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친윤계 의원 모임 ‘국민공감’에서 특강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친윤계 의원 모임 ‘국민공감’에서 특강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 9일 국민의힘 친윤(친윤석열)계 공부 모임 ‘국민공감’에서 강연했다. 유 전 총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초대 정무수석을 맡고 국회의원 3선을 지낸 더불어민주당의 원로다. 야권 인사가 국민공감의 강연자로 초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 전 총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 정치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지난 대선에서 주요 정당 후보들이 ‘0선’이 되는 비극을 불러왔다고 본다”며 “경륜을 쌓은 훌륭한 자원들이 각 정당에 있으면서도 (정치를) 한 번도 안 한 ‘0선’끼리 붙었다는 건 정치, 국회의 위기”라고 말했다. 강연에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등을 비롯해 여당 의원 45명이 참석했다.

아울러 유 전 총장은 한국 정치의 문제가 양당제에 있다며 선거제 개편을 통해 다당제로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양당제가 대통령제와 맞물려 ‘잘하기 경쟁’보다 상대를 끌어내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적어도 양당제가 다당제로 바뀌어야 지금처럼 상대를 악마화하는 게 많이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선거제가 바뀌면 각 정당 내 계파들이 창당을 통해 독립하고, 국민의 심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생존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지 않겠냐”며 “더불어민주당에서 ‘개딸’(이재명 강성 지지자)과 ‘수박’(반(反)이재명계 인사) 구도는 온당하지 않다. 따로따로 가서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천과 관련해서는 당 지도부가 개입하지 않고 상향식 공천을 실천할 것을 당부했다. “인위적인 개입이 부작용을 낳는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태영호 최고위원 녹취 공개로 불거진 대통령실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해선 “큰 문제가 아니다”고 일축했다. 유 전 총장은 “대통령은 사람들에 대한 정보도 있고 하니까 대통령실대로 판단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만났어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유 전 총장은 ‘여야 관계에서 극한 대립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윤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가 형사 피의자라도 만났어야 한다. 그게 우선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