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사진가] '그림 같은' 한 컷으로 인간의 단상을 담다
‘현존하는 최고 사진 작가 중 한 명.’

네덜란드의 예술가 어윈 올라프(64·사진)를 일컫는 수식어 중 하나다. 사진인지 회화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섬세하게 연출한 인물 초상과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흑백의 풍경 사진으로 유명하다. 네덜란드 힐베르쉼에서 태어나 위트레흐트대학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한 그는 1988년 청년 유러피언 사진작가 대회에서 1등을 거머쥐며 데뷔했다.

올라프의 시선은 전 세계 낮은 곳과 높은 곳을 모두 향한다. 1980년대 암스테르담의 유흥 문화 속에서 에이즈 이전의 게이 해방을 기록하기 시작한 뒤 40년 동안 평등에 대한 메시지를 전해왔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들을 찾아간 ‘숲속에서’ 시리즈로도 유명하다. 대자연 앞에 오만한 인간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들로 경종을 울린다. 그는 극사실주의 회화와 같은 연출과 색감으로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허문다.

사진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격리와 단절이 계속되는 시간을 묘사한 ‘만우절(April fool)’ 연작 중 하나다. “모든 일이 만우절 거짓말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했다”는 그는 자화상이 담긴 사진 작품을 통해 세계인이 고통받았던 시간을 강렬하게 담아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