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성장률 1.8→1.5%..."반도체 회복 더뎌지면 1%대 초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8%에서 1.5%로 내려 잡았다.

하반기부터는 수출이 반등하면서 경기가 점차 회복할 것으로 보이지만, 반도체 수요 회복 시기와 금융시장 불안 등을 불확실성 요인으로 꼽았다.

반도체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매우 더디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1%대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KDI는 경고했다.



KDI는 11일 발표한 '2023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8%에서 1.5%로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11월에 이어 올해 2월에도 1.8% 전망을 유지했는데 3개월만에 낮춰 잡은 것이다.

KDI는 전망치를 낮춘 배경에 대해 최근 대외 여건 악화에 따른 수출 위축으로 경기 부진이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글로벌 교역량이 감소하고,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 역시 제조업경기와 주택경기 둔화로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내수는 소비심리가 일부 회복되고 여행 수요가 확대되면서 민간소비가 높은 증가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KDI는 올해 상반기 반도체 위축으로 경제성장률이 1% 내외로 하락한 후 하반기부터는 중국 경제 회복에 따른 파급효과와 반도체 수출 부진 완화로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천소라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2023년 상반기에는 수출 부진으로 0.9% 성장에 그친 반면, 하반기에는 중국 경제 회복에 따른 영향과 반도체 부진 완화로 2.1%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수출 전망과 관련해선 "국가간 인적 이동 재개로 서비스 수출은 개선 흐름을 보이겠지만, 글로벌 경기둔화 영향으로 상품 수출은 위축됐다 내년에 완만하게 회복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로는 2.3%를 내놨다.

대외 수요가 회복되고, 수출이 다시 반등하면서 내년 하반기에는 거시 경제가 정상적인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KDI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 발표한 3.5%를 소폭 낮춘 3.4%로 전망했다. 물가 상승세 둔화가 예상보다 더 빠르다는 의미다.

KDI는 수입 물가 하락세 전환 등 공급자 측 물가 압력의 축소로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는 추세라며 이러한 흐름에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여전히 근원물가 상승세는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만큼, 당분간은 물가 안정을 위한 긴축적 거시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당초 예상과 달리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지연된 부분도 물가 상승률 전망치 하향 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KDI는 다만 반도체 수요 회복 시기와 중국 경제 회복의 파급 정도가 우리 경제의 성장세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불안 요소로 지목했다.

반도체 경기 관련 주요 지표들은 올해 2·3분기에 저점을 찍은 뒤 반등할 것으로 보이지만, 하반기 반도체 수요 회복이 가시화되지 못한다면 경제 회복도 지연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정 실장은 "반도체나 중국의 경기회복이 우리의 생각과 다르게 간다면 1% 초반 정도까지 경제성장률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경제 회복도 중국 내 서비스업에 국한되고 투자 부문으로 파급되지 못한다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공급 감소와 경기 악화 우려에 따른 수급 불안으로 국제 유가에 높은 변동성이 지속되고 있는 점, 국제 에너지 가격과 주요국의 고금리 기조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KDI는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악화로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서 소비자 물가 상승세가 다시 확대된다면,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발생해 경기 부진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주요국 신용위험이 확대되면서 금융시장이 경색되는 경우에도 세계 경제 회복이 지연돼 수출 부진이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KDI에 앞서 주요 국내외 기관이 우리나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며 정부가 다음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지난해 말 내놓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 1.6%보다 더 낮은 수준을 제시할 지 주목된다.

금융정책 싱크탱크인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기존 1.7%에서 1.3%로 내려 잡았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달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석달 만에 0.2%포인트 내렸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3월 지난해 11월 전망치보다 0.2%포인트 내린 1.6%로 제시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S&P는 1.1%로 제시했고 JP모건과 UBS는 1.1%, HSBC 1.0%, 씨티 0.7%, 노무라 -0.4% 등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의 전망은 더욱 어둡다.

한국은행은 이달말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낮출 것임을 시사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과 천소라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왼쪽)이 1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상반기 KDI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과 천소라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왼쪽)이 1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상반기 KDI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전민정기자 jmj@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