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발생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도로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첫 문턱을 넘었다. 방음터널에서 화재가 나더라도 확산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재질의 시설·구조물을 쓰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9일 교통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도로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말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 이후 윤두현·최춘식(이상 국민의힘)·민형배·오영환·이소영(이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5명이 각각 발의한 도로법 개정안을 병합한 것이다. 소위에서 마련된 단일안은 향후 국토위 전체회의 등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이날 소위를 통과한 법안에서는 방음터널에 ‘화재 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 수준’의 재질을 쓸 것을 의무화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재질을 써야 하는지는 국토교통부령으로 규율하기로 했다. 현재 전국 170개 방음터널에 쓰이는 재료는 크게 △폴리카보네이트(PC·87개) △폴리메타크릴산메틸(PMMA·58개) △유리 등(25개)이다.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의 경우 PMMA가 쓰여 화재를 키웠다는 지적이 많았다. PMMA는 인화점이 280도로 낮아 화재에 가장 취약한 가연성 재료다.

이 때문에 소위에서는 당초 ‘불연재’인 접합유리 사용을 사실상 의무화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국토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비용 및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신중 검토’ 의견을 냈다. 결국 토론 과정에서 ‘화재 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 수준’으로 완화됐다. 이에 따라 PC가 전국 각지의 PMMA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PC는 PMMA보다 인화점이 450도로 높고, 불이 붙으면 타다가 스스로 꺼지는 자기 소화성이 있다. 이에 따라 상장사 중에 LG화학, 롯데케미칼, 삼양사 등이 수혜를 볼 전망이다.

작년 12월 29일 발생한 제2경인고속도로 화재 사건은 폐기물 수집 운반 트럭에서 시작된 불이 방음터널로 옮겨붙으며 대형 화재로 번졌다. 600m 길이의 방음터널이 전소되며 해당 구간에 있던 차량 45대도 불에 탔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