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CPI, 제거된 6월 인상…하지만 다우 왜 내렸나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10일(미 동부시간) 뉴욕 증시 개장 전 4월 소비자물가(CPI)가 발표됐습니다. 예상과 비슷하거나 조금 나았습니다. 헤드라인 수치는 4.9%로 2년여 만에 처음으로 4%대로 떨어졌습니다. 발표 직후 시카고 상품거래소의 Fed워치 시장에서는 미 중앙은행(Fed)의 6월 금리 동결 베팅이 95% 넘게 치솟았습니다. 또 주가지수 선물은 상승하고 금리는 하락했으며, 달러는 떨어졌습니다. 좋은 출발을 한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그러나 생각만큼 강하게 오르진 못했습니다. 결국, 다우는 0.09% 약보합세로 거래를 마쳤고 S&P500지수는 0.45%, 나스닥은 1.04% 올랐습니다.
4%대 CPI, 제거된 6월 인상…하지만 다우 왜 내렸나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4월 CPI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① 2년 만에 4%대 CPI
4%대 CPI, 제거된 6월 인상…하지만 다우 왜 내렸나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4월 헤드라인 CPI는 전년 대비 4.9%(예상 5.0%, 3월 5.0%), 전월 대비 0.4%(예상 0.4%, 3월 0.1%) 상승했습니다. 전년 대비 수치는 작년 6월 9.1%로 정점을 친 뒤 10개월 연속 하락해 4%대(4.93%)를 기록했습니다. 에너지와 식품 물가를 제외한 근원 CPI는 1년 전보다 5.5%(예상 5.5%, 3월 5.6%), 한 달 전에 비해 0.4%(예상 0.4%, 3월 0.4%) 올랐습니다.

② 중고차 폭등…걱정 없다

에너지가 한 달 만에 0.6%, 중고차가 4.4%나 오른 게 4월 물가 상승에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4.4%는 거의 2년 내 최고 상승률입니다. 다만 에너지 가격은 5월 들어 하락하고 있고, 중고차 가격도 경기 둔화 영향을 받고 있어서 큰 걱정거리는 아닙니다. 판테온 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드슨 이코노미스트는 "중고차 가격 상승세는 지속하지 않을 것이다. 선행지표인 경매 가격이 벌써 내려가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신차 가격은 4월 전월 대비 0.2% 내려 12개월 만에 처음으로 소폭 하락했습니다.

급등해온 식품 가격은 2개월 연속 변동이 없었습니다. 4월 눈에 띄게 하락한 것은 여행 물가입니다. 항공료(-2.6%), 호텔비(-3.4%) 등이 급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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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주거비 둔화 지속

주거비 상승률은 전월 대비 0.4%로 전달 0.6%에서 추가로 둔화했습니다. 1년 내 최저 수준입니다. 주거비 둔화는 호텔비(-3.4%)가 내린 영향이 컸습니다. 중요한 임대료(렌트)는 0.6%, 주택소유자의 등가임대료(OER)는 0.5% 올랐습니다. 렌트는 3월(0.5%)보다 살짝 더 높았고, OER은 비슷했습니다.

월가는 주거비 물가 둔화가 이어질 것으로 낙관합니다. 부동산 정보업체 질로우의 신규 임대료 데이터 등 실시간 데이터를 보면 상승세가 크게 둔화했다는 것이죠. 또 대량으로 지어지고 있는 다가구 주택들이 시장에 나오면서 올해 말까지 인플레이션의 중대한 동인이 되지 않을 것 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늘 지난 1분기 미국 대도시의 3분의 1에서 집값이 작년보다 하락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주거비는 CPI의 30%, 근원 CPI의 40%를 차지하는 매우 큰 요인입니다. 오안다의 에드 모야 전략가는 "이번 보고서에서 주거비가 여전히 상승하고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에 (앞으로 떨어지면서) 디스인플레이션 프로세스가 유지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높다"라고 말했습니다.

