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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트렌드 | 류은혁의 기업분석실

관리종목 지정 유예 등 '특례 상장사' 선호
경영 컨설팅 명목으로 상장사 경영진에 접근하기도
유통 주식수 적고, 지배력 탄탄…장기간 시세조종 나서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작전세력이나 기업사냥꾼들의 먹잇감으로 찍히는 기업들은 어떤 곳일까, 주로 경영상 약점이 있거나 대주주 보유 지분이 취약한 한계기업으로 알고 있다. 주가조작, 분식회계 등을 일삼아 회사를 거덜 낸 뒤 개인투자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구조다. 그런데 최근 주식시장에서 거래량이 적은 우량 종목이나 새내기주를 노리는 작전세력이 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이들 작전세력은 경영 컨설팅 명목으로 상장사 경영진에게 접근한 뒤 주가를 띄어주겠다며 여러 사업 아이템을 제시한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타법인 인수나 회사 매각을 제안하는 곳도 있다. 세력들은 주식 유통 물량이 많지 않으면서도, 상장 관련 혜택이 많은 특례 상장사를 주로 노린다.

코스닥 특례상장 기업은 매출액 기준으로 상장한 해를 포함해 5년, 손실 비율로는 3년 동안 관리종목 지정이 유예된다. 일반 상장사들이 △매출 30억원 미만 △최근 3년 내 2회 이상 연간 손실이 자본의 50% 초과 △4년 연속 영업손실 발생 △자본 10억원 미만 등의 사유가 발생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 것에 비해 다양한 혜택을 받는 것이다.

시세조종 등을 일삼는 작전세력들 입장에선 특례 상장사가 꽤 괜찮은 '쉘'(shell·껍데기)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흔히 선수로 불리는 세력들은 쉘을 정하고 펄(Pearl)을 내놓은 후 롤링(Rolling)으로 시세를 조종한다. 쉘은 시세조종 대상 상장사를, 펄은 주가부양을 위한 호재성 공시(M&A나 신사업)나 뉴스, 롤링은 주식을 사고팔면서 거래량을 늘려 주가를 올리는 행위이다.

만약 특례 상장사의 경영권 등이 작전세력에 넘어가게 되면 회사 재무는 십중팔구 망가진다. 시장에서 관심이 큰 테마에 올라타기 위해 본업은 뒷전이 된다. 작전 세력들은 '펄'을 만들기 위해 신사업 추진부터 정관 변경, 비상장사 법인 인수 등에 집중한다. 이 과정에서 회사 재무가 망가지더라도 당장의 큰 걱정은 없다. 특례 상장사 혜택에 따라 상장폐지 요건이나 관리종목 지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례 상장사를 손에 쥔 작전세력들은 장기간에 걸쳐 시세조종에 나선다.

특례 상장사는 최대주주 관련 지분율이 높은 데다가, 보호예수에 묶여 시중에 풀린 주식 수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시장에서 장기간 주식을 사들이면 주가를 인위적으로 밀어올릴 수 있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의 핵심 세력인 라덕연 대표가 투자한 종목들도 주식 유통량이 적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배구조도 탄탄하다고 볼 수 있다.

지배구조가 취약할 경우 기업사냥꾼들의 주요 공격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기업사냥꾼은 보통 무자본 인수·합병(M&A) 방식으로 상장사를 사들인다. 무자본 M&A는 자기 자본 없이 돈을 빌려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그 자체로는 불법이 아니지만 무리한 시세차익 추구로 허위사실 유포, 시세 조종, 횡령 등 자본시장법상 금지 행위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작전주나 기업사냥꾼들은 무엇보다 종목 선정에서 치밀함을 보인다. 과거 작전세력의 타깃이 되는 종목은 계속 기업으로서 제대로 된 사업을 영위하는지 의심스러운 곳이 많았지만, 지금은 전문가들도 작전주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 외견상 수상한 기업이나 한계기업을 통해 개인투자자들을 유혹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이런 기업들을 피하려면 투자자가 조심해야 한다. 사업성이 확인되지 않은 해외 기업이나 자산 인수를 위해 상당액의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갈 경우 우선적으로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최대주주 변경과 함께 신사업이나 타법인 인수가 함께 진행될 경우에도 경위를 세세히 살펴야 한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