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를 금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손쉽게 투자할 길이 열린다. 선물 상품은 물론 다이아몬드 가격 흐름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를 앞두고 있어서다. 다이아몬드는 경기 침체기에도 가격 방어력이 좋아 안전자산인 금의 아성에 도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이아몬드 파생상품 시대 열리나

다이아몬드 ETF·선물 상품 나온다
미국의 신생 기술기업인 다이아몬드스탠더드의 코맥 키니 최고경영자(CEO)는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미국 미니애폴리스 곡물거래소(MGEX)에서 다이아몬드 선물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내년에는 다이아몬드 가격을 추종하는 ETF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거에도 다이아몬드 투자를 위한 각종 상품화 시도가 있었다. 에단 골란 다이아몬드 전문 애널리스트는 “과거에도 다이아몬드를 쉽게 사고팔 수 있는 투자 수단을 만들려는 시도가 잇따랐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커트(가공), 컬러(색상), 투명도, 캐럿(중량) 등 이른바 ‘4C’에 따라 다이아몬드 원석의 가치가 천차만별이어서 원유 같은 원자재처럼 상품화하기 쉽지 않아서다. 대체성, 유동성, 가격 투명성 부족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다이아몬드 전문 펀드운용사인 다이아몬드서클캐피털은 2008년 영국 런던증시에 관련 펀드를 상장한 뒤 5년 만에 이를 청산했다. 인덱스아이큐라는 기업도 2012년 다이아몬드 ETF를 설정하기 위해 당국에 투자설명서를 제출했지만 실제로 출시하진 않았다. 그해 스위스 시계 제조사 스와치가 소유한 귀금속 기업 해리윈스턴 역시 다이아몬드 투자 전문 펀드를 조성해 기관투자가로부터 2억5000만달러를 조달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다이아몬드스탠더드는 이미 작년 9월 동일 등급의 다이아몬드 클러스터를 플라스틱 수지로 감싸 만든 다이아몬드 바, 다이아몬드 코인 등을 거래하기 위한 P2P(개인 간) 거래 마켓플레이스를 시작했다. 바닥에 부착된 웨이퍼에는 품질 인증 및 거래를 추적하는 데 사용되는 QR코드 칩이 들어 있다.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 성황리에 거래되고 있다.

○‘안전자산’ 금 위상에 도전할까

여러 문제를 극복하고 다이아몬드 파생상품 및 ETF가 출시되면 다이아몬드 시장 자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다이아몬드 현물 거래 시장의 규모는 1조2000억달러(약 1580조원)로 추산된다.

올리야 린데 베인&컴퍼니 에너지상품부문 파트너는 “다이아몬드는 무게 대비 가치가 크고 가격 변동성이 작아 경제 혼란기에도 그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한다”며 “다이아몬드 공급 감소로 가격은 지속해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다이아몬드 투자가 쉬워지면 대표 안전자산인 금 투자수요를 일정 부분 대체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우려로 최근 금 가격은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금 외 안전자산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FT는 “다이아몬드 산업은 금 산업이 거둔 성공의 일부라도 따라잡는 것을 꿈꾸고 있다”고 전했다. 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는 20년 전부터 이미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현재 금 시장에서 투자 수요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다.

키니 CEO는 “현재 다이아몬드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상품 투자자 비중은 1%에 불과하지만 이를 15%까지 늘릴 수 있다면 다이아몬드 가격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고 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