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한국에 40억원 아파트"…다른 재산 입닫아
국내외에 거액의 재산을 은닉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11일 낮 12시 30분(현지시간)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섰다.

권 대표와 그의 측근 한모 씨에 대한 첫 재판의 핵심 쟁점은 보석 청구였다.

권 대표 등은 앞서 3월 23일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위조 여권을 갖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체포된 뒤 공문서위조 혐의로 기소됐다.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은 검찰의 구금 연장 청구를 받아들여 3월 24일과 4월 21일, 두 차례에 걸쳐 구금을 연장했다. 구금 기간 연장은 최대 30일까지다.

권 대표 등은 이날 첫 재판에서 보석금으로 각각 40만 유로(약 5억8천만원)를 내겠다며 보석을 청구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게 해달라는 것이다.

재판을 주관한 이바나 베치치 판사는 권 대표를 퇴정시킨 뒤 한 씨에게 보석금을 누가 내는지, 재산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먼저 물었다.

한 씨는 아내가 보석금을 낼 것이라고 답했고, 세르비아와 한국에 각각 1채씩 보유한 아파트를 포함해 자신의 자산이 대략 500만 유로(약 73억원)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큰 액수에 대부분이 몬테네그로 현지 취재진으로 채워진 방청석에서 작은 탄성이 새어 나왔다. 몬테네그로 상급 법원은 이번 재판에 쏠린 국제적인 관심을 반영해 국외 언론사에도 취재 신청을 받았고, 연합뉴스는 한국 언론사로는 유일하게 취재 승인을 받아 직접 재판을 참관했다.

한 씨에 대한 판사의 질의가 끝난 뒤 이번에는 권 대표 차례였다. 다시 법정으로 들어온 권 대표는 한 씨와 동일하게 보석금을 아내가 낼 것이라고 답했다.

베치치 판사가 재산 규모를 묻자 권 대표는 "한국에 아파트 1채가 있다"고 답했다. 권 대표는 다른 재산은 뭐가 있느냐는 질문에 "언론 앞에선 밝히기 어렵다"며 난색을 보였다.

베치치 판사는 권 대표가 재산 규모를 정확하게 밝혀야 보석과 관련한 결정을 내릴 수 있고, 재산 규모를 계속 숨길 경우 향후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자 권 대표는 "한국에 있는 아파트는 300만 달러(약 40억원) 정도 된다"며 "아내와 공동명의"라고 소개했다.

그는 "다른 재산은 유동 자산이라서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정확하게 말할 수 없다"며 "내 회사에 대한 지분도 이 회사가 주식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회사라서 얼마만큼의 '밸류'(value·가치)가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권 대표는 가상화폐 '테라·루나'를 발행한 테라폼랩스의 공동 창업자다. 지난해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인한 피해 금액만 5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과정에서 거액의 범죄수익을 은닉했을 것으로 의심받는 권 대표가 재산 규모를 밝히지 않자 하리스 샤보티치 검사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샤보티치 검사는 피고인들의 재력에 비해 보석금 규모가 턱없이 작고, 피고인들이 재산 규모에 대해 모호하게 진술하고 있으며, 이들에게 인터폴 적색 수배가 내려진 만큼 도주할 위험이 크다면서 보석을 허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권 대표의 현지 변호인인 브란코 안젤리치는 "의뢰인들이 이 재판에서 나온 정보가 언론을 통해 노출되면 다른 나라에서 진행되는 소송에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젤리치 변호사는 판사에게 취재진이 있어서 의뢰인이 예민하게 반응한 것 같다며 재판정에 있는 취재진을 2∼3분 정도 퇴정시킨다면 재산 규모를 공개하겠다고 말했지만, 베치치 판사는 이를 수락하지 않았다.

권 대표 등의 보석과 관련한 결정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몬테네그로 일간지 '비예스티'의 옐레나 요바노비치 기자는 대개 사흘 이내에 결정이 내려진다고 귀띔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영호기자 hoya@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