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즈에 반지 대신 '계란'은 옛말…2년 만에 최저가 [원자재 포커스]
지난해 말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던 미국 계란 가격이 반 년만에 뚝 떨어졌다. 계란 가격을 밀어올린 우크라이나 전쟁과 조류 독감의 영향이 다소 완화된 결과다. 미국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도 다소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는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달걀 12개 묶음 가격이 전날보다 0.18달러(-18.95%) 내린 0.77달러에 거래됐다. 2021년 6월(0.77달러) 이후 24개월만에 최저치다.

이는 계란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며 '에그플레이션(eggflation)'이 일어났던 올해 초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모습이다. 지난해 1.47달러에서 시작한 미국 계란 가격은 등락을 반복하면서 연말 5.26달러까지 치솟았다. 인터넷에서는 남자가 무릎을 끓고 반지 대신 계란을 들고 프로포즈하는 인터넷 밈이 만들어질 정도였다.
프로포즈에 반지 대신 '계란'은 옛말…2년 만에 최저가 [원자재 포커스]
계란 가격이 오른 것은 지난해 초부터 미국 양계장을 덮친 사상 최악의 조류 독감의 영향이 컸다. 미국 질병통제에방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지난 4월까지 가금류 약 5880만마리가 조류독감의 영향을 받았다. 태국, 필리핀, 이스라엘, 뉴질랜드, 멕시코 등에서도 조류 독감 여파로 계란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도 작용했다. 세계 최대 밀 생산지인 우크라이나가 전쟁에 휩싸이며 닭 사료에 쓰이는 곡물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라보리서치에 따르면 산란계 농가 비용의 약 60~70%를 차지하는 사료 가격은 2020년 중반부터 2022년 중반까지 두 배 올랐다. 여기에 연말 연휴기간과 부활절(4월 16일) 등으로 미국 내 달걀 수요도 높았다.

이러한 비용 상승 요인이 완화되면서 계란 가격은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조류독감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미국 양계업계는 '공존' 방법을 찾고 있다. 미국 농림부는 최근 4가지 조류독감 백신을 테스트하고 있으며 곧 국가 차원의 예방 접종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케빈시어 농무부 차관보 대행은 지난달 가금류 업계 지도자들과 만난 뒤 "주정부와 업계의 협력적인 파트너십과 강화된 국가 동물 질병 대비 및 대응 역량 덕분에 우리는 이번 발병을 성공적으로 통제하고 미국 가금류 생산 및 무역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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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1부셸당 1168달러까지 치솟았던 밀 가격도 9일(현지시간) 634.29달러에 거래되며 절반으로 떨어졌다.

장바구니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 상품인 계란 가격이 내려가면서 소비자 물가 안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 포함되는 달걀 가격 지수는 지난 3월 337.07(1982-1984년 100 기준)였다. 연말보다 하락했지만 최근 가격 하락폭은 반영되지 않았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