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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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는 지난 5년간 ‘가을 야구’에 한 번도 진출하지 못하고 하위권에 머물렀다. 매 시즌 개막 초 반짝하다가 점점 추락해 ‘봄데’(봄에만 잘하는 롯데)라는 유쾌하지 못한 별명도 갖고 있다. 롯데 팬 사이에선 “봄에는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양키스와도 붙어볼 만하다”고 자조 섞인 농담도 나온다.

올 시즌 양상은 과거와 다르다. 롯데는 이달 초 14년9개월 만에 9연승을 달리며 단독 1위로 올라섰다. 10일 현재 순위는 2위. 지난달 중순만 해도 8위에 머물렀던 ‘거인’의 진격은 구단주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각별한 애정과 무관치 않다는 게 롯데 안팎의 시각이다.

○봄 지나가는데도 상위권

잘나가는 롯데 야구…辛의 스킨십 경영 통할까
롯데는 작년 하반기부터 신 회장의 각별한 관심 속에 진격을 준비했다. 롯데지주는 작년 10월 유상증자를 통해 롯데자이언츠에 190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롯데지주 측은 “롯데자이언츠의 비상에 날개를 달아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그룹 오너의 지원 의지와 허락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롯데자이언츠 관계자는 “과거 대대적인 투자를 해도 성적이 좋지 않았다”며 “그런데도 금전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는 등 구단주의 애정은 한결같다”고 했다.

작년 말엔 그룹 정기 임원 인사에서 50대인 당시 롯데지주 홍보팀장을 자이언츠 대표로 선임했다. 신 회장은 인사 관련 부서에 “지역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부산 출신의 젊은 대표를 앉히라”고 특별히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구계 관계자는 “과거 롯데자이언츠 대표는 대부분 퇴임을 앞둔 임원이 가는 자리쯤으로 여겨졌다”며 “이번에 젊은 대표에게 자이언츠를 맡긴 것은 신 회장의 구단 환골탈태와 ‘부산 챙기기’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신 회장의 부산 챙기기는 부산 지역의 일부 반(反)롯데 정서를 잠재우기 위한 노력으로도 해석된다.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20대 젊은 시절을 보낸 부산은 롯데의 핵심 사업지 중 하나다.

하지만 지난해 ‘부산 제2롯데월드’ 건설을 둘러싸고 부산시와 마찰을 빚는 등 돌발 변수를 만났다. 부산 시민들의 마음을 얻는 데 롯데자이언츠의 선전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다.

○MLB 최고 부자 구단주 만나

신 회장은 선수들과의 스킨십도 늘리고 있다. 지난 2년간 서울 잠실구장과 부산 사직구장 등을 세 차례 찾아 ‘직관’했다. 수시로 선수들 훈련도 챙긴다.

지난겨울 자매 구단인 일본 지바롯데마린스와의 합동 훈련도 신 회장의 지시로 이뤄졌다. 신 회장은 여러 차례 “한국 롯데가 일본의 프로야구 선수 육성 노하우를 배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에 동행한 신 회장은 바쁜 일정 속에도 미 메이저리그 ‘만년 언더독’(이길 가능성이 작은 약자)이라고 불리는 뉴욕메츠 구단주 스티브 코언을 만나 구단 운영과 관련한 조언을 들었다. 메츠는 1986년 이후 37년째 월드시리즈 우승이 없다. 메츠는 포인트72애셋매니지먼트 창립자로 재산이 20조원대인 것으로 추정되는 헤지펀드계 거물이 2020년 구단주가 되면서 우승을 위해 천문학적 돈을 쏟아붓고 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