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계속 오르는데, 다이먼 "워룸 매일 소집"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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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증시는 11일(미 동부시간) 전반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침부터 하락세로 출발했습니다. 장 막판 회복했지만, 다우는 0.66%, S&P500 지수는 0.17% 내렸습니다. 하지만 나스닥은 오늘도 홀로 0.18%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지수보다 시장 내부는 더 좋지 않았습니다. 알파벳 테슬라 아마존 등 일부 빅테크 주식만 크게 올랐고 하락한 주식이 훨씬 많았습니다.
4월 소비자물가(CPI)가 예상보다 좋게 나온 가운데 오늘 아침 발표된 생산자물가(PPI)도 기대보다 나았습니다. 헤드라인 PPI는 4월 한 달 전보다 0.2% 상승해 3월(-0.4%)보다 높아졌지만, 예상(0.3% 상승)보다는 괜찮았습니다. 월가는 에너지 가격 상승 탓에 그 정도는 올라갈 것으로 봤죠. 전년 대비로도 2.3% 오르는 데 그쳐 예상(2.4%)이나 3월(2.7%)보다 낮았습니다. 에너지와 음식을 뺀 근원 PPI도 전월 대비 0.2% 상승해 3월(0%)보다 올랐지만 역시 월가 추정치(0.3%)엔 미치지 못했습니다. 전년 대비로도 3.2%(예상 3.3%) 올랐습니다.
이런 수치는 미 중앙은행(Fed)의 6월 금리 동결 예상을 뒷받침하는 수치입니다. 인디펜던스 어드바이저의 크리스 자카렐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틀 연속 좋은 인플레이션 데이터를 봤다. CPI와 PPI 모두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이는 Fed가 다음 회의에서 잠시 멈출 여지를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금리 인하를 부르기엔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월가는 4월 CPI와 PPI를 기반으로 Fed의 벤치마크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를 추정했는데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4.6% 안팎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3월과 같은 수준입니다. 씨티의 경우 0.38%, 4.7%로 추정했고, 모건스탠리는 0.35%, 4.6%로 내다봤습니다. 같은 시간 발표된 지난주(~6일) 신규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이전 주보다 2만2000명 증가한 26만4000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예상(24만5000건)을 크게 넘어선 것이며,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많은 수치입니다. 지난달 29일로 끝난 한 주간 연속 실업급여 청구 건수도 전주보다 1만2000건 늘어난 181만3000건으로 나타났습니다.
가파른 실업 청구 상승세는 약간의 우려를 불렀습니다. 코메리카 은행은 "실업급여 청구는 노동 시장에서 약간의 여유가 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업은 향후 6개월 동안 계속 높아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Fed가 2024년까지 금리를 유지하기보다 올해 말 인하를 시작할 것 같다"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예상보다 많은 실업급여 청구 증가는 매사추세츠주에서 청구가 급증한 탓이었습니다. 매사추세츠에서만 한 주 만에 6000건 이상 증가해 약 3만5000건을 기록했습니다. 4주 전 매사추세츠의 초기 청구 건수는 1만5900건이었습니다. 또 연속 청구 건수는 여전히 180만 건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물가 고용 모두 둘 다 경기 둔화 조짐을 나타낸 것이죠. 이들 데이터가 나온 뒤 뉴욕 채권시장에서 국채금리는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3.34%까지 하락했고, 2년물은 3.81%까지 밀렸다가 장 마감 시점에 낙폭을 축소했습니다. 오후 4시께 미 국채 10년물은 4.8bp 내린 3.388%, 2년물은 0.6bp 하락한 3.895%에 거래됐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약보합세로 출발했습니다.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경제 데이터에도 약보합세를 보인 것은 은행 불안이 일부 되살아난 탓이었습니다. 팩웨스트 은행은 공시를 통해 5월 5일로 끝난 한 주간 예금이 9.5%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팩웨스트는 지난 3일 "매각 등 전략적 옵션을 모색하고 있다"라고 밝힌 뒤 주가가 50% 넘게 폭락했죠. 하지만 다음날인 4일 "이례적 예금 흐름을 겪고 있지 않다. 3월 말 이후 예금은 증가했다"라고 밝히면서 안정을 되찾고 있었는데, 공시를 보니 4~5일 이틀간 예금이 10% 가까이 빠져나간 것입니다.
