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비축유 보충·생산 감소 전망에…장중 하락세 뒤집고 상승 마감 [오늘의 유가]
국제유가가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유지했다.

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6월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37센트(0.51%) 오른 배럴당 73.71달러에 마감했다. WTI 선물 가격은 이날까지 3거래일 연속 올랐다. 이날 종가는 이달 1일(배럴당 75.66달러)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날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브렌트유 7월물도 전장 대비 30센트(0.39%) 오른 배럴당 77.3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 역시 5거래일만에 최고치였다.

국제유가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두 선물 가격은 이날 장 초반 2.5% 가까이 하락했다. 중국의 수입 지표가 7개월 연속 위축된 반면 수출 증가세는 더딘 것으로 나타나면서 유가를 끌어내렸다. 지난 4월 중국 수입은 시장 전망치(-5%)보다 큰 -7.9%의 감소 폭을 나타냈다. 같은 기간 수출 증가율은 8.5%로, 3월(14.8%)보다 둔화했다.

미 재무부의 부채 한도 상향 문제와 관련해 양당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시장 우려를 키웠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민주당과 공화당 지도부와 회동했지만,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전략비축유(SPR) 보충을 위해 원유 재매입에 나설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승 반전했다.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부 장관은 “올해 말부터 SPR 보충을 위해 원유를 다시 사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
자료=오일프라이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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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1억8000만배럴의 비축유를 시장에 방출한 바 있다. 러시아의 원유 감산에 대응해 국제유가를 안정화시키려는 목적이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수준까지 내리면 SPR 보충을 위한 매입에 나서겠다고 밝혀 왔다.

일본 미즈호증권의 로버트 요거 에너지 선물 담당 이사는 바이든 행정부의 계획이 “투기적 숏(매도)포지션을 커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원유에 대한 계절적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생산량은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유가 상승에 기여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계절적으로 석유 소비가 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생산이 줄어들면서 앞으로 몇 달간 유가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날 캐나다의 대표적 산유지인 앨버타주에 산불이 덮쳐 이 지역에서 일일 최소 31만9000배럴의 원유 생산이 중단됐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이는 캐나다 전체 원유 생산량의 3.7%다.

수급 상황에 결정적인 지표인 미국의 원유재고가 4주 연속으로 감소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명의 분석가와 트레이더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미국의 상업용 원유재고는 지난주(1~5일) 80만배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로이터통신은 91만7000배럴 감소를 예상했다.

그러나 EIA는 2023~2024년 유가 전망을 낮췄다. WTI의 올해 전망치는 배럴당 73.62달러로, 4월 전망치보다 7.1% 하향조정했다. 내년 예측치도 기존 전망 대비 7.6% 내린 배럴당 69.47달러로 제시했다. 브렌트유 전망치는 올해와 내년 각각 배럴당 78.65달러, 74.47달러다. 기존 전망보다 7.5%, 8.3% 내려잡은 것이다.

EIA는 “세계 경제의 둔화와 글로벌 금융 부문에서 감지되고 있는 위험,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상황을 고려할 때 유가의 연초 상승세는 꺾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