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한복판서 4년 만에 벌어진 한·중 '면세대전' [송영찬의 신통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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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싱가포르의 랜드마크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컨벤션센터엔 이른 아침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마치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이들은 아시아·태평양 세계면세박람회(TFWA)에 참여한 전 세계의 주요 화장품·주류·담배 업체 관계자들과 면세점 바이어들. 1300여명의 자리가 마련된 5층의 그랜드볼룸은 오전 9시부터 시작된 세션이 시작됨과 동시에 가득찼고 200여명은 서서 컨퍼런스를 들었다.
다음날부터는 숨막히는 전쟁이 시작됐다. 컨벤션센터 1층과 지하 2층의 박람회장에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문을 닫을 때까지 브랜드사와 면세업체 간의 밀고 당기는 협상이 이뤄졌다. 박람회장서 만난 한 국내 면세업체 관계자는 “각 업체들이 서로 소개하고 유통사들과 어떻게 협력할지 미리 얘기할 수 있는 1년에 몇 안 되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4년 만에 재개된 면세박람회의 단연 화두는 빗장이 풀린 중국인 관광객(요우커)이었다. 첫날 컨퍼런스는 중국의 여행 수요와 중국 면세 업계 동향에 초점이 맞춰졌고 둘쨋날엔 ‘중국의 여행과 소비 트렌드’라는 별도의 워크샵까지 열렸다. 거기에다 중국의 물량 공세도 거셌다. 중국 국영 면세점그룹(CDFG)은 박람회에 가장 큰 액수를 후원했고 중국 하이난개발홀딩스와 스위스 듀프리 간의 합작사인 글로벌프리미엄면세점(GDF)이 첫날 오후 업체들 간의 네트워킹 세션을 후원했다. 각국 면세·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시장이 회복되기 위해선 중국인들의 해외여행 재개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중국여행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예상되는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를 합친 중국 해외여행객 수는 약 1억2000만명이다. 지난 2019년(약 3억명) 대비 40% 수준이다.
스테파노 바론치 국제공항협회(ACI) 아·태본부 사무총장은 “지난해 12월 아·태 지역의 국제선 탑승객 수는 중국인들의 해외여행이 재개되지 않아 2019년 같은달과 비교해 49.9% 적었다”고 말했다. 실제 북미( -11%), 유럽(-14.2%), 중남미(-3.1%) 등 다른 지역들은 지난해 말 이미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80~90%의 회복률을 보이고 있다. 프레다 정 듀프리 아시아·태평양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코로나19 이전처럼 여행에 나서지 않으며 유독 아·태 지역만 여행 시장의 회복이 더디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 면세점 업체들은 인구 14억명의 탄탄한 내수시장만으로도 코로나19 이전의 수요를 회복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CDFG는 지난해 10월 하이난 섬에 세계 최대 규모인 28만㎡ 규모의 시내 면세점 ‘하이커우 국제 면세 시티’를 개관했다. 지난 2021년 GDF가 하이난 섬에 문을 연지 불과 1년 만이다.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 2020년 하이난 섬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면세 지역인 ‘세관 특수관리감독구역’으로 지정했다. CDFG에 따르면 올해 노동절 연휴(4월29일~5월3일) 하이난 섬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2700만명으로 2019년 동기 대비 22.1% 늘었다. 루크 창 CDFG 부회장은 “올 1분기 하이난의 시내 면세점 총 판매액은 203억위안(약 3조9000억원)으로 전년대비 무려 29% 늘었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은 연내 멜버른공항점 외에도 임시형태로 운영 중인 싱가포르 창이공항점을 정식 개장하고 베트남 하노이 시내점도 연다는 계획이다. 신라면세점도 홍콩, 마카오 등 중화권 공항 외에도 싱가포르 창이공항점을 운영 중이다. 여행 소매업계에선 ‘탈(脫)중국’이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박람회장서 만난 정관장 관계자는 “향후엔 소위 ‘요우커벨트’를 넘어 요르단을 시작으로 중동과 유럽 면세 시장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 창이공항점 관계자는 “비(非)동아시아권 고객 비중이 높은 창이공항을 다른 대륙으로 가는 교두보로 삼으려 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다음날부터는 숨막히는 전쟁이 시작됐다. 컨벤션센터 1층과 지하 2층의 박람회장에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문을 닫을 때까지 브랜드사와 면세업체 간의 밀고 당기는 협상이 이뤄졌다. 박람회장서 만난 한 국내 면세업체 관계자는 “각 업체들이 서로 소개하고 유통사들과 어떻게 협력할지 미리 얘기할 수 있는 1년에 몇 안 되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최대 관심사는 中 해외여행 재개