이에 개장 전 거래부터 주가는 20% 이상 폭락하면서 다들 지역은행 주식까지 끌어내렸습니다. 10% 안팎 급락하던 웨스턴 얼라이언스 은행은 급히 공시를 내고 지난 5월 2일 이후 예금이 6억 달러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장중 상승세로 전환하기도 했지만 0.77% 하락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팩웨스트는 -22.7% △코메리카 -6.79% △자이언 -4.51% 등 지역은행주는 상당수 하락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에릭 로젠그린 전 보스턴 연방은행 총재는 "초기 실업급여 청구 26만4000건은 더 높은 금리와 은행 혼란이 노동 시장 둔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첫 징후일 수 있다. 이는 인플레이션에 도움이 되지만 은행 문제는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노동 시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오늘 실리콘밸리 은행(SVB) 파산 등으로 인해 예금보험기금 손실을 보충하겠다며 추가 보험료 부과 방침을 밝혀 대형 은행주도 줄줄이 약세를 보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전 8시 15분 블룸버그 TV에 등장한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CEO도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는 지난주 매일 궁지에 몰린 미국 지역은행의 지도부를 만났다면서 "몇 개 은행이 더 실패할 수 있으며 이는 정상적 일이다. 나는 지역은행들이 꽤 강하다고 생각하지만 (파산할 은행이) 조금 더 있을 것으로 추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다이먼은 또 "은행 위기를 끝내야 한다. 금융당국은 더 나은 상황을 만들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한다"라며 은행주 공매도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옵션, 파생상품, 공매도를 살펴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누군가 뭔가 잘못하고 있다면 강력하게 추적해 최대한 처벌을 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다이먼 CEO는 또 전반적으로 하반기 경제에 대해 자신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소비자들이 여전히 은행 계좌에 잉여 저축을 갖고 있지만 빠르게 지출을 줄이고 있으며 "올해 후반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때쯤이면 Fed의 긴축 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이먼은 "이 두 가지가 아마도 연말에 나타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 이런 위험들을 감안할 때 "약한 경기 침체는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모기지은행협회(MBA)는 오늘 1분기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4분기 대비 42% 감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대출 활동은 일반적으로 올해 1분기에 감소하지만 최근 수치는 2014년 이후 가장 느린 속도라고 MBA는 말했습니다. 대출 감소는 거래가 급감했다는 뜻이며, 이로 인해 가치가 하락할 수 있습니다. 지역은행들이 이런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70%를 보유하고 있지요. MBA의 제이미 우드웰 상업용 부동산 리서치 헤드는 "금리와 부동산 가치에 대한 불확실성과 변동성 등으로 인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거래 정체에 빠졌다. 대출 만기가 다가오고 변동금리 대출이 다시 설정되면 시장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더 많은 인사이트를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은행, 부동산 불안은 기본적으로 금리가 상승한 데 기인합니다. 그런데도 닐 캐시캐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은 내려갔지만, 여전히 목표치인 2%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내려오고 있다는 몇 가지 증거가 있지만, 지금까지는 꽤 끈질기다. 그건 우리가 오랫동안 금리를 유지하리라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SVB 붕괴 이후 시장이 진정되고 있다는 "희망적 징후"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오늘 영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해 2008년 이후 최고인 4.5%로 높였습니다. 그리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한다면 추가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JP모건 자산운용은 "지역은행에는 여전히 더 많은 고통이 있을 수 있다"라면서 "이들의 출혈을 멈추려면 다섯 가지 정책이 필요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① 금리 인하=문제의 원인인 보유 채권의 미실현 손실이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Fed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② 유동성 증가=시중 유동성을 늘리면 은행들은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Fed는 양적 긴축(QT)을 이어가고 있다
③ 예금보험 개혁=예금을 현재 한도인 25만 달러 이상으로 확대하면 예금 대량인출 위험을 줄인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논쟁 여지가 있다.
④ 은행주 공매도 금지=SEC가 2008년처럼 의회 승인 없이 공매도를 금지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장 개입이란 역풍 우려가 있다.
