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지를 점유한 외국 외교공관 건물을 철거할 수는 없지만 재판을 통해 사용료 지급은 요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는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A사가 몽골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심의 각하 결정을 깨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돌려보냈다. 외국이 공관 지역으로 점유하는 부동산에 대한 금전 지급 청구 소송에서 우리나라 법원의 재판권을 인정한 첫 판결이다.

A사는 2015년 서울 한남동 주한몽골대사관 옆에 있는 땅을 매입했다. 이후 이 땅의 약 30㎡를 몽골대사관이 공관 건물과 부속 창고 용도로 사용 중인 것을 알게 됐다. 이에 A사는 건물을 철거하고 해당 토지를 돌려달라며 2017년 2월 몽골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땅을 무단으로 점유한 데 대한 부당이득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1·2심 법원은 A사의 청구를 각하했다. 대법원은 토지 인도 청구 부분에 대해서는 “국제법상 외국의 공관지역은 원칙적으로 불가침이며 접수국은 이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며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부당이득 반환 청구 부분만큼은 재판권이 있다며 원심 판결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금전 지급 청구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외교공관의 직무 수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