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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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증권이 올해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증권사들은 이번 실적이 질적으로 우수하다며 일제히 매수의견 리포트를 내고 있다. 최근 주가 조작 사태에 연루되었지만, 이를 감내할 체력이 충분하다는 컨센서스가 형성된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키움증권 주력 사업인 리테일 점유율이 떨어질 수 있다며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키움증권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순이익 2915억원을 냈다고 9일 공시했다.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실적이다.

호실적에는 우수한 운용손익이 뒷받침됐다. 시장금리 하락 등 운용 환경이 개선되면서 운용 부문 수익은 1438억원으로 전분기대비 무려 1415억원 증가했다. 증시 거래대금이 증가하면서 이를 중개하는 리테일 파생·해외주식 브로커리지(중개) 수익도 전분기 대비 13.9% 증가한 1683억원을 기록했다.

증권가는 이번 호실적에 대해 호평 일색이다. 10일 삼성증권은 "대형사와 달리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수료 수익 기반이기 때문에 질적으로 우수하다"면서 "부동산 등 자산 부실화의 우려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점, 일회성 손실 우려가 존재하지만 이미 주가는 이를 상당 부분 반영된 점 등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CFD 거래로 인한 미수채권이 발생하겠지만, 키움증권이 이미 비축해둔 체력이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다. KB증권은 "CFD 관련 최종 손실 규모는 아직 유동적"이라면서 "키움증권의 별도기준 자본이 4.2조원 수준이라는 점과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감안할 때 재무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한다"고 내다봤다.

NH투자증권도 "분기당 2000억원대 수준의 체력은 향후 미수채권 충당금 적립 및 손실 등도 감내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이어 "일부 해외파생상품 수수료 손익이 인식되지 않는 상황 가정하여도 다른 브로커리지 수익 규모가 더 크기에 주가 상승 여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데이터를 근거로 삼았다. 전배승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PBR 0.5배 수준의 현 주가는 예상 수익성 대비 저평가 정도가 크다고 판단한다"면서 "PER 역시 3.5배에 불과해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사퇴했음에도 키움증권을 향한 불만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키움증권 MTS '영웅문' 불매운동이 전개되는데다, CFD 투자자들이 키움증권을 상대로 집단소송까지 준비 중이다.

이에 키움증권이 주력으로 삼고 있는 리테일 점유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애널리스트는 "파생·해외주식 중개 수수료도 이번 호실적의 큰 부분을 차지했는데, 주가 조작 사태의 진행 상황에 따라 개인 투자자들이 등을 돌릴 수 있다"면서 "키움증권의 본업이 흔들릴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날 키움증권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한 신한증권은 "CFD발 손실 속 2분기 실적이 1분기 대비 크게 부진할 것"이라면서 "키움증권은 리테일 점유율 30%, 신용융자 점유율 15.7%로 국내 1위 사업자인 만큼, 여타 증권사 대비 위험 노출 수준과 손실 규모가 클 개연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배성재 기자 sh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