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의 사실상 적자에 해당하는 미수금이 올 들어 3개월 만에 3조원 넘게 불어났다. 가스요금이 국제 가스 가격 인상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결과다. 정부·여당이 2분기 가스요금 인상을 40일 넘게 미루면서 당분간 가스공사의 미수금이 더 늘어나고, 재무구조도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가스公, 요금인상 눈치 보는 사이…미수금 11조원 '눈덩이'
가스공사는 11일 1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 3월 말 기준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요금인상 억제에 따른 손실)이 11조6143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작년 말 8조5856억원에서 3조원 넘게 늘었다. 가스공사 미수금이 10조원을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가스공사는 연료비를 가스요금으로 충당하지 못하면 이를 회계상 나중에 받을 돈, 즉 미수금으로 처리한다. 미수금은 자산으로 분류돼 장부상으론 흑자지만 실제로는 적자나 다름없다.

가스공사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3% 증가한 17조9299억원, 영업이익은 35.5% 줄어든 5884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81.1% 감소한 1394억원이었다. 표면적으로 영업이익이 흑자를 기록했지만 미수금을 감안하면 사실상 적자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스공사의 부채도 1분기 말 기준 51조9361억원에 달했다. 부채비율은 489.8%에 이른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이 늘어나는 건 당정이 가스요금을 충분히 올려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최근 천연가스 가격이 안정되고 있지만 가스요금 인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가스공사의 미수금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원료비 하락을 감안해도 MJ(메가줄)당 4~5원의 요금 인상이 이뤄져야 미수금 상승이 멈출 것”이라며 “미수금 회수를 위해선 그 이상의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스공사는 채권 발행을 통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가스공사가 발행한 회사채 규모는 1조4700억원이다. 지난해 발행한 규모(1조5000억원)에 육박한다. 가스공사 채권은 한국전력이 발행하는 한전채와 마찬가지로 사실상 정부가 보증하는 우량채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한전채나 가스공사 채권 발행이 늘면 다른 기업들이 자금시장에 채권을 발행하기가 힘들어진다.

가스공사 미수금 해소를 위해선 가스요금 인상이 필요하지만 당정은 당초 이날로 예정됐던 2분기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결정을 미뤘다. 부처 간 조율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당정은 당초 지난 3월 말 2분기 전기·가스요금을 결정해야 했지만 여론을 의식해 미룬 뒤 아직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겨울 ‘난방비 폭탄’ 사태로 여론이 악화하자 민감한 전기·가스요금 결정을 미루고 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