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동포 이순애씨, 절판된 책 자비로 2천부 다시 찍어
작년 독일어판 출간하고 영화화도 추진…"그냥 한 여자의 사랑 얘기로 봐주세요"
한국 초대 영부인 사랑 이야기 담은 소설 '프란체스카' 복간
"정치색과 관계 없이 그냥 한 여자의 사랑 얘기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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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부인이었던 프란체스카 리(1900~1992) 여사의 일대기를 다룬 소설 '프란체스카'를 쓴 이순애(68) 작가는 여사의 모국인 오스트리아에서 현지인 남편과 결혼해 인스브루크에 오랜 기간 거주해온 재외동포다.

그는 1989년 프란체스카 여사를 이승만의 사저였던 이화장에서 만난 것을 계기로 15년이 넘는 준비 끝에 지난 2005년 국내에서 '프란체스카 리 스토리'라는 책을 출간했다.

출간 후 절판된 이 책을 그는 최근 자비로 복간해 '프란체스카'라는 제목으로 2천부를 찍고, 12일 이화장에서 출판기념회도 열었다.

이순애 작가는 최근 연합뉴스와의 진행한 두 차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에 잠깐 들어왔는데 많은 지인이 절판된 제 책을 읽고 싶다고 해서 고민 끝에 다시 책을 소량 내게 됐다"면서 "그냥 한국 남자와 결혼한 한 서양 여자의 사랑 이야기로 봐달라"고 말했다.

한국 초대 영부인 사랑 이야기 담은 소설 '프란체스카' 복간
소설은 경주용 자동차 선수였던 남편과 이혼해 친정에 머무르던 33세의 화니(프란체스카 여사의 애칭)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전권대사 자격으로 제네바에 온 58세의 이승만과 우연히 조우해 결혼에 이르는 과정, 이후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의 부인으로 살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1900년생인 프란체스카 여사는 근 한세기 동안 살면서 오스트리아인으로 유럽에서 제1차 세계대전을, 망명 정치인의 부인으로 미국에서 태평양전쟁을 겪었고,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의 부인으로 한국전쟁을 경험한 역사적 인물이다.

소설은 그러나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가미해 주로 프란체스카와 이승만의 로맨스에 초점을 맞췄다.

이 작가는 "프란스체스카 여사는 20세기를 가장 용감하게, 매우 다채로우면서도 일관되게 살아낸 여인"이라면서 "그녀의 드라마틱한 일생을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서나마 제대로 알리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제가 결혼할 때도 국제결혼이 참 어려웠는데 여사님 때는 훨씬 더 힘들었겠죠. 문화 차이에다 나이 차이도 25세나 났고… 이 책은 정치색과도 관계없는, 그냥 한 여자의 사랑 얘기예요.

어려운 시대적 상황에서도 서양 여자가 동양 남자를 만나 사랑하고 결국 영부인도 된 스토리죠."
복간본에는 프란체스카 여사의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추가로 수록했다.

이 작가는 한국에서는 국가대표 육상 선수로 활약하다 이화여대에서 체육학을 전공한 뒤 독일로 유학해 공부하던 중 오스트리아인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이후 한국에 들어와 우연히 프란체스카 여사를 알게 됐고, 그 인연으로 소설까지 집필하게 됐다고 한다.

"여사님을 생전에 두 번 뵀어요.

항상 한복을 입고 있었는데 약간 고집스러운 듯하면서도 인자하셨죠. 제가 함께 찍은 사진도 한 장 있는데, 역사와 문화, 전통을 중시하는 오스트리아인다운 고귀한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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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프란체스카'는 지난해 오스트리아에서 독일어판도 출간됐다.

오스트리아의 영화 제작자인 볼프강 리츠버거 감독에 의해 영화화도 추진될 예정이다.

"영화는 아직 초기 단계라 언제 나올지 두고 봐야겠지만, 한국과 오스트리아의 합작 영화가 됐으면 해요.

저는 아마추어 작가이고 이 소설이 제가 쓴 유일한 책이라 부끄러운 수준입니다만, 영화화가 이뤄지면 전문 극작가에게 제대로 각본을 맡겨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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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초대 영부인 사랑 이야기 담은 소설 '프란체스카' 복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