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시티 수사할 수 있었는데 안 했다' 발언에 "불법행위"
한동훈, 前기자 상대 승소…법원 "언론 활동 벗어난 허위사실"(종합)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전직 기자를 상대로 '허위 사실을 적시해 명예가 훼손됐다'며 제기한 민사 소송에서 일부 이겼다.

서울중앙지법 민사71단독 김영수 부장판사는 11일 한 장관이 전 기자 장모씨를 상대로 위자료 1억원을 지급하라며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천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2021년 3월 당시 기자였던 장씨는 자신의 SNS에 "그렇게 수사 잘한다는 한동훈이가 해운대 엘시티(LCT) 수사는 왜 그 모양으로 했대?"라는 글을 올리고 유튜브에서도 관련 발언을 이어갔다.

한 장관이 허위 사실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하자 "우리나라 성인들의 문해력이 떨어진다니…"라는 답글을 올리기도 했다.

당시 검사장이었던 한 장관 측은 "악의적인 가짜뉴스를 SNS에 게시하고 이후에도 SNS나 유튜브 등에서 문해력 부족을 운운하며 모욕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일단 장씨의 SNS 글은 문제가 없다고 봤다.

모욕적인 표현이 동반되기는 했지만, 공적인 관심 사항인 점 등을 고려하면 공직자에 대한 감시·비판·견제라는 정당한 언론활동의 범위를 벗어나 악의적이거나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타당성을 잃었다고 보기 부족하다는 취지다.

하지만 장씨의 유튜브 발언은 정당한 언론 활동을 벗어난 허위 사실 적시로, 한 장관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하는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수사 기간과 원고의 지위를 대응시키면서 수사를 할 수 있었는데도 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며 "하지만 당시 원고는 수사 또는 수사 지휘를 할 구체적인 권한과 책임이 부여된 적이 없었다"고 했다.

이어 "피고의 오랜 법조기자 경력을 신뢰하는 시청자 관점에서 해당 발언은 원고가 해당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수사(지휘) 권한과 책임이 있었음에도 방기했다는 의미로 이해된다"고 지적했다.

한 장관은 이날 선고 후 낸 입장문에서 "이런 명백한 가짜뉴스로 해코지하더라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넘어가면 다른 국민에게도 이런 일이 반복될 것"이라며 "'이러면 안 된다'는 선례를 남겨야 한다"고 밝혔다.

장씨도 입장문을 통해 "'권력자에게 함부로 묻지도 말라'는 판결로 자유의민주주의 사회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한 장관이 장씨를 상대로 명예훼손·모욕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2021년 12월 혐의없음 처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