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야지~ 못 참겠지~ 맛남의 광장, 튀르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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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의 길목 튀르키예 여행
동서양의 길목 튀르키예 여행
세계 3대 요리는 무엇일까. 프랑스와 중국이 각각 서양과 동양의 ‘맹주’ 격이라는 데엔 세계의 미식가들이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나머지 한 자리다. 이탈리아? 일본? 멕시코?
학계에서 내놓은 답은 따로 있다. 해석 인류학의 최고 거장으로 꼽히는 영국의 에번스 프리처드가 내놓은 ‘튀르키예’다. 지도를 펼쳐 튀르키예를 들여다보면 그 답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북으로는 흑해, 서로는 그리스와 지중해, 중앙과 동쪽으로는 중앙아시아의 산악 민족이 누볐던 고원지대가 펼쳐져 있다. 남동부는 지중해와 중동의 문화가 섞이면서 튀르키예에서 음식이 가장 맛깔나기로 소문난 곳이 됐다. 자연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중국, 프랑스 못지않은 다양한 미각이 발달하기 좋은 환경이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인구 8500만여 명의 이 땅은 우리에게 낭만의 여행지로 알려져 있다. 이스탄불의 사원들과 카파도키아의 울퉁불퉁한 바위들도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할 만하다. 하지만 튀르키예를 더 깊이 즐기고 싶다면 그 땅의 미식을 탐구해보자. 케밥으로만 이 나라 요리를 이해하려는 건 푸아그라만으로 프랑스 요리를 설명하려는 격이나 마찬가지다.
요즘 20~30대 중 소위 ‘혀 좀 굴릴 줄 안다’는 미식가 사이에선 튀르키예 요리가 새로운 트렌드다. 이태원과 강남 곳곳 골목들 사이엔 이름도 생소했던 튀르키예 유제품 ‘카이막’ 카페가 생겨났다. 이름부터 즐거운 ‘터키쉬 딜라이트’란 이름의 디저트 ‘로쿰’을 판매하는 매장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빵 하면 프랑스 바게트가 생각나는가. 튀르키예도 ‘간판 빵’이 있다. ‘홍차’ 하면 영국 신사가 생각나는가. 튀르키예 상인들은 홍차를 입에 달고 산다. 간단한 아침 식사, 전채 요리부터 커피, 와인과 같은 음료까지 튀르키예만의 스타일로 소화해낸 다양한 요리가 서양과 동양 사이 어딘가의 맛으로 즐거움을 선사한다.
올해는 튀르키예 건국 100주년이 되는 해다. 오랜 시간 이슬람 문화와 세속주의가 공존하면서 이 나라의 음식도 더 다채로워졌다. 아야 소피아와 카파도키아의 버섯 바위만큼이나 매력적인 세상이 튀르키예인의 식탁에 펼쳐져 있다. 이 나라를 방문할 여행자들이 튀르키예 요리를 더 알고 문화를 ‘맛봤으면’ 하는 바람으로 직접 찾아가 세계 3대 요리를 탐험했다.유럽식 돌마, 아시아식 필라프…끼니마다 '미식대첩'
튀르키예 요리의 핵심은 ‘다문화’다. 요리의 근간이 유럽, 아시아에 걸쳐 대제국을 건설했던 오스만튀르크에 있어서다. 발칸과 중동의 문화를 지중해, 흑해와 맞댄 고원에서 나오는 식재료들로 한데 버무린 이 제국의 황실 요리가 튀르키예 미식의 기반이 됐다.
튀르키예인의 주식은 유럽인처럼 빵이다. 이 나라 자체가 세계 10대 밀 생산국이다. 물값을 받는 일부 식당들도 에크멕으로 불리는 빵은 ‘무한 리필’로 내놓는다. 로마 시대부터 풍부한 식자원을 자랑한 지역인 만큼 누구나 빵을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이들의 미덕이 됐다. 이스탄불 상인들이 즐겨 먹는 도넛 모양 깨빵인 시미트는 도심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는 ‘국민요리’다.