④ '슈퍼 코어' 0.1% 상승 그쳐

블룸버그는 주거비를 제외한 근원 서비스 물가, 이른바 '슈퍼 코어' 물가가 4월 0.1% 상승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3월 0.4% 상승보다 크게 둔화된 것이며, 작년 7월 이후 1년 만에 최저 수준입니다. 주거비를 뺀 근원 서비스 물가는 제롬 파월 의장이 주시하고 있다고 밝힌 지표입니다. 에드워드 존스의 모나 모나한 전략가는 "Fed는 인플레이션을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눠보고 있다. 상품과 주거비, 주거비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다. 상품과 주거비 물가는 꽤 좋은 추세를 보인다고 생각한다. 떨어지고 있다는 실시간 데이터를 보고 있다. 둔화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건 빡빡한 노동시장과 임금 상승 때문에 뒷받침되고 있는 주거비를 뺀 서비스 인플레이션이다. 노동시장은 경기가 꺾일 때 막판에 둔화하는 후행지표가 되는 경향이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상품과 서비스로 나눠보면 근원 상품 가격은 0.6%나 올랐습니다. 급등한 중고차가 0.5%포인트를 차지한 탓입니다. 근원 서비스 물가는 0.4% 올라 2021년 9월 이후 가장 작은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4%대 CPI, 제거된 6월 인상…하지만 다우 왜 내렸나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전반적으로는 긍정적이었습니다. 그래서 Fed가 6월에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강해졌습니다. 이는 연착륙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웰스파고는 "대체로 예측에 부합했다. 헤드라인과 근원 CPI 모두 전달보다 0.4% 증가한 것은 인플레이션이 급격히 개선되기보다는 점진적으로 나아지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식료품 가격 하락은 4월 휘발유 가격 상승을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되었고, 중고차 가격 급등은 항공료와 숙박비 등 여행 서비스 하락으로 상쇄되었다. 전반적으로 오늘 CPI 보고서는 우리 경제 전망을 바꾸지 않는다. 공급 압력이 계속 완화되고 수요 성장이 약해지면서 인플레이션이 앞으로 몇 달 동안 더 둔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는 Fed가 당분간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오늘 CPI 보고서는 6월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이란 우리 예측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본다. 주거비 둔화 추세가 점점 더 굳어지고 있고 인플레이션의 폭도 좀 더 넓어지고 있다. 게다가 중고차 강세는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연착륙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RSM은 "서비스 부문 수요가 완화되고 있어 Fed가 금리 인상을 멈출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 경기 둔화도 인상 중단을 지원한다. 상업용 부동산과 관련된 지역은행의 재무 안정성에 대한 우려, 부채한도 증액과 관련된 교착 상태 등을 포함한 경기 둔화 위험도 인상 중단이 있을 것으로 보는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에릭 로젠그린 전 보스턴 연방은행 총재는 "시장은 CPI 보고서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아마도 6월에 추가 긴축을 하지 않을 만큼은 충분할 것 같지만, 근원 물가와 에너지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에 충분한 개선이 없다. 올해 하반기 근원 및 서비스 물가가 더 큰 둔화를 보이지 않는 한 Fed는 올해 남은 기간 긴축을 유지할 것 같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5%는 절대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입니다. 전월 대비로도 0.4% 상승은 물가를 연 2%로 낮추는 데 필요한 전월 대비 0.17%를 훨씬 상회합니다.

▶블랙록의 릭 리더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전년 대비 5.52%에 달하는 근원 CPI 등 수치는 거의 모든 사람에게 여전히 높다. 특히 Fed에게 그렇다. 인플레이션은 굉장히 끈적끈적하며 물가가 뚝뚝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들의 생각에는 부합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는 주거비 상승률이 0.4%로 낮아지고 있는데 주목하고 있고 지어지고 있는 다가구 주택들이 시장에 나오면서 임대료가 정점을 지날 것이란 것을 알고 있다. 또 소매판매, 내구재 등 다른 데이터에서 물가 둔화의 징후를 보고 있다. 전반적으로 우리는 여전히 높은 CPI 수치에도 불구하고 Fed가 인내심을 갖기에 충분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씨티그룹의 앤드루 홀렌호스트 이코노미스트는 "Fed가 물가 목표 2%를 향한 경로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어떤 것도 이 보고서에서 찾으리라 생각하기는 어렵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하버드대의 제이슨 퍼먼 교수는 "예상했던 것보다 둔화한 수치가 나온 건 맞고 그건 6월 금리 인상 확률은 낮췄다. 하지만 지난 2월에 시장에서 4월이면 CPI가 3%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던 것에 비하면 여전히 놀랄만한 숫자"라고 꼬집었습니다.

