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019년 선보인 맞춤형 가전 브랜드 비스포크를 확 바꾼다. 이르면 연내 비스포크 ‘시즌2’를 선보여 가전사업부 실적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소비자가 가전제품의 색상·재질만 고르던 데서 제품의 내부 구성과 기능까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냉장고 내부도 고객 맞춤으로

삼성전자, 4년 만에 '뉴 비스포크' 가전 선보인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11일 “기존 비스포크보다 한 단계 진화한 ‘신비스포크’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람의 키와 덩치가 제각각이듯 원하는 가전제품의 구성과 기능도 모두 다를 것”이라며 “제품 선택지를 한층 세분화한 초맞춤형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비스포크 냉장고는 현재 문 개수와 색상(360개), 재질 등을 고르는 데 그친다. 하지만 신비스포크는 내부 구성·기능도 맞춤형으로 제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냉장고 내부 채소 박스와 음료·와인 등을 보관하는 베버리지존 등의 크기를 원하는 만큼 키우거나 줄이는 것은 물론 위치를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다. 또 냉장·냉동·김치·와인 기능 외에 육류숙성 등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출시 시점은 이르면 연내로 계획하고 있다. 신비스포크 적용 제품은 냉장고에서 시작해 점차 늘려나갈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베이비부머들은 냉장고를 창고처럼 인식해 정리 없이 가득 채우는 공간으로 여겼다”며 “반면 이들 자녀 세대는 냉장고에 보관하는 식자재는 줄고 종류가 다양해져 새로운 비스포크가 필요해졌다”고 설명했다.

○‘분기 적자’ 가전사업 돌파구 되나

삼성전자는 2019년 6월 4일 비스포크 냉장고를 처음 공개했다. 비스포크는 그동안 가전사업부 실적을 견인하는 효자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실적이 주춤해지면서 신비스포크 도입의 필요성이 커졌다.

이 회사 VD(영상디스플레이)·DA(가전)사업부의 영업이익은 2021년 3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1조3000억원으로 3분의 1토막 났다. 지난해 4분기에는 6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기도 했다. 두 사업부의 합산 영업이익이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15년 1분기 후 처음이다. 올해 영업이익은 2조원 안팎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여전히 2021년 수준을 밑돈다. 스마트폰 사업부인 MX(모바일경험)부문이 꾸준히 10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최근 반도체 사업의 부진을 메우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또 경쟁 업체인 LG전자의 생활가전·TV를 담당하는 H&A(홈어플라이언스앤드에어솔루션)·HE(홈엔터테인먼트) 사업본부가 선방하고 있는 것도 삼성전자에 자극이 됐다는 후문이다.

○한종희 부회장의 가전 승부수

삼성전자, 4년 만에 '뉴 비스포크' 가전 선보인다
신비스포크는 DA사업부장을 겸임하고 있는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의 승부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DX(디바이스경험)부문장·VD사업부장인 한 부회장은 지난해 10월부터 DA사업부장도 함께 맡고 있다.

한 부회장은 신비스포크로 가전 사업 역량 강화에 나서면서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VD사업부·MX부문 임원 일부를 DA사업부로 보냈다. 이들 임원을 포함, 인력을 보강해 가전 사업의 역량 강화에 힘을 보탰다. 한 부회장은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비스포크 판매는 지난해 대비 50%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