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 도로에 경찰버스들이 집회 및 시위에 대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 도로에 경찰버스들이 집회 및 시위에 대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집회·행진을 경찰이 금지할 수는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또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강동혁 부장판사)는 시민단체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이 서울 용산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옥외집회 금지 통고처분 취소 소송을 12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평통사는 한미 정상회담 무렵인 지난해 5월12일 오후 12시30분∼8시까지 대통령 집무실 인근인 전쟁기념관과 국방부 일대에서 기자회견과 행진을 하겠다고 전날 용산경찰서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튿날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집시법) 11조 3항과 12조를 근거로 이 단체에 금지를 통고했다. 11조 3항은 대통령 관저, 국회의장 공관 등으로부터 100m 이내 장소에서 옥외 집회·시위를 금지하도록 한 조항이다. 12조는 교통 소통을 위해 집회·시위를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이다.

이에 평통사는 같은 달 17일 집회 금지 통고 처분의 집행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과 함께 처분 자체를 취소해달라는 본안 소송을 행정법원에 제기했다.

이후 가처분이 인용돼 지난해 5월 21일 이 단체는 집회를 열었다.

행정법원은 이날 본안 소송에서도 용산경찰서의 옥외집회 금지 통고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용산구의 대통령 집무실이 집시법상 '관저'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같은 법원의 해석이 처음은 아니다. 행정법원은 지난 1월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서울경찰청장과 용산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집회 금지통고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고, 참여연대가 용산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처분 취소 소송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과거 대통령 관저가 청와대 안에 있었을 때는 이 집시법 조항이 문제되지 않았으나 현 정부 들어 집무실과 관저가 분리되면서 이같은 법원의 해석이 필요해졌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