많은 아시아인의 주식인 쌀도 튀르키예 식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육수에 넣은 쌀을 버터와 기름으로 볶은 뒤 고기, 채소 등을 가미한 필라프가 그렇다. 한국의 깻잎쌈과 비슷한 모양인 돌마는 양파와 쌀을 포도잎으로 돌돌 말아낸 요리다. 이처럼 튀르키예의 주방에선 유럽과 아시아의 주식이 다양한 향신료, 치즈, 요거트 등과 만나 섬세한 맛을 빚어낸다. 육류는 양고기, 소고기, 닭고기가 주로 쓰인다. 이슬람 교리상 돼지고기는 쓰이지 않는다.
요리 방식을 일컫는 말이다보니 가짓수도 많다. 특히 튀르키예 남동부의 가지안테프는 30가지가 넘는 케밥 요리를 자랑한다. 시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 도시는 ‘튀르키예의 요리 수도’로 불린다. 중동과 아나톨리아 반도 사이를 잇는 중계지 역할을 하면서 다양한 식재료와 문화가 섞여서다. 가지안테프의 케밥은 부드러운 고기에 고추장과 허브를 가미해 매운맛을 살린 게 특징이다. 한국에선 남도요리로 알려진 전라도가 미식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면 튀르키예에선 가지안테프가 그 명성을 누린다.
양파, 마늘, 파프리카, 오레가노 등이 섞인 양념에 재운 고기를 직화로 구워내는 요리인 퀴슬레메는 가지안테프의 대표적인 케밥 요리다. 고기로는 부드러움과 풍미를 겸비한 어린 양고기의 안심이 주로 쓰인다. 양 한 마리에서 250g 남짓한 양만 나오는 귀한 식재료다. 매콤한 맛이 나는 샐러드나 요거트가 이 요리와 함께 나오기도 한다. 잘게 으깬 양고기를 후추, 홍고추, 민트, 다진 마늘 등과 섞어 반죽해 만드는 꼬치구이인 시미트 케밥도 다양한 향신료와 육향으로 풍부한 맛을 살리는 가지안테프 미식의 특징을 잘 드러낸다.
북아프리카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볶음 요리인 샤크슈카는 튀르키예인들이 즐겨 먹는 메제다. 한국에선 ‘에그인헬’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튀르키예의 샤크슈카는 마늘과 허브로 간을 한 가지가 주로 들어간다. 또 다른 메제인 라흐마준은 원형의 밀가루 반죽에 토마토 소스와 양고기 토핑을 얹은 요리다. ‘튀르키예식 피자’로 불리기도 한다. 납작한 나룻배 모양의 빵 위에 양고기와 시금치 등을 토핑으로 올린 피데는 메제로 나오기도 하지만 바쁜 일상에서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려는 튀르키예인들의 한 끼 식사로도 사랑받고 있다.
가정식에선 중국 요리의 흔적도 찾아볼 수 있다. 만두와 어원이 같은 만티는 밀가루 반죽 속에 다진 고기와 양파, 파슬리 등을 넣어 빚은 요리다. 버터, 고춧가루 등을 섞어 끓인 소스에 요거트를 부어 먹는다. 한 알이 손가락 한 마디 정도 크기로 소스와 함께 한입에 먹기 딱 좋다. 터키식 수프인 초르바는 국물에 고기 등을 졸여 만든다. 생선, 양고기, 닭고기, 감자 등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맛이 다양하다. 매콤한 국물을 쓰는 경우엔 한국의 찌개와 비슷한 맛이 난다.
튀르키예식 미트볼에 해당하는 쾨프테는 한국의 떡갈비와 비슷한 모양이지만 더 쫄깃한 식감을 자랑한다. 가지안테프에선 쾨프테에 이 지역의 대표 산물인 피스타치오를 넣어 매콤한 맛을 낸다. 이에 비해 에게해와 맞대고 있는 서부 도시인 이즈미르에선 빵가루를 섞은 쾨프테를 요거트와 함께 내놓는다.