⑤ 지역은행 간 통합=(독과점 우려 등으로) 규제 당국의 승인이 쉽지 않을 수 있다.
JP모건은 "금리 인하가 가장 쉬운 해결책 같지만, 인플레이션이 높으므로 그리 간단하지 않다"라면서 "다행인 건 균열은 있지만, 지금은 2008년처럼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계속되는 은행 스트레스는 경기가 더 둔화할 것이란 신호다. 우리는 국채 등 보다 방어적이고 경기 침체기에 보호를 제공할 수 있는 자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투자심리를 계속 짓누르고 있는 요인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부채한도 협상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어젯밤 CNN에 출연해 공화당에 "민주당이 대규모 지출 삭감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채무불이행의 재난이 닥치게 놔둬라"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다이먼 CEO는 "디폴트의 영향은 트럼프가 모르는 또 다른 하나의 영역"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채무불이행이 발생한다면 잠재적 재앙이 될 것이다. 디폴트가 가까워질수록 패닉에 빠질 것이다. 시장은 불안정해지고 아마도 주식 시장은 하락할 것이며 국채 시장은 문제를 갖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JP모건이 디폴트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이른바 '워룸' 회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6월 1일 데드라인(X-date)이 다가옴에 따라 "워룸을 더 자주 소집할 것"이라며 "5월 21일부터는 매일 회의를 열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만약 디폴트가 발생한다면 금융시장은 어떻게 움직일까요? 미국에선 2차 대전 이후 채무불이행이 없었습니다. 가장 가까웠던 사례가 2011년 국가신용등급 강등 때인데요. JP모건에 따르면 당시 신용등급 강등 앞뒤로 한 달씩, 두 달 동안 장기 국채 금리는 120bp가량 하락했습니다. JP모건은 일부는 경기 침체 우려로, 일부는 안전자산 선호로 인해 금리가 내려갔다고 밝혔습니다. 달러는 당시 부채한도 합의를 앞둔 주에 1.4% 하락했다가 신용등급이 강등되자 역시 안전자산 수요로 상승세로 돌아섰죠. 금은 합의 전 한 달간 10% 올랐고 이후에도 추가 상승했습니다. JP모건은 부채한도 위험을 피하고 싶은 투자자라면 달러와 금, 그리고 장기 국채를 사둘 것을 권했습니다. 뉴욕 증시 폐장 직후 내일(12일)로 예정됐던 조 바이든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등 의회 지도자들의 만남이 다음주 초로 연기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다만 부정적인 건 아닙니다. 블룸버그는 "회동 연기는 (공화당이 요구하는) 에너지 채굴 허용과 정부 지출 삭감에 대한 실무진 회담이 진전을 이뤘다는 신호"라고 보도했습니다. 매카시 의장은 기자들에게 실무진들이 논의를 더 하는 게 "더 생산적"이라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습니다.
부채한도 합의가 이뤄진다 해도 모두가 행복해지는 건 아닙니다. JP모건은 합의가 이뤄지면 그동안 미뤄졌던 재무부의 국채 발행이 급증하면서 시장 유동성을 빨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공화당의 지출 감축 요구가 수용될 경우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은행 혼란, 부채한도 불안 등은 빅테크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소시에테 제네랄은 "우리는 은행 혼란으로 인한 자금 이동이 증시 변동성을 낮춘다고 본다. 돈이 시가총액 비중이 압도적인 대형기술주에 쏠리면서 증시는 더 안정적으로 움직인다"라고 밝혔습니다. 어찌 보면 역설적이죠. 실제 인공지능 챗봇 '바드'(Bard)를 전 세계적으로 공개한 알파벳의 주가는 어제 4.1% 뛴 데 이어 오늘도 4.3% 상승했습니다. 8월 이후 최고가 수준입니다. 모건스탠리의 브라이언 노왁 애널리스트는 "AI가 예상보다 빠르게 구글의 모든 제품을 재구성하고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아마존은 1.81% 올라 8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메타는 1.16%, 테슬라도 2.1% 올랐습니다. 반면 전날 실적 발표에서 디즈니+ 가입자가 지난 분기 400만 명 감소했다고 밝힌 디즈니는 주가가 8.74% 폭락했습니다. 오늘 다우가 크게 내린 원인입니다.
