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을 앞둔 큐라티스가 소송에 휘말렸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서비스의 주요 고객 중 한 곳이던 원진바이오테크놀로지가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면서다. 용역대가 반환과 업무지연 등이 이유다. 이번 소송이 큐라티스의 기업공개(IPO)에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업계에서 나온다.

큐라티스는 지난 11일 증권신고서 3차정정 내용을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원진바이오는 지난 달 28일 큐라티스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며, 11일 소장을 송달받았다.

총 소송가액은 47억4000만원이다. 원진바이오가 맡긴 의약품위탁개발생산(CDMO) 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이다. 용역대가 반환, 업무지연으로 인한 손해, 기술이전에 필요한 인력 및 비용지원을 근거로 제시한 금액이다.

큐라틱스 측도 법적 대응에 나섰다. 큐라티스는 법률대리인을 즉각 선임하고 맞소송에 나설 방침이다. 또 이미 수행한 업무성과의 미지급금액과 업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에 대한 청구소송을 원진바이오를 상대로 제기할 계획이다.

이번 소송의 발단은 큐라티스와 원진바이오가 2020년 9월 17일 맺은 CDMO 계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양사는 세포주 개발, 랩스케일 공정개발, 파일럿 스케일 공정개발, 상용화 라인 공정개발부터 임상·비임상 시료 생산에 이르는 총괄적인 계약을 맺었다.

총 계약 금액은 65억8000만원이었다. 이는 큐라티스가 2020년 오송 플랜트를 준공하고 CDMO를 시작해 최근까지 수주한 85억3100만원의 77.1%에 달한다. 큐라티스는 선수금 6억원과 함께 단계별기술료(마일스톤)를 10억원과 13억원 두차례에 걸쳐 원진바이오로부터 수령했다. 큐라티스가 원진바이오로부터 받은 금액은 총 29억원이다.

원진바이오의 핵심기술은 4중 작용제 이상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이다. 다양한 약리기전을 가진 성분들을 한 번에 전달할 수 있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공정개발의 난이도가 높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었다. 따라서 대량생산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스케일업 공정개발은 원진바이오가 보유한 플랫폼 기술의 가치를 입증하기 위한 분수령이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두 회사의 갈등은 점진적으로 생산량을 늘리는 스케일업 과정에서 불거졌다. 스케일업 과정 및 CDMO 결과물에 대한 양사의 입장이 엇갈렸다. 양사 모두 초기엔 원만히 해결하려 했지만 의견 대립 기간이 길어지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쟁점은 CDMO 결과물에 대한 양사의 입장이다. 큐라티스는 CDMO 계약에서 목표로 했던 500L 스케일 공정개발을 마쳤으며, 원진바이오로부터 수령한 선수금 및 단계별기술료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원진바이오는 큐라티스가 계약된 내용의 CDMO를 수행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계약 수준의 스케일업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계약을 완수하지 못한 만큼 마일스톤을 회수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원진바이오는 큐라티스와 지난해 9월 계약 종료 후 전남 화순에 있는 다른 업체와 CDMO 계약을 맺고 3개월에 걸쳐 1000L 스케일 공정개발을 마쳤다.

양사는 재판을 통해 시비를 가리겠다는 입장이다.

큐라티스는 원진바이오와의 분쟁 및 소송에 대해 한국거래소가 이미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남은 상장 일정에는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큐라티스 관계자는 “CDMO 업체와 고객사간 분쟁은 업계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기술성평가를 받아 코스닥에 상장하려는 기업에 대한 평가는 선도 후보물질의 경쟁력과 기술력의 수준을 검증하는 게 우선”이라며 “부가적인 사업(큐라티스의 경우 CDMO)으로 발생하는 매출이나 사업실적은 상장 가부를 결정하는 데 주요 평가요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큐라티스의 선도 후보물질은 결핵예방백신(BCG)의 부스터 백신으로 개발 중인 ‘QTP101’과 주혈흡충증백신 ‘QTP105’다.

큐라티스는 기술특례제도를 통해 지난 1월 상장승인을 받았으며 오는 30일 수요예측, 다음달 5~7일 일반청약을 받는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5월 15일 8시 42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