 이용하지만 일반 버스보다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이유다. 좌석은 지정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서 있지 않아도 된다.

셔클은 버스 배차 간격이 길고 정류장 간 거리가 먼 세종시에서 빛을 발했다. 특히 이동이 힘든 교통약자와 우회 노선을 거쳐야 해 등·하교에 많은 시간을 허비하던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셔클은 기존에 대중교통으로 갈 수 없는 지역을 오가는 새로운 이동수단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세종국립수목원과 금강보행교 등엔 전용 노선버스가 없는데, 18대에 달하는 셔클 버스는 이들 장소에서도 승·하차가 가능하다.

셔클이 스스로 최적 경로를 파악해 운행할 수 있는 것은 현대차의 소프트웨어(SW)와 인공지능(AI) 기술력 때문이다. 현대차는 11만2000여 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셔클의 지역 통행 데이터를 분석해 수요를 예측한다. 이를 기반으로 서비스 범위와 최적 차량 도출, 운행 방식 등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김수영 현대차 SDV본부 MCS랩 상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데이터 분석, 지도 데이터 관리 등 플랫폼 기술도 끊임없이 고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뿐만이 아니다. 셔클은 경기 파주와 안산 대부도, 평택 고덕지구 등으로 서비스 운영 범위를 넓히고 있다. 현대차는 수원 등 경기 지자체에 셔클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출퇴근 지옥철’로 악명 높은 김포도시철도(김포골드라인)의 대체 교통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