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도시의 고급 주택 가격이 14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시작된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고가 부동산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의 고급 주택 가격은 지난 1년 새 9% 떨어져 조사대상 46개국 중 아홉 번째로 하락폭이 컸다.
글로벌 고급 주택값, 금융위기 이후 첫 하락
10일(현지시간) 영국 부동산 정보업체 나이트프랭크가 발표한 ‘최고급 글로벌 도시 지수(PGCI: Prime Global Cities Index)’에 따르면 1분기 세계 46개 주요 도시의 고급 주택 평균 가격은 전년 동기보다 0.4% 하락했다. PGCI는 세계 주요 도시에서 가격 기준으로 상위 5%인 주택의 가격 추이를 나타낸다.

PGCI가 전년 대비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처음이다. 팬데믹 이후 급등한 PGCI는 2021년 4분기에 9.8% 오르며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이후 상승률은 둔화했다. 직전 분기인 4분기에는 3% 올랐다. 리암 베일리 나이트프랭크 연구책임자는 “세계 주요국들의 기준금리 인상이 글로벌 고급 주택 가격 하락의 주된 원인”이라고 짚었다.

46개 도시 중 상위 5% 고급 주택 가격이 떨어진 도시는 16곳, 상승한 곳은 30곳이다. 가격이 오른 곳이 더 많은데도 평균이 떨어진 건 나머지 16개 도시의 낙폭이 컸기 때문이다. 이 중 6곳은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하락률이 가장 큰 도시는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으로 고급 주택 가격이 1년 전 대비 27.2% 급락했다. 캐나다 토론토(-13.4%)와 스웨덴 스톡홀름(-11.0%)도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미국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도시는 실리콘밸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로 이 기간 고급 주택 가격이 9.7% 떨어졌다. 뉴욕(-0.7%)과 로스앤젤레스(-0.5%)도 하락했다.

반면 고급 주택 가격이 오른 도시 30곳의 상승률은 대부분 한 자릿수에 그쳤다. 8곳을 제외한 22곳은 상승률이 5%를 밑돌았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44.2%)와 미국 마이애미(11.0%)만 예외였다. 두바이는 적극적인 외국인 유치 정책으로 러시아와 이스라엘 등 각국의 부자들을 끌어들여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

서울은 최근 1년간 고급 주택 가격이 9%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하락률 기준 46개 도시 중 9위다. 지난해 1분기엔 20.2% 오르며 전체 5위, 아시아 1위를 기록했다. 올해는 시장이 조정받으며 도쿄(2.1%)에 한참 뒤졌다.

나이트프랭크는 세계 부동산 시장의 하락세가 2009년만큼 심각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오는 6월 금리 동결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한몫하고 있다. 베일리 연구책임자는 “향후 세계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동결해도 글로벌 집값은 몇 분기 동안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집값이급락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