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말러 신드롬' 임헌정 "음악 갖고 장난치면 안된다는 게 내 신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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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스트로 임헌정 인터뷰
24일 롯데콘서트홀서 한경arte필 지휘
말러 교향곡 2번 '부활' 연주
"새로운 '부활 교향곡' 펼쳐낼 것"
"음악가는 언제나 완벽한 연주 갈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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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스트로 임헌정 인터뷰
24일 롯데콘서트홀서 한경arte필 지휘
말러 교향곡 2번 '부활' 연주
"새로운 '부활 교향곡' 펼쳐낼 것"
"음악가는 언제나 완벽한 연주 갈망해야"
20여 년 전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이끌고 국내 최초로 말러 교향곡 전곡을 무대에 올리며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 ‘말러 신드롬’을 일으킨 마에스트로가 있다. 4년(1999~2003년)에 걸친 집요한 도전, 음악에 대한 깊은 통찰과 강력한 리더십, 쉽사리 꺾이지 않는 끈기로 '말러는 어렵다'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 놓은 지휘자 임헌정(70·사진)이다.
그에게는 ‘뚝심 있는 거장’이란 수식어가 으레 따라붙는다. 1988년 정단원 다섯 명이었던 부천필을 맡아 25년을 이끌면서 한국 최고 교향악단 중 하나로 키워내서다. 베토벤 교향곡, 슈만·브람스 교향곡, 브루크너 교향곡 전곡 연주 등 한 작곡가의 작품 세계를 파고드는 고집으로 수많은 명연을 남겼다.
그런 그가 자신의 대표 레퍼토리인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들고 청중과 만난다. 5월 2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한경아르떼 더클래식 2023’ 다섯 번째 공연에서 한경아르떼필하모닉(소프라노 황수미·메조소프라노 이아경 협연)과 호흡을 맞춘다. 그가 한경아르떼필의 지휘봉을 잡는 건 2018년 이후 5년 만이다.
지난 11일 서울 청파로 한국경제신문 본사에서 만난 임헌정은 한결같았다. 기자가 인사를 건네자, 그제야 악보에서 눈을 뗐다.
“이번 공연에 제 나름의 목표를 세웠어요. '새로운 말러의 세계를 펼쳐내겠다'는 거죠. 나이가 들다 보니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소리 모티브 하나, 리듬 처리 하나, 음색 표현 하나까지, 예전엔 몰랐던 게 보여요. 말러가 왜 ‘최고의 것은 음표 안에 없다’고 말했는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말러 교향곡 2번은 말러가 평생 천착했던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을 담은 곡이다. 임헌정은 이 작품에 대해 "처절한 죽음을 표현한 1악장과 인생에서 가장 찬란했던 순간을 비추는 2악장을 지나 장대한 부활을 마주하는 5악장에 이르는 과정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하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단편적인 아름다움이 아닌 각 악곡에 맞는 캐릭터와 소리를 구현해내는 데 시간을 들여야 한다"며 "1시간 20분짜리 대작의 진가(眞價)를 보여주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이 작품은 임헌정의 음악 인생에 있어 가장 각별한 곡이기도 하다.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를 결심한 것도 바로 이 곡을 만나면서부터였다.
“1996년 서울대 개교 50주년 기념 연주회에서 이 작품을 지휘했죠. 당시 건강이 매우 좋지 않았기에 의자에 앉아 겨우 지휘를 이어갔습니다. 5악장에 합창단 250여명이 '부활하라'는 소리를 터뜨리는 대목이 있어요. 순간 저도 모르게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습니다. 말러 음악이 뿜어내는 엄청난 에너지와 이를 고스란히 표현해낸 음악가들의 소리에 전율이 일더군요. 그게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에 도전하게 된 계기였어요. 이런 작품을 다시 지휘할 수 있다니 설렙니다."
임헌정은 자타가 공인하는 완벽주의자다. 최상의 소리를 끌어내기 위해 단원들을 혹독하게 연습시킨다. 단 하나의 음도 허투루 넘기지 않는다.
“완벽한 연주를 갈망하지 않는 사람은 음악가라고 말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먹는 것으로 장난치는 것 아니다'는 말이 있잖아요. 음식이 인간의 신체를 살찌우는 것이라면 예술은 인간의 정신을 살찌우는 거예요. 사람의 영혼을 채우는 일에 소홀히 하는 게 말이 됩니까. 지휘자로서 다른 모든 걸 양보해도, 최선의 소리를 내지 않는 것만큼은 절대 봐줄 수가 없어요.”
임헌정이 음악가로서 성취하고자 하는 궁극적 목표는 무엇일까.
"그저 지휘만 잘하는 사람이 아닌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음악가로 남고 싶어요. 결국 음악이 도달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이 살아가는 세계를 더욱 따뜻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베토벤이 교향곡 9번 '합창'을 통해 인류애를 목놓아 노래했듯이 말이죠. 이상적인 바람일 수 있겠지만, 제 음악을 듣고 누군가가 삶에 대한 애정과 의욕을 얻는다면 그보다 더 멋진 일이 또 있을까요."