▶언리미티드펀드의 밥 엘리엇 설립자는 "모든 잡음을 제거하더라도 근원 물가는 상반기 내내 연 5%를 넘는 상황이고 그다지 둔화할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Fed는 5% 근원 인플레이션 수치 아래에서 금리를 인하할 수는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려면 경기 침체가 필요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1970년대와 1980년대는 고대 역사처럼 보이지만 지금과 가장 가까운 비교할만한 사례를 제공한다. 가장 중요한 교훈은 (인플레이션 통제에 실패한) 아서 번스 전 Fed 의장을 모방하지 말고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통제되기 전에 물러서지 말라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두 가지 목소리가 맞서는 가운데 오후가 되자 주요 지수는 모두 마이너스로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4%대 CPI, 제거된 6월 인상…하지만 다우 왜 내렸나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이런 증시를 구원한 이가 바로 'Fed의 비공식 대변인'이라고 부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였습니다. 그는 오후 1시 40분께 '4월 인플레이션 보고서가 Fed의 인상 중단 계획을 강화하는 이유'(Why the April Inflation Report Reinforces the Fed’s Plans to Pause)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Fed 인사들은 이미 충분한 긴축 조치를 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금리 인상보다 여름 휴가를 보내는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그런데 4월 CPI 보고서는 물가 압력이 더 악화하지 않고 있고 임대료 등 주거비 둔화가 CPI에도 금세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이(휴가)를 더 쉽게 만들었다"라고 썼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2% 목표치의 두 배 이상을 넘어 Fed의 불안을 진정시킬 만한 설득력 있는 둔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라면서도 은행 혼란 등을 고려해 금리 인상 중단에는 충분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기사가 뜬 뒤 뉴욕 증시는 급속히 살아났습니다. 뉴욕 증시가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였지만 시장 내부를 보면 걱정이 많습니다.
4%대 CPI, 제거된 6월 인상…하지만 다우 왜 내렸나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오늘도 상승세를 이끈 것은 기술주, 특히 빅테크였습니다. 애플 1.04%, 마이크로소프트, 1.73%, 아마존 3.35%, 알파벳 4.10% 급등했습니다. 채권 시장의 금리가 급락하면서 기술주를 지원했습니다. 인플레이션 둔화, Fed의 6월 동결 가능성 상승 등에 따른 것이지요. 오후 5시께 미 국채 2년물은 11.4bp나 떨어진 3.91%에 거래됐고, 10년물은 8.3bp 하락한 3.439%를 기록했습니다.
4%대 CPI, 제거된 6월 인상…하지만 다우 왜 내렸나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또 구글이 '구글 연례 개발자 회의(I/O)'에서 인공지능 챗봇 '바드'(Bard)를 미국과 한국을 비롯해 세계 180개국에서 전면 오픈하면서 AI 투자 열풍을 다시 자극한 것도 기술주 상승에 도움이 됐습니다.

하지만 에너지와 금융, 산업 등 경기에 민감한 업종은 모두 큰 폭의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는 있지만, 경기 침체 우려가 큰 것입니다. 그래서 이들 비중이 높은 다우가 약보합세를 보인 것이죠. 서부텍사스원유(WTI)도 1.56% 하락한 배럴당 72.56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4월 신용카드 지출 통계는 소비자 지출이 둔화했음을 보여줬습니다. 고객들의 가구당 총 카드 지출은 2022년 4월보다 1.2% 감소했으며, 이는 2021년 2월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한 것입니다. 다만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저축 및 당좌예금 데이터를 보면 모든 소득그룹에서 잔고(중앙값)가 2019년 평균보다 40% 이상 높다"라면서 "소비 지출에 대한 완전한 (경기 둔화) 영향이 나타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런 경기 침체 우려는 최근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빅테크 상승에는 더 도움이 됐을 겁니다.

Fed워치 시장에서는 Fed의 6월 금리 동결 베팅이 95% 안팎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르면 9월부터 금리를 내리기 시작해 올해 세 차례 인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4월 CPI는 6월 동결에는 충분할지 몰라도, 하반기 금리 인하를 지원하지는 않는다는 게 월가 금융사들의 중론입니다. 그래서 이를 이미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 시장은 조정을 받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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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튼스쿨의 제러미 시걸 교수는 CNBC 인터뷰에서 ”내가 걱정하는 것은 Fed가 ‘우리는 긴축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신규고용이 마이너스가 되고 GDP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경우 Fed가 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 증시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CIBC 프라이빗 웰스의 데이비드 도네비디언 CIO도 "오늘 경제 및 인플레이션 데이터를 하나로 요약한다면 올해 금리 인하가 전혀 없다는 것을 가리킬 것이다. 그런데 시장은 Fed가 우리의 친구가 될 것이라는 견해에 집착하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오늘 CPI는 Fed가 지난 수요일에 보낸 메시지(금리 인상 중단)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나는 Fed가 금리 인상을 중단했고, 이제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을 지켜볼 것으로 기대한다. 이제 문제는 올해 하반기에 상당히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가격에 책정한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몇 달 동안 데이터가 어떻게 들어오는지에 달렸지만 나는 시장이 하반기 금리 인하 예상에서 너무 공격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UBS 자산운용의 제이슨 드라코 자산배분 헤드는 “시장 전망은 향후 몇 분기 동안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대한 함수다. 주가는 두 변수의 하향 경로가 원활할 것이라고 가격에 책정하고 있다. 최근 데이터는 그게 가능하다는 걸 시사하지만 은행 위기는 그럴 가능성이 작다는 것을 암시하기도 한다. 연착륙과 경착륙이 모두 진행 중인 상황에서 시장 내러티브는 들어오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움직일 것이다. 이는 무엇인가가 깨질 때까지 뚜렷한 방향이 없는 박스권 장세가 계속됨을 의미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네 가지 지켜볼 포인트를 제시했습니다.
⑴ 성장과 인플레이션은 급속히 떨어지기보다는 여러 분기에 걸쳐 서서히 소진되면서 둔할 가능성이 크다. 인플레이션이 더 빨리 떨어지면 연착륙 가능성이 커지고 그 반대라면 경착륙 확률이 높아진다.
⑵ 성장은 느린 완만한 추세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노동시장은 이를 상징한다. 작년 11월(29만 개)부터 지난 4월(25만3000개) 사이에 신규고용은 약간만 감소했다. ISM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올해 46-48)와 주택 시장(착공 및 신규 주택 판매 상승세) 등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긴축 효과는 성장에 부담이 되고 있지만 커다란 영향은 2분기 이후 나타날 수 있다.
⑶ 인플레이션은 일부 지표(헤드라인 CPI, 생산자물가 PPI, 수입 물가)에서 빠르게 낮아지고 있지만 다른 지표(임금, 근원 CPI)에서는 아주 점진적으로 둔화하고 있다. 임금은 물가를 따라가는 경향이 있으므로 임금 상승률은 더 빨리 떨어지기 시작할 수 있다. CPI가 급격히 하락하면 임금 상승이 완화될 것이라는 좋은 징조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역학은 예측하기 어렵고 탄력적 경제 성장은 인플레이션 둔화를 늦출 수 있다. 인플레이션 둔화도 느리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⑷ 불확실한 것은 은행 스트레스로 인한 대출 축소가 얼마나 성장과 인플레이션을 빠르게 악화시킬지 정량화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지역은행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빨리 회복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위기가 오래 지속할수록 위험은 커진다.

