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다" 장갑차 구매 줄인 호주…'K방산' 곳곳 지뢰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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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다" 장갑차 구매 줄인 호주…'K방산' 곳곳 지뢰밭](https://img.hankyung.com/photo/202305/01.33609323.1.png)
장갑차 구매 450→129대로 … 자주포 추가도입 취소
한화에어로 "사업 축소되도 수주 노력 계속할 것"
호주 정부가 최근 예산 문제로 호주 육군용 장갑차 수요를 3분의 1 수준으로 줄이면서 그동안 호주에 보병전투차량(IFV) 수출을 준비해온 국내 방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K-9 자주포와 같은 추가 자주포 사업도 취소돼 낙관적 전망이 지배적이던 ‘K방산’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렸다는 평가다. 가성비에서 한국 무기가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해외 여러 정치적 상황에 따라 구매 ‘우선순위’가 바뀔 수 있어 방산업계 주의가 필요하다는 평가다.
호주, 자주포 2단계 사업도 전면 취소
호주 정부는 지난달 말 110쪽 분량의 ‘국방전략보고서(DSR)’ 결과를 공개했다. DSR은 호주의 국방 정책, 계획, 능력 및 자원을 포괄적으로 평가하고,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기 위한 개혁 방안을 제시하는 보고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는 미국과의 전략적 동맹 강화와 자체 군사력 보강을 택했다. 지상 및 수중에서 정보, 감시, 정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해상 드론’ 등을 갖출 계획이다. F-35A 스텔스 전투기와 FA-18F 전투기에서 쏠 수 있는 장거리 대함 미사일 등을 도입한다.![2021년 호주에서 성능시험 평가를 받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AS-21
'레드백'(왼쪽)과 독일 라인메탈의 '링스' 장갑차/ 호주군](https://img.hankyung.com/photo/202305/01.33420530.1.jpg)
![호주의 장갑차 사업 축소 계획을 밝힌 국방전략보고서.](https://img.hankyung.com/photo/202305/01.33420608.1.jpg)
![호주 정부가 지난 4월 발간한 '국방전략보고서(DSR)' 표지](https://img.hankyung.com/photo/202305/01.33420569.1.jpg)
호주에서 ‘AS-21’ 레드백으로 독일과 함께 장갑차 수주전을 벌이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막상 보고서 내용이 공개되자 당황스러워하는 반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물량이 줄어들더라도 수주 계획은 변함이 없다”며 “호주가 사업제안서 제출을 요구하면 입찰가 등을 다시 책정해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독일 라인메탈이 호주 IFV 입찰가를 수정해 다음달 말까지 호주 정부에 제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한화가 현지 생산 시 줄어든 도입 물량으로 생산비용이 늘어 독일 경쟁사(라인메탈)에 비해 수주전에서 불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라인메탈은 올해 들어 ‘박서 전투정찰차량(CRV)’을 내년께 호주 퀸즐랜드 현지 공장에서 역수입해 공급받는 방안을 호주 정부와 논의하고 있다. 미국 디펜스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최근 호주군으로부터 180억유로(약 26조원)에 달하는 수백 대의 박서 CRV를 구입하기로 했다. 군사 칼럼니스트인 최현호 밀리돔 대표는 “호주가 장갑차의 현지 생산을 원할 경우 이미 박서 CRV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는 라인메탈이 유리하다”며 “호주로서는 처음 쓰는 한국 무기보다 이미 도입한 독일 장갑차를 선호할 수 있다”고 했다.
호주, MLRS로 美 ‘하이마스’ 선호…천무 수출 무산
지난해부터 K방산은 중흥기를 맞았다. 하지만 방산업계에선 호주 사례에서 보듯이 언제든 무기 수주 환경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현재 겉보기에 한국 방산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올 1분기 말레이시아와 1조2000억원 규모 FA-50 경공격기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지난 2월 루마니아 국영 방산업체 롬암과 무기체계 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었다.![2020년 미 육군이 알래스카 아일슨 공군기지서 하이마스가 발사되는 모습. 미군 영상정보배포시스템(DVIDS).](https://img.hankyung.com/photo/202305/01.33420798.1.jpg)
2020년께 KAI가 FA-50을 아르헨티나에 수출하려다 무산된 일도 있다. FA-50은 영국의 마틴베이커가 만든 조종사 ‘사출좌석’을 사용한다. 아르헨티나와 과거 포클랜드 전쟁을 치렀던 영국이 아르헨티나에 사출좌석의 부품 공급을 거부하면서 경공격기 수출은 없던 일이 됐다. 김민욱 국방과기술 편집장은 “현재 가장 성공적 진출인 폴란드 시장도 정권이 바뀌면 불확실성이 있다”며 “정치권에 떠밀려 수주에 나서지 말고 정교하게 전략을 짜 해외 시장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