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5개 중 1개는 가짜"…의학계 중국발 '학술 스캠'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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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연구진 "저널 게재 논문 20%, 위조된 데이터 기반"
"의학 진보 늦춰 생명 위협…사상 최악의 '과학 사기'"
"의학 진보 늦춰 생명 위협…사상 최악의 '과학 사기'"
최근 생물의학 분야 해외 학술지에 실린 논문 5개 중 1개는 조작된 데이터에 기초한 것이란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학술 성과 압박이 심한 중국 의학계에서 ‘가짜 논문’을 공장식으로 찍어내고 있다는 의혹이다.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독일 마그데부르크 소재 오토 폰 게리케 대학에서 의학심리학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베른하르트 사벨 교수는 최근 몇 년 새 가짜 논문의 수가 상당히 늘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명 저널에 게재된 논문 20%는 위조된 자료를 바탕으로 쓰였다.
사벨 교수가 이끈 연구팀은 가짜 논문을 판별해내는 과정에서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을 사용했다. 전통적으로는 논문 내용에 신뢰할 수 없는 유전자 서열이 사용됐는지, 조작된 이미지가 첨부됐는지 등 논문의 내용을 주로 살펴본다. 연구팀은 내용 자체보다는 형식에 집중했다. 논문 저자들이 공식 기관이 아닌 개인 이메일 주소를 사용했다거나, 대학이 아닌 병원과 협업했다거나, 해외 공동 저자 수가 비교적 적다거나 하는 요소들을 따져보는 식이다. 이런 요소들은 ‘레드 플래그(red flag)’라고 불린다. 생물의학계에서 레드 플래그가 확인된 위조 논문의 비율은 2010년까지 16%였지만, 2020년 28%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임상의학보다 신경과학 분야에서 훨씬 더 급격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다만 의학 논문 사전인쇄 플랫폼(MedRxiv)에 실린 예비 논문에 따르면 이 같은 ‘레드 플래그 기법’은 상당수의 진짜 논문을 가짜 논문으로 잘못 식별할 가능성이 있다. 사벨 교수는 이런 오차율을 감안해 가짜 논문 비율을 20%로 낮춰 잡았다. 매년 약 30만건의 위조 논문이 양산되고 있는 셈이다.
연구팀은 이들 대부분이 중국에서 나왔다고 주장했다.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서 생산된 논문 중 55.7%는 조작된 자료에 기반했다.
논문 게재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의사들이 불법 ‘논문 공장(paper mill)’에 돈을 주고 가짜 데이터를 사들인다는 설명이다. FT는 일부 중국 병원과 보건기관은 소속 의료진들에게 일정 수의 논문에 제1 저자로 등록돼 있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벨 교수는 “가짜 과학에 기반한 논문은 재정적 낭비일 뿐만 아니라 의학적 진보를 방해하고, 궁극적으로는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며 “아마 역사상 최악의 ‘과학 사기(science scam)’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의 제니퍼 번 종양학 교수도 “(위조 논문 문제와 관련해) 이처럼 방대한 규모의 연구가 이뤄진 건 드문 일”이라며 “심각한 문제”라고 언급했다. 중국의 일부 논문 공장들은 맞춤형 위조 데이터를 대량 생산해 1년에 30억~40억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이들 공장이 통계 조작, 기술 위조, 불법 복제 등에 정교한 인공지능(AI)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 공동으로 참여한 독일 포츠담대의 게르트 기거렌저 교수는 “위조 논문 식별에도 AI 기술이 활용된다”며 “논문 공장과 이들을 추적하려는 연구팀 간 ‘AI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선 궁극적으로 중국 의료계가 논문 등재 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거렌저 교수는 “연구 지원금 지급 조건에 인당 5회의 논문 인용 건수 제한을 두고 있는 독일연구재단(DFG)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고 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독일 마그데부르크 소재 오토 폰 게리케 대학에서 의학심리학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베른하르트 사벨 교수는 최근 몇 년 새 가짜 논문의 수가 상당히 늘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명 저널에 게재된 논문 20%는 위조된 자료를 바탕으로 쓰였다.
사벨 교수가 이끈 연구팀은 가짜 논문을 판별해내는 과정에서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을 사용했다. 전통적으로는 논문 내용에 신뢰할 수 없는 유전자 서열이 사용됐는지, 조작된 이미지가 첨부됐는지 등 논문의 내용을 주로 살펴본다. 연구팀은 내용 자체보다는 형식에 집중했다. 논문 저자들이 공식 기관이 아닌 개인 이메일 주소를 사용했다거나, 대학이 아닌 병원과 협업했다거나, 해외 공동 저자 수가 비교적 적다거나 하는 요소들을 따져보는 식이다. 이런 요소들은 ‘레드 플래그(red flag)’라고 불린다. 생물의학계에서 레드 플래그가 확인된 위조 논문의 비율은 2010년까지 16%였지만, 2020년 28%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임상의학보다 신경과학 분야에서 훨씬 더 급격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다만 의학 논문 사전인쇄 플랫폼(MedRxiv)에 실린 예비 논문에 따르면 이 같은 ‘레드 플래그 기법’은 상당수의 진짜 논문을 가짜 논문으로 잘못 식별할 가능성이 있다. 사벨 교수는 이런 오차율을 감안해 가짜 논문 비율을 20%로 낮춰 잡았다. 매년 약 30만건의 위조 논문이 양산되고 있는 셈이다.
연구팀은 이들 대부분이 중국에서 나왔다고 주장했다.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서 생산된 논문 중 55.7%는 조작된 자료에 기반했다.
논문 게재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의사들이 불법 ‘논문 공장(paper mill)’에 돈을 주고 가짜 데이터를 사들인다는 설명이다. FT는 일부 중국 병원과 보건기관은 소속 의료진들에게 일정 수의 논문에 제1 저자로 등록돼 있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벨 교수는 “가짜 과학에 기반한 논문은 재정적 낭비일 뿐만 아니라 의학적 진보를 방해하고, 궁극적으로는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며 “아마 역사상 최악의 ‘과학 사기(science scam)’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의 제니퍼 번 종양학 교수도 “(위조 논문 문제와 관련해) 이처럼 방대한 규모의 연구가 이뤄진 건 드문 일”이라며 “심각한 문제”라고 언급했다. 중국의 일부 논문 공장들은 맞춤형 위조 데이터를 대량 생산해 1년에 30억~40억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이들 공장이 통계 조작, 기술 위조, 불법 복제 등에 정교한 인공지능(AI)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 공동으로 참여한 독일 포츠담대의 게르트 기거렌저 교수는 “위조 논문 식별에도 AI 기술이 활용된다”며 “논문 공장과 이들을 추적하려는 연구팀 간 ‘AI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선 궁극적으로 중국 의료계가 논문 등재 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거렌저 교수는 “연구 지원금 지급 조건에 인당 5회의 논문 인용 건수 제한을 두고 있는 독일연구재단(DFG)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고 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