중국의 경제 성장은 순탄치 않아 보입니다. 오늘 발표된 4월 CPI 상승률이 0.1%(전년 대비)에 그쳐 2년 2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습니다. 또 PPI는 전년 대비 3.6% 하락해 3월의 -2.5%보다 하락 폭이 커졌습니다. 중국 경제 회복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 철광석 구리 등 금속 가격은 일제히 2~3%씩 급락했습니다. 기초 금속 가격은 중국의 경제 재개로 작년 말부터 지난 3월까지 랠리했지만, 지난 두 달간 내림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제프리스는 "중국의 금속 수요 회복이 정체되었으며 중국 정부의 추가 정책적 지원 없이는 가격이 큰 폭 하락할 위험에 처해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국제 유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2.33% 하락한 배럴당 70.87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하지만 금리 인하를 부르기엔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월가는 4월 CPI와 PPI를 기반으로 Fed의 벤치마크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를 추정했는데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4.6% 안팎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3월과 같은 수준입니다. 씨티의 경우 0.38%, 4.7%로 추정했고, 모건스탠리는 0.35%, 4.6%로 내다봤습니다. 같은 시간 발표된 지난주(~6일) 신규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이전 주보다 2만2000명 증가한 26만4000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예상(24만5000건)을 크게 넘어선 것이며,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많은 수치입니다. 지난달 29일로 끝난 한 주간 연속 실업급여 청구 건수도 전주보다 1만2000건 늘어난 181만3000건으로 나타났습니다.
가파른 실업 청구 상승세는 약간의 우려를 불렀습니다. 코메리카 은행은 "실업급여 청구는 노동 시장에서 약간의 여유가 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업은 향후 6개월 동안 계속 높아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Fed가 2024년까지 금리를 유지하기보다 올해 말 인하를 시작할 것 같다"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예상보다 많은 실업급여 청구 증가는 매사추세츠주에서 청구가 급증한 탓이었습니다. 매사추세츠에서만 한 주 만에 6000건 이상 증가해 약 3만5000건을 기록했습니다. 4주 전 매사추세츠의 초기 청구 건수는 1만5900건이었습니다. 또 연속 청구 건수는 여전히 180만 건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물가 고용 모두 둘 다 경기 둔화 조짐을 나타낸 것이죠. 이들 데이터가 나온 뒤 뉴욕 채권시장에서 국채금리는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3.34%까지 하락했고, 2년물은 3.81%까지 밀렸다가 장 마감 시점에 낙폭을 축소했습니다. 오후 4시께 미 국채 10년물은 4.8bp 내린 3.388%, 2년물은 0.6bp 하락한 3.895%에 거래됐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약보합세로 출발했습니다.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경제 데이터에도 약보합세를 보인 것은 은행 불안이 일부 되살아난 탓이었습니다. 팩웨스트 은행은 공시를 통해 5월 5일로 끝난 한 주간 예금이 9.5%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팩웨스트는 지난 3일 "매각 등 전략적 옵션을 모색하고 있다"라고 밝힌 뒤 주가가 50% 넘게 폭락했죠. 하지만 다음날인 4일 "이례적 예금 흐름을 겪고 있지 않다. 3월 말 이후 예금은 증가했다"라고 밝히면서 안정을 되찾고 있었는데, 공시를 보니 4~5일 이틀간 예금이 10% 가까이 빠져나간 것입니다.
