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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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7개월만에 한국 무대를 찾은 '아이언 맨' 임성재(25)가 무난한 성적표로 대회 첫날을 마무리했다. 시차 적응 등으로 좋지 않은 컨디션이었지만 그를 보기 위해 대회장을 찾은 팬들에게 명품샷을 선보이며 응원에 화답했다.

임성재는 11일 경기도 여주 페럼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우리금융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 더블보기 1개로 1언더파 71타를 쳤다. 단독선두 한승수(미국)에 4타 뒤진 공동 24위로 경기를 마쳤다.

임성재는 한국 남자골프의 '간판'이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통산 2승을 거둔 그는 세계랭킹 18위로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올 시즌 PGA투어에서 총 7번의 톱10을 기록하며 탄탄한 경기력을 뽐내고 있는 그를 보기 위해 이날 하루에만 1834명의 갤러리가 대회장을 찾았다. KPGA가 단독 주관한 대회 가운데 1라운드 갤러리 수 기준 역대 최다 기록이다.

지난 8일 PGA투어 웰스파고 챔피언십을 마친 뒤 임성재는 곧바로 비행기에 올랐다. 9일 오후 5시 30분께 한국에 도착한지 이틀만에 대회에 나섰지만 이날 1언더파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이날 전반 임성재는 최고의 플레이를 펼쳤다. 약 1000여명이 그의 경기를 보기 위해 내내 따라다녔고, 임성재 역시 1번홀(파4)부터 버디를 잡아내며 응원에 화답했다. 7번홀(파4)까지 버디 3개를 잡아내며 단숨에 리더보드 상단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9번홀(파5)이 이날 경기의 변곡점이 됐다. 티샷이 왼쪽 페널티 구역으로 빠지면서 더블보기로 이어졌다. 이후 집중력이 흔들리면서 10번홀(파4)에서도 스리퍼트로 보기를 기록했다.

이후 파세이브를 이어가던 임성재는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천금같은 버디를 잡아내 언더파로 경기를 마쳤다. 임성재 특유의 명품 아이언 샷으로 세번째 샷을 핀 80cm 옆에 붙이며 버디를 성공시켰다.

경기를 마친 뒤 임성재는 "초반에 생각보다 경기가 잘 풀렸는데 9번홀 더블보기 이후 흐름이 끊기면서 급격히 피로감이 몰려왔다"고 털어놨다. 이어 "9번홀 티 샷이 왼쪽으로 갔지만 심하게 감기지는 않았는데 아쉽게 왼쪽에 포어캐디가 없어서 공이 떨어진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결국 분실구로 처리된 것이 아쉬웠다"고 설명했다.

이날 임성재는 오후 12시 48분에 경기를 시작했다. 미국 시간으로는 자정 이후부터 경기를 진행했던 셈이다.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지만, 자신을 보기 위해 대회장을 찾은 팬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았다. 팬들은 그의 샷 하나하나에 박수와 응원을 보냈고 그때마다 임성재는 목례로 팬들에게 인사했다. 그는 "거의 4년만에 한국 대회에 나왔는데 저를 보러 와주시고, 학교를 빠지면서까지 찾아온 학생 팬들도 있어서 신기하고 감사했다"고 말했다.

임성재는 "오늘 시차로 인해 후반에는 머리가 멍하고 집중이 조금 어려웠다"며 "그래도 언더파로 1라운드를 마쳤고 잔디에도 좀 더 적응했다. 내일은 아침에 더 좋은 플레이를 선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서요섭(27)은 16번홀(파3)에서 홀인원을 기록해 8000만원 상당의 BMW I4 차량을 부상으로 받았다. 서요섭이 7번 아이언으로 친 공은 그린을 굴러 홀 안으로 빨려들어갔고 그는 클럽을 옆으로 던지며 환호했다. 그린에 도착해서는 핀을 향해 큰 절을 올리기도 했다. 2021년 야마하 아너스 K 오픈 에 이은 통산 두 번째 홀인원이다.

이날 한때 4오버파까지 기록하며 다소 부진했던 서요섭은 홀인원 덕에 이븐파로 경기를 마치며 공동 43위에 이름을 올렸다.

여주=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