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가치 희생하면서까지 중국과 관계개선 원치 않아"

에릭 가세티(52) 신임 인도 주재 미국대사는 11일(현지시간)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과 인도 관계가 세계의 균형을 잡을 수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가세티 대사는 이날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드라우파디 무르무 인도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제정한 직후 인도 일간 더타임스오브인디아와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포옹은 세계 지도자들 가운데 아마도 가장 역동적인 관계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정상이 올해 4∼5차례 대면할 것"이라며 "(모디) 총리의 내달 미국 방문은 인도 총리로는 14년 만의 첫 국빈 방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印주재 美대사 "미국·인도 관계, 세계 균형 잡을 수 있다"
앞서 백악관은 지난 10일 성명을 내고 모디 총리가 6월 하순 미국을 국빈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양국 정상회담은 내달 22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모디 총리는 취임 이후 미국을 여러 번 찾았지만, 국빈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세티 대사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행위들에 대한 인도와 미국 간 견해차도 언급했다.

그는 "우리(인도와 미국의) 관계는 한 가지 요소로 규정되지 않는다"며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있고 그 문제(견해차)에 관해 논의할 수 있으며, 인도가 (러시아 등과) 장기간 맺어온 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원하는 평화적이고 장기적이며 공정한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가져오는 과정에 대한 인도의 기여를 환영한다"고 부언했다.

인도는 미국이 주도하는 대(對)중국 견제 4개국 협의체인 쿼드(Quad)의 일원이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대러시아 에너지 수입제한 등 제재에도 러시아로부터 원유를 대량 구매하고 무기 거래를 지속하면서 미국을 곤혹스럽게 했다.

가세티 대사는 또 인도와 미국이 중국과 더 나은 관계를 갖기를 원하지만, 양국의 가치를 희생하면서까지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印주재 美대사 "미국·인도 관계, 세계 균형 잡을 수 있다"
그러면서 양국이 합심하면 중국이나 기후변화,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으로부터 오는 어떠한 위협도 더 잘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도와 '앙숙 관계'를 유지하는 파키스탄과 미국 간 군사적 관계에 대한 인도 측 우려를 불식하려는 발언도 했다.

그는 인도가 현재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더 많은 군사훈련을 미국과 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파키스탄과는 안정을 추구하면서도 테러리즘 문제와 관련해서는 인도와 확고하게 함께 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 들어 처음으로 인도에 대사로 파견되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주인도 미국 대사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2021년 1월부터 공석이었고, 직전 대사였던 케네스 저스터 이후 5명의 대사대리가 거쳐 갔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해 7월 최측근인 가세티를 인도 대사로 지명했지만, 각종 논란 속에서 무려 20개월 만인 지난 3월 상원 인준 절차의 최종 관문을 통과했다.

논란의 요지는 가세티 측근의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었다.

유대계로 민주당 소속인 가세티 대사는 2013년 41세의 나이로 최연소 로스앤젤레스(LA) 시장에 당선된 뒤 2022년까지 시장직을 유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