이에 개장 전 거래부터 주가는 20% 이상 폭락하면서 다들 지역은행 주식까지 끌어내렸습니다. 10% 안팎 급락하던 웨스턴 얼라이언스 은행은 급히 공시를 내고 지난 5월 2일 이후 예금이 6억 달러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장중 상승세로 전환하기도 했지만 0.77% 하락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팩웨스트는 -22.7% △코메리카 -6.79% △자이언 -4.51% 등 지역은행주는 상당수 하락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에릭 로젠그린 전 보스턴 연방은행 총재는 "초기 실업급여 청구 26만4000건은 더 높은 금리와 은행 혼란이 노동 시장 둔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첫 징후일 수 있다. 이는 인플레이션에 도움이 되지만 은행 문제는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노동 시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오늘 실리콘밸리 은행(SVB) 파산 등으로 인해 예금보험기금 손실을 보충하겠다며 추가 보험료 부과 방침을 밝혀 대형 은행주도 줄줄이 약세를 보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전 8시 15분 블룸버그 TV에 등장한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CEO도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는 지난주 매일 궁지에 몰린 미국 지역은행의 지도부를 만났다면서 "몇 개 은행이 더 실패할 수 있으며 이는 정상적 일이다. 나는 지역은행들이 꽤 강하다고 생각하지만 (파산할 은행이) 조금 더 있을 것으로 추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다이먼은 또 "은행 위기를 끝내야 한다. 금융당국은 더 나은 상황을 만들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한다"라며 은행주 공매도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옵션, 파생상품, 공매도를 살펴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누군가 뭔가 잘못하고 있다면 강력하게 추적해 최대한 처벌을 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다이먼 CEO는 또 전반적으로 하반기 경제에 대해 자신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소비자들이 여전히 은행 계좌에 잉여 저축을 갖고 있지만 빠르게 지출을 줄이고 있으며 "올해 후반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때쯤이면 Fed의 긴축 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이먼은 "이 두 가지가 아마도 연말에 나타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 이런 위험들을 감안할 때 "약한 경기 침체는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모기지은행협회(MBA)는 오늘 1분기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4분기 대비 42% 감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대출 활동은 일반적으로 올해 1분기에 감소하지만 최근 수치는 2014년 이후 가장 느린 속도라고 MBA는 말했습니다. 대출 감소는 거래가 급감했다는 뜻이며, 이로 인해 가치가 하락할 수 있습니다. 지역은행들이 이런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70%를 보유하고 있지요. MBA의 제이미 우드웰 상업용 부동산 리서치 헤드는 "금리와 부동산 가치에 대한 불확실성과 변동성 등으로 인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거래 정체에 빠졌다. 대출 만기가 다가오고 변동금리 대출이 다시 설정되면 시장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더 많은 인사이트를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은행, 부동산 불안은 기본적으로 금리가 상승한 데 기인합니다. 그런데도 닐 캐시캐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은 내려갔지만, 여전히 목표치인 2%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내려오고 있다는 몇 가지 증거가 있지만, 지금까지는 꽤 끈질기다. 그건 우리가 오랫동안 금리를 유지하리라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SVB 붕괴 이후 시장이 진정되고 있다는 "희망적 징후"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오늘 영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해 2008년 이후 최고인 4.5%로 높였습니다. 그리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한다면 추가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JP모건 자산운용은 "지역은행에는 여전히 더 많은 고통이 있을 수 있다"라면서 "이들의 출혈을 멈추려면 다섯 가지 정책이 필요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① 금리 인하=문제의 원인인 보유 채권의 미실현 손실이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Fed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② 유동성 증가=시중 유동성을 늘리면 은행들은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Fed는 양적 긴축(QT)을 이어가고 있다
③ 예금보험 개혁=예금을 현재 한도인 25만 달러 이상으로 확대하면 예금 대량인출 위험을 줄인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논쟁 여지가 있다.
④ 은행주 공매도 금지=SEC가 2008년처럼 의회 승인 없이 공매도를 금지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장 개입이란 역풍 우려가 있다.
⑤ 지역은행 간 통합=(독과점 우려 등으로) 규제 당국의 승인이 쉽지 않을 수 있다.
