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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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8%에서 1.5%로 낮췄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우리 경제의 핵심축인 반도체 수출이 예상보다 더디게 회복되고 있어서다.

11일 KDI는 이런 내용의 '2023년 상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이날 나온 수치는 지난 2월 KDI가 제시했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에 비해 0.3%포인트 하락했다. 작년 성장률 잠정치(2.6%) 보다도 1.1%포인트 낮다.

작년 5월만 해도 KDI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2.3%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6개월 뒤 이 숫자는 1.8%로 내려갔다. KDI는 올 2월 수정 발표에서도 1.8% 전망을 유지했지만 이날 다시 하향 조정했다. 올해 민간소비는 회복세를 나타내지만 반도체 중심으로 수출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전체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2%)을 밑돌 것이란 관측이다.

구체적으로 올 상반기와 하반기 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0.9%, 2.1%로 제시됐다. 3개월 전 전망보다 각각 0.2%포인트, 0.3%포인트 내렸다. 특히 올 하반기 성장률 전망치는 작년 11월 2.1%에서 올 2월 2.4%로 높였다가 다시 2.1%로 끌어내렸다. 하반기 성장률 전망치가 여전히 상반기 보다 높지만, 정부의 '상저하고(경기가 상반기에 부진하고 하반기에 살아나는 것)' 기대에 비해선 회복 강도가 약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역시 반도체 업황 부진에 따른 것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반도체 재고가 생각보다 더 많이 쌓여 소진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봤다"면서 "하반기 반도체 경기 회복 속도도 지난 2월에 예상했던 것에 비해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폭은 164억달러로 3개월 전 예상치(275억달러) 보다 100억달러 이상 깎였다. 다만 내년에는 대외수요 회복 등으로 흑자폭이 383억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민간소비는 작년 보다 3%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직전(3개월 전) 전망 보다 0.2%포인트 높였다. 내년에는 2.5%로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올해 설비투자 증가폭은 직전 전망인 1.1%로 유지되다가 내년에 1.8%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투자는 주택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올해와 내년 각각 0.4%, 0.2%의 낮은 증가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KDI는 최악의 경우 올해 1% 초반의 저성장을 기록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도 제한적이라면 성장률 전망치가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급등과 이에 따른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도 경기 부진을 장기화할 수 있는 위험요인으로 지목됐다.

다만 내년에는 수출 회복세에 힘입어 경제성장률이 2%대(2.3%)로 반등할 것으로 KDI는 전망했다. KDI는 "내년 말쯤 거시경제가 정상적인 수준에 이를 수 있다"면서 "이때 GDP가 잠재GDP 수준에 근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물가 상승률은 3.4%로 전망했다. 3개월 전 예상 보다 0.1%포인트 둔화했다. 다만 근원물가 상승률은 3.5%로 기존 전망 보다 0.1%포인트 올렸다. 향후 공공요금 인상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일부 확대될 가능성도 지적했다. KDI 측은 "근원물가 상승세가 높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은행의) 물가 목표치인 2% 수준에 수렴할 수 있도록 현재 기준금리 수준을 당분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 취업자 증가 전망치는 직전 10만 명에서 27만 명으로 늘렸다. 서비스업 생산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올해 실업률은 3.3%에서 2.9%로 떨어지는 등 양호한 고용시장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