아·태 지역 최대의 면세 박람회 TFWA가 나흘 간 총 2934명이 찾은 가운데 지난 11일 막을 내렸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1228명은 롯데·신라·신세계를 포함한 주요 국내외 면세점 관계자들이었다. 8469㎡(약 2600평) 면적의 박람회장엔 한국인삼공사의 ‘정관장’과 국내 신생 담배업체 ‘포인트풀 코리아’, 국내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의 벤더사(협력사) 블루칩그룹 등을 포함해 200개의 업체가 부스를 설치했다. 이밖에도 정관장은 싱가포르 스카이라인 한눈에 들어오는 5층 테라스에 ‘활기력 칵테일바’를 만드는 등 각 브랜드사들의 바이어 사로잡기 경쟁은 치열했다.4년 만에 재개된 면세박람회의 단연 화두는 빗장이 풀린 중국인 관광객(요우커)이었다. 첫날 컨퍼런스는 중국의 여행 수요와 중국 면세 업계 동향에 초점이 맞춰졌고 둘쨋날엔 ‘중국의 여행과 소비 트렌드’라는 별도의 워크샵까지 열렸다. 거기에다 중국의 물량 공세도 거셌다. 중국 국영 면세점그룹(CDFG)은 박람회에 가장 큰 액수를 후원했고 중국 하이난개발홀딩스와 스위스 듀프리 간의 합작사인 글로벌프리미엄면세점(GDF)이 첫날 오후 업체들 간의 네트워킹 세션을 후원했다. 각국 면세·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시장이 회복되기 위해선 중국인들의 해외여행 재개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중국여행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예상되는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를 합친 중국 해외여행객 수는 약 1억2000만명이다. 지난 2019년(약 3억명) 대비 40% 수준이다.
스테파노 바론치 국제공항협회(ACI) 아·태본부 사무총장은 “지난해 12월 아·태 지역의 국제선 탑승객 수는 중국인들의 해외여행이 재개되지 않아 2019년 같은달과 비교해 49.9% 적었다”고 말했다. 실제 북미( -11%), 유럽(-14.2%), 중남미(-3.1%) 등 다른 지역들은 지난해 말 이미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80~90%의 회복률을 보이고 있다. 프레다 정 듀프리 아시아·태평양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코로나19 이전처럼 여행에 나서지 않으며 유독 아·태 지역만 여행 시장의 회복이 더디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 면세점 업체들은 인구 14억명의 탄탄한 내수시장만으로도 코로나19 이전의 수요를 회복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CDFG는 지난해 10월 하이난 섬에 세계 최대 규모인 28만㎡ 규모의 시내 면세점 ‘하이커우 국제 면세 시티’를 개관했다. 지난 2021년 GDF가 하이난 섬에 문을 연지 불과 1년 만이다.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 2020년 하이난 섬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면세 지역인 ‘세관 특수관리감독구역’으로 지정했다. CDFG에 따르면 올해 노동절 연휴(4월29일~5월3일) 하이난 섬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2700만명으로 2019년 동기 대비 22.1% 늘었다. 루크 창 CDFG 부회장은 “올 1분기 하이난의 시내 면세점 총 판매액은 203억위안(약 3조9000억원)으로 전년대비 무려 29% 늘었다”고 말했다.
中 의존도 낮추려는 국내 면세업계
매출의 상당 부분을 ‘중국 따이궁(보따리상)’에 의존했던 국내 면세점 업체들은 정반대의 전략을 펼치고 있다. 기존에 인천국제공항과 한국인과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공항 중심으로 사세를 확대하던 것에서 벗어나 아시아권 밖으로 나아가고 있다. 에릭 쥴-모르텐센 TFWA 회장은 지난 8일 기조연설에서 “아시아 국가의 면세 업체들이 기존의 시장을 벗어나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며 대표 사례로 다음달 1일 호주 멜버른공항에 새 지점을 여는 롯데면세점을 언급했다. 국내 업체가 다른 지역으로 확장해 중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느냐는 한국경제신문의 질의엔 “당연히 그런 판단하에 진행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답했다.롯데면세점은 연내 멜버른공항점 외에도 임시형태로 운영 중인 싱가포르 창이공항점을 정식 개장하고 베트남 하노이 시내점도 연다는 계획이다. 신라면세점도 홍콩, 마카오 등 중화권 공항 외에도 싱가포르 창이공항점을 운영 중이다. 여행 소매업계에선 ‘탈(脫)중국’이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박람회장서 만난 정관장 관계자는 “향후엔 소위 ‘요우커벨트’를 넘어 요르단을 시작으로 중동과 유럽 면세 시장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 창이공항점 관계자는 “비(非)동아시아권 고객 비중이 높은 창이공항을 다른 대륙으로 가는 교두보로 삼으려 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