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산불 한달] ② 산에도 마음에도 상흔 여전…"애써 덤덤하지만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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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버티고 의지" 희망 기대…시, 임시거주지 공급·금융지원 예정
![[강릉산불 한달] ② 산에도 마음에도 상흔 여전…"애써 덤덤하지만 막막"](https://img.hankyung.com/photo/202305/AKR20230509092900062_01_i_P4.jpg)
앞으로 어떻게 살지 막막합니다…."
지난달 11일 강릉 난곡동에서 발생한 산불은 초속 30m에 달하는 태풍급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도심을 집어삼켰다.
산불은 8시간 만에 진화됐지만 울창한 산림은 시커먼 잿더미로 변했다.
산불 발생 약 한 달만인 지난 8일 찾은 저동, 경포동 일대 마을은 전쟁터처럼 처참한 모습이었다.
![[강릉산불 한달] ② 산에도 마음에도 상흔 여전…"애써 덤덤하지만 막막"](https://img.hankyung.com/photo/202305/AKR20230509092900062_07_i_P4.jpg)
타다 만 냄비, 솥 등 집안 살림살이가 길가에 나뒹구는 모습은 황량하기 그지없었다.
쭉 뻗은 가지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생명력을 뽐내던 소나무 숲도 초록빛을 잃은 채 바람에 힘없이 나부꼈다.
도심 곳곳에서는 철거 작업 중인 굴삭기와 불에 탄 철골이 맞부딪치며 챙챙거리는 파열음이 귓가를 울렸다.
![[강릉산불 한달] ② 산에도 마음에도 상흔 여전…"애써 덤덤하지만 막막"](https://img.hankyung.com/photo/202305/AKR20230509092900062_03_i_P4.jpg)
화마(火魔)로 하루아침에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의 상처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 도드라지고 있었다.
23년 전 동해안 산불로 집을 잃은 데 이어 또다시 보금자리를 잃은 전진한(69)씨는 "큰 산불을 두 번이나 겪고 나니까 우울증까지 오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자녀 앞으로 들어둔 교육비까지 탈탈 털고, 손수 벽돌까지 쌓아 올리며 가꾼 전씨의 소중한 새 터전은 또다시 화마에 속절없이 타버렸다.
전씨는 7년 전 시작한 양봉업과 농업으로 생계를 이어왔지만, 이번 산불로 양봉장과 밭이 잿더미가 되면서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잃었다.
![[강릉산불 한달] ② 산에도 마음에도 상흔 여전…"애써 덤덤하지만 막막"](https://img.hankyung.com/photo/202305/AKR20230509092900062_05_i_P4.jpg)
전씨는 간절한 마음으로 주름진 손에 목장갑을 끼고, 불편한 허리를 다시 굽혀가며 매일 이곳을 찾아 잔해를 정리하고 있었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불안하고 슬프기만 해서 매일 불탄 집 찾아오면서 내 손으로 조금씩이라도 고치는 거야" 그의 말에서 슬픔과 막막함이 묻어 나왔다.
이달 말 계획된 건축물 철거·벌채 작업 뒤 찾아올 여름 장마철은 그의 또 다른 걱정거리다.
벌채 이후 약해진 지반 탓에 애써 복구한 집이 산사태, 수해 등 재해로 또다시 피해를 볼까 우려스럽기 때문이다.
그는 "애써 덤덤하게 지내고는 있지만 속은 타들어 간다"며 "하루라도 빨리 이재민들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릉산불 한달] ② 산에도 마음에도 상흔 여전…"애써 덤덤하지만 막막"](https://img.hankyung.com/photo/202305/AKR20230509092900062_02_i_P4.jpg)
절망을 딛고 희망을 꿈꾸고 있는 건 비단 그 새싹뿐만이 아니었다.
3년 전부터 사근진해수욕장 인근에 거주하며 펜션을 운영·관리해온 이기동(35)씨 부부는 산불로 펜션을 잃었음에도 이재민들의 의류 등을 세탁·건조하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임시주거지에서 약 두 달 뒤면 나가야 하는 처지이지만, 이씨는 불평 하나 없이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며 희망을 불어넣고 있었다.
이씨는 "수입이 끊겨 당장 입을 옷을 사는 것부터 부담스럽고 앞으로 먹고 살 걱정이 가장 크다"면서도 "그래도 다 같이 침울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웃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떻게든 함께 버티며 의지하면서 살아가다 보면 다시 또 좋은 날이 오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강릉산불 한달] ② 산에도 마음에도 상흔 여전…"애써 덤덤하지만 막막"](https://img.hankyung.com/photo/202305/AKR20230509092900062_06_i_P4.jpg)
시는 최근 강릉 아레나에 대피해 있던 이재민들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 주택 30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관사 10호, 호텔·펜션 111호 등 151호로 이주시켰다.
일부 이재민들은 친인척, 지인 등이 살고 있는 곳으로 거처를 옮겼다.
이달 말까지 시는 이재민 50가구에 이동식 조립주택을 추가로 공급할 예정이다.
또 이재민을 대상으로 대출금 원금·이자를 유예해주거나 긴급 대출 서비스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산불로 피해를 본 농가에는 종자 확보, 벼 육묘 대행, 농기구 세트 공급, 인력 지원 등에 나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