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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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반도체 경기가 올 2~3분기 저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했다. 컴퓨터·모바일 기기 교체 주기가 다가오고 있어 내년 중반쯤 반도체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할 것이란 관측이다.

KDI는 10일 '최근 반도체 경기흐름과 거시경제적 영향'을 주제로 한 현안분석 보고서에서 "반도체 경기의 전개 양상이 여전히 불확실하다"면서도 "반도체 관련 제품 수요의 주기를 감안하면 올 2~3분기 중 반도체 경기가 저점에 근접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반도체 경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모바일 기기와 컴퓨터의 경우 교체 주기가 각각 2~3년, 4~5년 정도다. 모바일 기기는 2020년 3분기 이후 수요가 빠르게 증가했다는 점에서 3년이 지난 올 2~3분기 저점을 찍고 반등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컴퓨터 수요는 2015년과 2019년에 바닥을 쳤던 것을 감안하면, 올 초중반에 저점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KDI의 분석이다. 다만 최근 서버와 모바일 기기 교체 주기가 길어졌을 수 있는 변수도 있다.

반도체 경기의 회복 시점은 내년 중반께로 예상했다. 조가람 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은 "컴퓨터와 스마트폰 기기의 수요 상승을 고려하면 내년 중반쯤으로 전망한다"면서도 "내년 세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통상 반도체 재고가 정점에 도달한 뒤 생산량이 감소하는 점도 반도체 경기 회복세를 떠받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수요가 회복되는 가운데 공급이 줄어들면 반도체 가격은 상승하기 때문이다. KDI는 "반도체 재고가 정점을 형성한 뒤 3~6개월 이후 생산 저점이 나타난다"면서 "지난 3월 반도체 재고가 2월 대비 감소한 것은 올 2~3분기 중 반도체 생산이 저점에 도달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반도체 수출물량이 10% 줄면 국내총생산(GDP)은 0.78%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가격이 20% 떨어지면 GDP는 0.15% 감소한다는 계산이다. 조 위원은 "우리 경제는 반도체 부문 중 변동성이 높은 메모리반도체에 치중돼 반도체 경기 하락에 더욱 취약하다"면서 "시스템반도체 비중 확대가 경기 변동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