바클라바는 로쿰만큼이나 튀르키예인들이 즐겨 찾는 디저트다. 층층이 쌓아올린 얇은 밀가루 반죽에 피스타치오와 시럽으로 속을 채운 페이스트리다. 기원전 2세기 로마 시대에 비슷한 요리가 나왔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된 디저트다. 카이막도 튀르키예 디저트를 소개할 때 빠지지 않는 식품이다.
카이막은 소의 젖을 그대로 응고시켜 만든 유제품이다. 소 젖을 약한 불에서 2시간가량 서서히 끓였다가 식혀서 만든다. 튀르키예 우유는 대체로 한국 우유보다 지방 함량이 높아서 걸쭉함이 특징인 카이막을 만들기에 좋다. 한국에서 카이막을 만들려면 지방 함량을 맞추기 위해 우유에 생크림을 배합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카이막 중에선 물소 젖 제품을 고급으로 친다. 물소 젖 특유의 산미와 생생한 식감이 일품이다. 빵에 꿀과 함께 발라 먹거나 고추장 소스에 곁들여 먹으면 유제품 특유의 고소함은 물론 같이 먹는 요리 본연의 풍미까지 살아나는 효과를 맛볼 수 있다.
이스탄불=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학계에서 내놓은 답은 따로 있다. 해석 인류학의 최고 거장으로 꼽히는 영국의 에번스 프리처드가 내놓은 ‘튀르키예’다. 지도를 펼쳐 튀르키예를 들여다보면 그 답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북으로는 흑해, 서로는 그리스와 지중해, 중앙과 동쪽으로는 중앙아시아의 산악 민족이 누볐던 고원지대가 펼쳐져 있다. 남동부는 지중해와 중동의 문화가 섞이면서 튀르키예에서 음식이 가장 맛깔나기로 소문난 곳이 됐다. 자연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중국, 프랑스 못지않은 다양한 미각이 발달하기 좋은 환경이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인구 8500만여 명의 이 땅은 우리에게 낭만의 여행지로 알려져 있다. 이스탄불의 사원들과 카파도키아의 울퉁불퉁한 바위들도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할 만하다. 하지만 튀르키예를 더 깊이 즐기고 싶다면 그 땅의 미식을 탐구해보자. 케밥으로만 이 나라 요리를 이해하려는 건 푸아그라만으로 프랑스 요리를 설명하려는 격이나 마찬가지다.
요즘 20~30대 중 소위 ‘혀 좀 굴릴 줄 안다’는 미식가 사이에선 튀르키예 요리가 새로운 트렌드다. 이태원과 강남 곳곳 골목들 사이엔 이름도 생소했던 튀르키예 유제품 ‘카이막’ 카페가 생겨났다. 이름부터 즐거운 ‘터키쉬 딜라이트’란 이름의 디저트 ‘로쿰’을 판매하는 매장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빵 하면 프랑스 바게트가 생각나는가. 튀르키예도 ‘간판 빵’이 있다. ‘홍차’ 하면 영국 신사가 생각나는가. 튀르키예 상인들은 홍차를 입에 달고 산다. 간단한 아침 식사, 전채 요리부터 커피, 와인과 같은 음료까지 튀르키예만의 스타일로 소화해낸 다양한 요리가 서양과 동양 사이 어딘가의 맛으로 즐거움을 선사한다.
올해는 튀르키예 건국 100주년이 되는 해다. 오랜 시간 이슬람 문화와 세속주의가 공존하면서 이 나라의 음식도 더 다채로워졌다. 아야 소피아와 카파도키아의 버섯 바위만큼이나 매력적인 세상이 튀르키예인의 식탁에 펼쳐져 있다. 이 나라를 방문할 여행자들이 튀르키예 요리를 더 알고 문화를 ‘맛봤으면’ 하는 바람으로 직접 찾아가 세계 3대 요리를 탐험했다.