부채한도 협상이 어제 백악관에서 열렸지만, 합의는 없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만남이 끝난 뒤 "건설적"이라고 평가했지만 "한동안 계속될 많은 정치와 가식, 게임맨십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공화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하원 의장도 "어떤 새로운 움직임도 보지 못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다행인 것은 실무진에게 오늘부터 협상을 시작하도록 하고 오는 금요일, 12일에 바이든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가 다시 만나기로 했다는 것이죠.
4%대 CPI, 제거된 6월 인상…하지만 다우 왜 내렸나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월가에서는 이것만 해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베다 파트너스의 헨리타 테레즈 경제정책 연구이사는 "이전에 부채한도 관련 영화를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6월까지 4주 남았지만, 정치인들이 재빠르게 뭔가 하지는 않을 것이란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어제 그들이 회동했을 때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예상했다. 어제 회동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실무진이 협상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오늘부터 만날 것이고 주말 내내 일할 것이다. 그들은 모금행사에 참석하거나 지역구에 갈 필요도 없다. 이들이 다음주 목요일까지 합의안 초안을 내놓으면 그 다음주 상원, 그 다음주 하원 투표를 예상할 수 있다. 총 3주가 소요되는 만큼 시간은 충분하다. 시장은 기다릴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지저스 공공정책 분석가는 "대통령과 의회 지도자들은 화요일 만났지만, 보도에 따르면 거의 진전이 없었다. 그 소식이 반드시 놀랍거나 실망스러울 필요는 없다. 입법 협상의 초기 라운드는 종종 양측이 입장을 밝히는 장소에 불과하다. 종종 타협하기 위해선 임박한 기한이 필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야누스 핸더슨은 이번 주 국채에 대한 완전한 디폴트 가능성을 1% 미만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채권왕'으로 불렸던 빌 그로스는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가격이 폭락한(금리가 급등한) 단기 국채를 사라고 조언했습니다.

이런 생각 탓인지 시장에선 부채한도 관련 패닉의 조짐은 없습니다. 가장 민감하게 움직였던 1개월물 국채(T-bill) 수익률은 오늘 아침 5.827%까지 치솟았기도 했지만 5.453%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물론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어제 애플이 이보다 훨씬 낮은 4% 중반 금리에 회사채를 발행했었지요.

내일 아침에는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발표됩니다. PPI는 종종 CPI에 한 두 달 선행합니다. 3월 PPI는 헤드라인과 근원 수치가 각각 0.5%와 0.1% 하락해 투자자들을 고무시켰죠. 그러나 하락 대부분은 3월 에너지 가격 하락에서 비롯되었습니다. 4월에는 에너지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내일 PPI에는 그런 순풍이 없을 것입니다. 월가는 헤드라인 및 근원 PPI 모두 전월 대비 0.3% 상승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 주간 실업급여 청구 건수도 나옵니다. 전주 24만2000건에서 24만7000건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과거 경기 침체가 있던 시기에는 평균 37만5000건을 넘었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