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임윤찬, 한예종 떠나 미국 NEC로
‘스타 피아니스트’ 임윤찬(19·왼쪽)이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미국 뉴잉글랜드 콘서바토리(NEC)로 대학을 갈아탄다. NEC는 임윤찬의 스승인 피아니스트 손민수 교수(한예종 음악원·오른쪽)가 올가을부터 근무하기로 한 학교다.

뉴욕타임스(NYT)는 임윤찬이 한예종을 떠나 보스턴의 NEC로 편입할 계획이라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편입 시기는 이르면 올가을이다. 음악계 관계자는 “한예종에서 후학을 가르쳐온 손 교수가 NEC로 옮기자 임윤찬도 함께 가기로 한 것 같다”며 “미국으로 거처를 옮기면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기회가 늘어나는 등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임윤찬은 올해부터 해외 무대에 본격적으로 서는 계획을 짰다. 먼저 10~12일 뉴욕필하모닉과 함께 뉴욕의 데이비드 게펜홀에 입성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미국인 지휘자 제임스 개피건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한다. 올여름에는 작년 6월 반클라이번 콩쿠르 결선 무대에서 함께했던 지휘자 마린 알솝과 재결합한다. 이들은 콜로라도의 ‘브라보! 베일 페스티벌’과 일리노이의 ‘라비나 페스티벌’에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으로 손을 맞춘다. 내년에는 세계 최고 콘서트홀 중 하나로 꼽히는 뉴욕 카네기홀 무대에 ‘올 쇼팽 프로그램’을 들고 올라선다.

임윤찬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중학교 등·하굣길에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와 뉴욕필하모닉이 1978년에 녹음한 라흐마니노프 협주곡을 자주 들었다”며 “적어도 1000번은 들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스승의 조언에 따라 이 협주곡의 음울한 첫 음을 준비할 때마다 ‘죽음의 천사’나 은폐된 인물들이 그레고리안 성가를 부르는 모습을 상상한다”고 덧붙였다.

음악계에서는 임윤찬이 미국으로 거처를 옮기면 한국 무대에 서는 횟수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임윤찬은 1년 전 반클라이번 콩쿠르를 거머쥔 후 국내에서 공연할 때마다 순식간에 ‘완판’되는 등 ‘클래식 음악의 아이돌’이 됐다. 뛰어난 피아노 솜씨와 독창적인 음악 해석으로 짧은 시간에 많은 팬을 끌어모았다. ‘임윤찬 효과’에 힘입어 국내에 클래식 팬이 상당폭 늘었을 뿐 아니라 그가 몸담은 한예종의 ‘몸값’도 높아졌다. 한예종에서 공부하는 해외 유학생이 크게 늘어서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