유럽식 돌마, 아시아식 필라프…끼니마다 '미식대첩'
유럽·아시아의 경계 튀르키예 맛보다
튀르키예 요리의 핵심은 ‘다문화’다. 요리의 근간이 유럽, 아시아에 걸쳐 대제국을 건설했던 오스만튀르크에 있어서다. 발칸과 중동의 문화를 지중해, 흑해와 맞댄 고원에서 나오는 식재료들로 한데 버무린 이 제국의 황실 요리가 튀르키예 미식의 기반이 됐다.튀르키예인의 주식은 유럽인처럼 빵이다. 이 나라 자체가 세계 10대 밀 생산국이다. 물값을 받는 일부 식당들도 에크멕으로 불리는 빵은 ‘무한 리필’로 내놓는다. 로마 시대부터 풍부한 식자원을 자랑한 지역인 만큼 누구나 빵을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이들의 미덕이 됐다. 이스탄불 상인들이 즐겨 먹는 도넛 모양 깨빵인 시미트는 도심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는 ‘국민요리’다.
많은 아시아인의 주식인 쌀도 튀르키예 식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육수에 넣은 쌀을 버터와 기름으로 볶은 뒤 고기, 채소 등을 가미한 필라프가 그렇다. 한국의 깻잎쌈과 비슷한 모양인 돌마는 양파와 쌀을 포도잎으로 돌돌 말아낸 요리다. 이처럼 튀르키예의 주방에선 유럽과 아시아의 주식이 다양한 향신료, 치즈, 요거트 등과 만나 섬세한 맛을 빚어낸다. 육류는 양고기, 소고기, 닭고기가 주로 쓰인다. 이슬람 교리상 돼지고기는 쓰이지 않는다.
튀르키예 요리 수도 가지안테프
한국에서 튀르키예 요리의 대명사는 케밥이다. 케밥 하면 꼬챙이에 꿰인 고깃덩이를 주방장이 긁어내며 요리하는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케밥은 불에 구운 고기를 통칭하는 말이다. 빵 사이에 불에 구운 고등어를 껴 넣은 샌드위치인 발륵 에크멕도 고등어 케밥으로 불린다. 불에 구운 군옥수수나 군밤까지 케밥으로 묶이기도 한다.요리 방식을 일컫는 말이다보니 가짓수도 많다. 특히 튀르키예 남동부의 가지안테프는 30가지가 넘는 케밥 요리를 자랑한다. 시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 도시는 ‘튀르키예의 요리 수도’로 불린다. 중동과 아나톨리아 반도 사이를 잇는 중계지 역할을 하면서 다양한 식재료와 문화가 섞여서다. 가지안테프의 케밥은 부드러운 고기에 고추장과 허브를 가미해 매운맛을 살린 게 특징이다. 한국에선 남도요리로 알려진 전라도가 미식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면 튀르키예에선 가지안테프가 그 명성을 누린다.
양파, 마늘, 파프리카, 오레가노 등이 섞인 양념에 재운 고기를 직화로 구워내는 요리인 퀴슬레메는 가지안테프의 대표적인 케밥 요리다. 고기로는 부드러움과 풍미를 겸비한 어린 양고기의 안심이 주로 쓰인다. 양 한 마리에서 250g 남짓한 양만 나오는 귀한 식재료다. 매콤한 맛이 나는 샐러드나 요거트가 이 요리와 함께 나오기도 한다. 잘게 으깬 양고기를 후추, 홍고추, 민트, 다진 마늘 등과 섞어 반죽해 만드는 꼬치구이인 시미트 케밥도 다양한 향신료와 육향으로 풍부한 맛을 살리는 가지안테프 미식의 특징을 잘 드러낸다.
