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훈 칼럼] 반일도 친일도 아닌 용일(用日)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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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라는 인접 강국을
방치하는 것은
외교적 비효율일 뿐 아니라
안보상의 큰 기회 손실
감정 아닌 현실적 전략 문제
친구 없는 국가의 설움 알아야
조일훈 논설실장
방치하는 것은
외교적 비효율일 뿐 아니라
안보상의 큰 기회 손실
감정 아닌 현실적 전략 문제
친구 없는 국가의 설움 알아야
조일훈 논설실장
![[조일훈 칼럼] 반일도 친일도 아닌 용일(用日)의 시간](https://img.hankyung.com/photo/202305/07.29472568.1.jpg)
한·일 관계 정상화 문제는 근원적이면서도 난해하다. 우리 국민은 대체로 일본을 대국으로 여기지 않는다. 겁내지도 않는다. 일본의 경제력이 여전히 압도적이고, 6개월 내 핵무장이 가능하며, 자위대 전력이 미국 중국 러시아 다음으로 막강해도 그렇다. 실력이나 우월감의 발로가 아니다. 일본은 영원히 죄인이고, 우리는 언제든 사과와 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채권자라는 의식 때문이다. 이런 일방성이 일본의 독도 언급과 역사 왜곡 문제로 복잡하게 뒤틀렸다. 그래서 옆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관계가 돼버렸다.
한국은 공산세력이 점령한 동북아시아 끝자락의 외로운 나라다. 경제 외부 의존도가 60%에 달하지만 미국 말고는 확실한 우방이 없다. 더구나 미국은 멀리 떨어져 있다. 한·일 관계는 미국을 통해 작동한다. 정치인들은 방관적이고 수세적이다. 외교의 바다가 잠잠하고 안보의 파고가 높지 않았을 땐 큰 문제가 없었다. 지금은 아니다. 일본이라는 인접 강국을 방치하는 것은 외교적 비효율일 뿐만 아니라 안보상의 큰 기회 손실이다. 감정이 아니라 현실적 계산의 문제다. 일본의 전략적 활용도는 생각 밖으로 높다. 한·미 관계, 한·중 관계, 한·러 관계, 남북 관계에 일본을 끼워 넣으면 한·미·일, 한·중·일, 한·러·일, 남·북·일 관계가 된다. 지역적으로 세계적으로 보다 유연하고 탄력적인 외교술을 구사할 수 있다. 미국, 일본과 더 밀착하면 중국의 반발이 더 거세질 것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친구 없는 외톨이 국가는 굴종과 예속의 길을 걸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의 야멸찬 선동과 지지율 하락, 외교안보 참모를 교체하는 출혈을 감수하면서도 셔틀외교 복원을 서둘렀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격변의 시기에 국가 지도자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다. 야당 지도자가 여기에 대해 학교폭력의 극악스런 상징과도 같은 ‘빵 셔틀’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부적절했다. 한·일 피차간에 정치는 빠져야 한다. 양쪽 국민이 서로 인내와 관용의 정신으로 대하면 못 할 일이 없다. 젊은이들은 이미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관계 정상화를 떠들지 않아도 서로 잘 놀러 다니고 상대방 음악과 영화를 즐긴다. 일본에선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잇달아 성공을 거두고 있고, 한국에선 ‘스즈메의 문단속’이 관객 500만 명을 돌파했다. 반일단체들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를 거론하는 것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청년들은 그것과 별개로 일본에 닥친 대재앙의 비극과 아픔에 공감하고 있다. 자유와 인권 생명을 중시하는 보편국가의 건강한 젊은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