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41년 난파된 군함에서 드러난 인간의 잔혹한 본성 [WSJ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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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ALL STREET JOURNAL 서평
웨이저 호 (The Wager)
데이비드 그랜 지음
더블데이│327쪽│20달러
웨이저 호 (The Wager)
데이비드 그랜 지음
더블데이│327쪽│20달러
![1741년 난파된 군함에서 드러난 인간의 잔혹한 본성 [WSJ 서평]](https://img.hankyung.com/photo/202305/01.33403461.1.jpg)
살인과 식인, 그리고 선상 반란이 발생했다. 선장은 배를 잃은 책임을 질 걱정에 브라질을 경유해서 탈출하자는 선원들의 주장을 무시했다. 그는 어떻게든 본대에 다시 합류해야 한다고 우겼다. 결국 생존자 대다수는 선장과 그를 지지했던 일부 선원들을 버려둔 채 출발했다. 이들은 5000㎞가 넘는 항해 끝에 브라질에서 구조됐다. 출발한 81명 중 생존자는 29명뿐이었다.
내러티브 논픽션의 대가 데이비드 그랜은 신간 <웨이저 호>에서 실제 발생한 조난 사건의 전모를 파헤친다. 선상 일지, 편지, 일기부터 법정 증언과 해군 보고서까지 풍부한 자료를 조사해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책은 ‘스토리텔링’이 어떻게 개인의 운명은 물론 집단적 기억마저 좌우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책은 무자비한 바다가 선사했던 절망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굶주림에 지친 생존자들은 추첨을 통해 동료 한 명을 살해하고 식인을 할 것마저 고려했다. 영국 시인 바이런의 조부도 이 배에 타고 있었다. 훗날 시인은 이 장면을 이렇게 묘사했다. “제비뽑기는 만들어지고, 표시되고, 섞이고, 돌리고/ 소리 없는 공포 속에서…”
![1741년 난파된 군함에서 드러난 인간의 잔혹한 본성 [WSJ 서평]](https://img.hankyung.com/photo/202305/01.33403876.1.jpg)
웨이저호의 사례는 법정 너머까지 반향을 일으켰다. 인간 본성을 연구했던 볼테르와 루소 등 계몽주의 철학자들은 생존자들이 “홉스적 자연 상태에 빠졌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받았다. <모비 딕>을 쓴 허먼 멜빌과 진화론을 주장한 찰스 다윈 등 후대 작가들이 작품을 구상하는 데 영감을 주기도 했다.
정리=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이 글은 WSJ에 실린 줄리아 실러의 서평(2023년 4월 1일) ‘The Wager Review: Shipwrecked and Worse’를 번역·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