애피타이저 대신 ‘메제’
대가족이 많은 튀르키예인들에게 식탁은 온 가족이 모이는 친교의 장이다. 담소를 나누며 천천히 식사하는 분위기를 선호하는 덕분에 튀르키예에선 가정식 전채요리 모둠인 메제가 자연스럽게 발달했다. 메제로는 치즈, 수프, 샐러드, 빵, 튀김, 구이 등의 요리가 다양하게 나온다. 튀르키예 요리에 익숙지 않은 사람은 메제를 맘껏 먹었다가 본식에 앞서 배가 차버리는 낭패를 겪기도 한다.북아프리카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볶음 요리인 샤크슈카는 튀르키예인들이 즐겨 먹는 메제다. 한국에선 ‘에그인헬’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튀르키예의 샤크슈카는 마늘과 허브로 간을 한 가지가 주로 들어간다. 또 다른 메제인 라흐마준은 원형의 밀가루 반죽에 토마토 소스와 양고기 토핑을 얹은 요리다. ‘튀르키예식 피자’로 불리기도 한다. 납작한 나룻배 모양의 빵 위에 양고기와 시금치 등을 토핑으로 올린 피데는 메제로 나오기도 하지만 바쁜 일상에서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려는 튀르키예인들의 한 끼 식사로도 사랑받고 있다.
가정식에선 중국 요리의 흔적도 찾아볼 수 있다. 만두와 어원이 같은 만티는 밀가루 반죽 속에 다진 고기와 양파, 파슬리 등을 넣어 빚은 요리다. 버터, 고춧가루 등을 섞어 끓인 소스에 요거트를 부어 먹는다. 한 알이 손가락 한 마디 정도 크기로 소스와 함께 한입에 먹기 딱 좋다. 터키식 수프인 초르바는 국물에 고기 등을 졸여 만든다. 생선, 양고기, 닭고기, 감자 등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맛이 다양하다. 매콤한 국물을 쓰는 경우엔 한국의 찌개와 비슷한 맛이 난다.
튀르키예식 미트볼에 해당하는 쾨프테는 한국의 떡갈비와 비슷한 모양이지만 더 쫄깃한 식감을 자랑한다. 가지안테프에선 쾨프테에 이 지역의 대표 산물인 피스타치오를 넣어 매콤한 맛을 낸다. 이에 비해 에게해와 맞대고 있는 서부 도시인 이즈미르에선 빵가루를 섞은 쾨프테를 요거트와 함께 내놓는다.
달달함의 천국
튀르키예는 ‘디저트 강국’이기도 하다. 달달한 꿀과 고소한 견과류를 배합한 디저트가 많다. 가장 널리 알려진 디저트는 설탕과 레몬즙에 전분과 견과류를 더해 만든 젤리인 로쿰이다. 영어권 국가에선 ‘터키시 딜라이트’로 알려져 있다. 김이 모락모락 날 정도로 뜨거운 홍차와 로쿰 한두 조각은 튀르키예의 ‘국민 후식 세트’다. 점심시간이 지난 이스탄불의 골목에선 이 후식을 먹는 상인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스탄불에서 시작된 디저트지만 지금은 그리스, 루마니아, 세르비아 등 발칸반도 국가에서도 개성 있는 다양한 로쿰이 나오고 있다.바클라바는 로쿰만큼이나 튀르키예인들이 즐겨 찾는 디저트다. 층층이 쌓아올린 얇은 밀가루 반죽에 피스타치오와 시럽으로 속을 채운 페이스트리다. 기원전 2세기 로마 시대에 비슷한 요리가 나왔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된 디저트다. 카이막도 튀르키예 디저트를 소개할 때 빠지지 않는 식품이다.
카이막은 소의 젖을 그대로 응고시켜 만든 유제품이다. 소 젖을 약한 불에서 2시간가량 서서히 끓였다가 식혀서 만든다. 튀르키예 우유는 대체로 한국 우유보다 지방 함량이 높아서 걸쭉함이 특징인 카이막을 만들기에 좋다. 한국에서 카이막을 만들려면 지방 함량을 맞추기 위해 우유에 생크림을 배합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카이막 중에선 물소 젖 제품을 고급으로 친다. 물소 젖 특유의 산미와 생생한 식감이 일품이다. 빵에 꿀과 함께 발라 먹거나 고추장 소스에 곁들여 먹으면 유제품 특유의 고소함은 물론 같이 먹는 요리 본연의 풍미까지 살아나는 효과를 맛볼 수 있다.
이스탄불=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