그는 자리를 뜨기 전 이번 공연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한경아르떼필은 젊은 연주자들로 구성된 에너지 넘치는 오케스트라잖아요. 이번 공연을 잘하는 걸 넘어 단원들이 말러의 음악을 더 깊이 이해하고 좋은 연주자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소프라노 황수미와 메조소프라노 이아경과는 이미 한 차례 호흡해본 적이 있는데, 너무 훌륭한 성악가들이라 별걱정 없습니다. 그래도 고민을 거두지는 않을 겁니다. 어떻게 해야 더 좋은 연주가 될지, 무대에 오르기 직전까지 생각해야죠."
김수현/조동균 기자
그에게는 ‘뚝심 있는 거장’이란 수식어가 으레 따라붙는다. 1988년 정단원 다섯 명이었던 부천필을 맡아 25년을 이끌면서 한국 최고 교향악단 중 하나로 키워내서다. 베토벤 교향곡, 슈만·브람스 교향곡, 브루크너 교향곡 전곡 연주 등 한 작곡가의 작품 세계를 파고드는 고집으로 수많은 명연을 남겼다.
그런 그가 자신의 대표 레퍼토리인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들고 청중과 만난다. 5월 2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한경아르떼 더클래식 2023’ 다섯 번째 공연에서 한경아르떼필하모닉(소프라노 황수미·메조소프라노 이아경 협연)과 호흡을 맞춘다. 그가 한경아르떼필의 지휘봉을 잡는 건 2018년 이후 5년 만이다.
지난 11일 서울 청파로 한국경제신문 본사에서 만난 임헌정은 한결같았다. 기자가 인사를 건네자, 그제야 악보에서 눈을 뗐다.
“이번 공연에 제 나름의 목표를 세웠어요. '새로운 말러의 세계를 펼쳐내겠다'는 거죠. 나이가 들다 보니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소리 모티브 하나, 리듬 처리 하나, 음색 표현 하나까지, 예전엔 몰랐던 게 보여요. 말러가 왜 ‘최고의 것은 음표 안에 없다’고 말했는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말러 교향곡 2번은 말러가 평생 천착했던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을 담은 곡이다. 임헌정은 이 작품에 대해 "처절한 죽음을 표현한 1악장과 인생에서 가장 찬란했던 순간을 비추는 2악장을 지나 장대한 부활을 마주하는 5악장에 이르는 과정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하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단편적인 아름다움이 아닌 각 악곡에 맞는 캐릭터와 소리를 구현해내는 데 시간을 들여야 한다"며 "1시간 20분짜리 대작의 진가(眞價)를 보여주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이 작품은 임헌정의 음악 인생에 있어 가장 각별한 곡이기도 하다.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를 결심한 것도 바로 이 곡을 만나면서부터였다.
“1996년 서울대 개교 50주년 기념 연주회에서 이 작품을 지휘했죠. 당시 건강이 매우 좋지 않았기에 의자에 앉아 겨우 지휘를 이어갔습니다. 5악장에 합창단 250여명이 '부활하라'는 소리를 터뜨리는 대목이 있어요. 순간 저도 모르게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습니다. 말러 음악이 뿜어내는 엄청난 에너지와 이를 고스란히 표현해낸 음악가들의 소리에 전율이 일더군요. 그게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에 도전하게 된 계기였어요. 이런 작품을 다시 지휘할 수 있다니 설렙니다."
임헌정은 자타가 공인하는 완벽주의자다. 최상의 소리를 끌어내기 위해 단원들을 혹독하게 연습시킨다. 단 하나의 음도 허투루 넘기지 않는다.
“완벽한 연주를 갈망하지 않는 사람은 음악가라고 말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먹는 것으로 장난치는 것 아니다'는 말이 있잖아요. 음식이 인간의 신체를 살찌우는 것이라면 예술은 인간의 정신을 살찌우는 거예요. 사람의 영혼을 채우는 일에 소홀히 하는 게 말이 됩니까. 지휘자로서 다른 모든 걸 양보해도, 최선의 소리를 내지 않는 것만큼은 절대 봐줄 수가 없어요.”
임헌정이 음악가로서 성취하고자 하는 궁극적 목표는 무엇일까.
"그저 지휘만 잘하는 사람이 아닌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음악가로 남고 싶어요. 결국 음악이 도달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이 살아가는 세계를 더욱 따뜻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베토벤이 교향곡 9번 '합창'을 통해 인류애를 목놓아 노래했듯이 말이죠. 이상적인 바람일 수 있겠지만, 제 음악을 듣고 누군가가 삶에 대한 애정과 의욕을 얻는다면 그보다 더 멋진 일이 또 있을까요."
그는 자리를 뜨기 전 이번 공연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한경아르떼필은 젊은 연주자들로 구성된 에너지 넘치는 오케스트라잖아요. 이번 공연을 잘하는 걸 넘어 단원들이 말러의 음악을 더 깊이 이해하고 좋은 연주자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소프라노 황수미와 메조소프라노 이아경과는 이미 한 차례 호흡해본 적이 있는데, 너무 훌륭한 성악가들이라 별걱정 없습니다. 그래도 고민을 거두지는 않을 겁니다. 어떻게 해야 더 좋은 연주가 될지, 무대에 오르기 직전까지 생각해야죠."
김수현/조동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