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자산(AUM) 32억달러(약 4조2300억원)의 아시아주식 투자 펀드가 TSMC와 텐센트를 팔고 삼성전자를 샀다고 밝혔다.

자산운용사 페더레이티드 허미스의 아시아(일본제외) 주식형 펀드를 담당하는 조나단 파인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각 증시 시가총액 최대 종목들인 대만 TSMC와 홍콩 텐센트의 지분을 작년 말과 올해 초에 걸쳐 모두 정리했다고 밝혔다. TSMC의 시총은 12조9700대만달러(약 516조원) 안팎이다. 텐센트는 3조1400억홍콩달러(약 530조원)으로 홍콩과 중국 본토증시를 포함해 가장 크다.

파인스 매니저는 두 종목의 주가가 해당 국가들이 처한 정치·경제적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TSMC는 경기순환주인데 방어주처럼 평가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경기 하강 국면에도 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TSMC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4.2배로 경쟁자인 삼성전자의 1.1배보다 훨씬 높다.

또 텐센트는 미·중 갈등과 중국 내수 경기 냉각이라는 악재를 이겨낼 만한 투자 포인트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중국 대형주 상당수가 올해 '제로 코로나' 폐기,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기조 마무리 등의 기대로 반등했다. 하지만 지정학적 긴장과 반도체 경기 하락에 최근 다시 약세를 보이고 있다.

파인스 매니저는 TSMC의 주가가 현재보다 15~20% 떨어지면 매수를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전설적 투자자 워런 버핏도 지난달 한 인터뷰에서 지정학적 우려 때문에 TSMC에 투자했던 41억달러를 대부분 회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파인스 매니저는 텐센트에 대해선 게임 사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하고 있지만, 그 때문에 틱톡처럼 미국의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파인스의 펀드는 최근 3년 동안 경쟁 펀드들 가운데 상위 12%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그는 최근 3~6개월 사이 한국 주식 비중을 늘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익이 바닥을 지나고 있으며 시장지배력이 확대하고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높은 시장지배력 덕분에 반도체 경기 하강 사이클을 견딜 수 있다는 설명이다.

파인스의 펀드의 주요 보유 종목은 삼성전자(8.4%), 홍콩의 부호 리커싱의 CK허치슨(4.2%), 중국 검색엔진 바이두(3.9%) 등으로 나타났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