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여성 직원들을 조직적으로 성차별했다는 집단 소송과 관련해 피해자 2800여명에게 거액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전·현직 여직원들이 낸 집단소송을 마무리 짓기 위해 이들에게 2억1500만달러(약 2800억원)를 지급하기로 전날 밤 전격 합의했다.

이번 합의 대상은 2000년대 초부터 골드만삭스 투자은행, 투자운용, 증권 부문에서 일한 여성 직원 2800여 명이다. 소송을 처음 제기했던 샤니 올리치는 성명을 내고 "이번 합의가 소송 당시 생각해왔던 여성들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 측은 성명에서 “10년 이상 격렬한 소송 끝에 양측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 소송이 시작된건 2010년부터다. 전직 임원인 크리스티나 첸 오스터와 샤나 올리치 등 두 명은 뉴욕 연방법원에 제출한 기소문에서 "회사 측이 의도적으로 남성 직원들에게 여성 직원보다 높은 연봉을 지급했고, 더 많은 진급 기회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2014년 다른 여성 임직원들이 유사한 소송을 제기하면서 골드만삭스의 여성 차별은 집단소송으로 확대됐다. 이들은 "골드만삭스는 남성 우월적인 ‘보이스 클럽(boys club)’ 문화를 장려하는 분위기”라면서 남녀 직원 간 연봉 차이가 상무급은 21%, 부장급은 8%라고 주장했다.

골드만삭스는 오는 6월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에서 정식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이번 합의를 이뤄냈다. 골드만삭스는 앞으로 외부 독립 전문가들을 고용해 직원들의 실적 평가와 성별 임금 격차에 관해 조사할 것을 약속하고, 오는 2025년까지 중간 간부의 40% 이상을 여성으로 채우겠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 내부에서는 성차별 문제가 끊임없이 나왔다. 작년 8월에는 골드만삭스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하며 전무이사에 올랐던 제이미 피오리 히긴스가 회사의 성차별 문화를 폭로하는 회고록 '불량 시장(Bully market)'을 발간했다.

또 골드만삭스가 과거 고위 임원의 여성혐오 발언 등에 대한 비밀을 지키는 조건으로 퇴사하는 ‘파트너(고위직)’에게 1200만 달러(약 160억 원)를 지급하는 합의를 했다는 블룸버그통신의 보도도 있었다. 골드만삭스는 이 보도를 부인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