JP모건은 "금리 인하가 가장 쉬운 해결책 같지만, 인플레이션이 높으므로 그리 간단하지 않다"라면서 "다행인 건 균열은 있지만, 지금은 2008년처럼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계속되는 은행 스트레스는 경기가 더 둔화할 것이란 신호다. 우리는 국채 등 보다 방어적이고 경기 침체기에 보호를 제공할 수 있는 자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투자심리를 계속 짓누르고 있는 요인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부채한도 협상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어젯밤 CNN에 출연해 공화당에 "민주당이 대규모 지출 삭감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채무불이행의 재난이 닥치게 놔둬라"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다이먼 CEO는 "디폴트의 영향은 트럼프가 모르는 또 다른 하나의 영역"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채무불이행이 발생한다면 잠재적 재앙이 될 것이다. 디폴트가 가까워질수록 패닉에 빠질 것이다. 시장은 불안정해지고 아마도 주식 시장은 하락할 것이며 국채 시장은 문제를 갖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JP모건이 디폴트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이른바 '워룸' 회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6월 1일 데드라인(X-date)이 다가옴에 따라 "워룸을 더 자주 소집할 것"이라며 "5월 21일부터는 매일 회의를 열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만약 디폴트가 발생한다면 금융시장은 어떻게 움직일까요? 미국에선 2차 대전 이후 채무불이행이 없었습니다. 가장 가까웠던 사례가 2011년 국가신용등급 강등 때인데요. JP모건에 따르면 당시 신용등급 강등 앞뒤로 한 달씩, 두 달 동안 장기 국채 금리는 120bp가량 하락했습니다. JP모건은 일부는 경기 침체 우려로, 일부는 안전자산 선호로 인해 금리가 내려갔다고 밝혔습니다. 달러는 당시 부채한도 합의를 앞둔 주에 1.4% 하락했다가 신용등급이 강등되자 역시 안전자산 수요로 상승세로 돌아섰죠. 금은 합의 전 한 달간 10% 올랐고 이후에도 추가 상승했습니다. JP모건은 부채한도 위험을 피하고 싶은 투자자라면 달러와 금, 그리고 장기 국채를 사둘 것을 권했습니다. 뉴욕 증시 폐장 직후 내일(12일)로 예정됐던 조 바이든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등 의회 지도자들의 만남이 다음주 초로 연기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다만 부정적인 건 아닙니다. 블룸버그는 "회동 연기는 (공화당이 요구하는) 에너지 채굴 허용과 정부 지출 삭감에 대한 실무진 회담이 진전을 이뤘다는 신호"라고 보도했습니다. 매카시 의장은 기자들에게 실무진들이 논의를 더 하는 게 "더 생산적"이라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습니다.
부채한도 합의가 이뤄진다 해도 모두가 행복해지는 건 아닙니다. JP모건은 합의가 이뤄지면 그동안 미뤄졌던 재무부의 국채 발행이 급증하면서 시장 유동성을 빨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공화당의 지출 감축 요구가 수용될 경우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은행 혼란, 부채한도 불안 등은 빅테크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소시에테 제네랄은 "우리는 은행 혼란으로 인한 자금 이동이 증시 변동성을 낮춘다고 본다. 돈이 시가총액 비중이 압도적인 대형기술주에 쏠리면서 증시는 더 안정적으로 움직인다"라고 밝혔습니다. 어찌 보면 역설적이죠. 실제 인공지능 챗봇 '바드'(Bard)를 전 세계적으로 공개한 알파벳의 주가는 어제 4.1% 뛴 데 이어 오늘도 4.3% 상승했습니다. 8월 이후 최고가 수준입니다. 모건스탠리의 브라이언 노왁 애널리스트는 "AI가 예상보다 빠르게 구글의 모든 제품을 재구성하고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아마존은 1.81% 올라 8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메타는 1.16%, 테슬라도 2.1% 올랐습니다. 반면 전날 실적 발표에서 디즈니+ 가입자가 지난 분기 400만 명 감소했다고 밝힌 디즈니는 주가가 8.74% 폭락했습니다. 오늘 다우가 크게 내린 원인입니다.
중국의 경제 성장은 순탄치 않아 보입니다. 오늘 발표된 4월 CPI 상승률이 0.1%(전년 대비)에 그쳐 2년 2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습니다. 또 PPI는 전년 대비 3.6% 하락해 3월의 -2.5%보다 하락 폭이 커졌습니다. 중국 경제 회복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 철광석 구리 등 금속 가격은 일제히 2~3%씩 급락했습니다. 기초 금속 가격은 중국의 경제 재개로 작년 말부터 지난 3월까지 랠리했지만, 지난 두 달간 내림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제프리스는 "중국의 금속 수요 회복이 정체되었으며 중국 정부의 추가 정책적 지원 없이는 가격이 큰 폭 하락할 위험에 처해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국제 유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2.33% 하락한 배럴당 70.87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