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합쳐 자산 '40조'…'을' 이재용이 식당서 만난 사람은? [황정수의 반도체 이슈 짚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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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출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실리콘밸리서 젠슨 황 만나
오마카세 먹으며 미래 사업 논의
엔비디아는 삼성전자의 고객사
이 회장과 황 CEO 저녁 회동
삼성전자 대규모 수주 기대 커져
실리콘밸리서 젠슨 황 만나
오마카세 먹으며 미래 사업 논의
엔비디아는 삼성전자의 고객사
이 회장과 황 CEO 저녁 회동
삼성전자 대규모 수주 기대 커져
자산 28조3500억원(211억달러·포브스 집계 기준 세계 76위)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10조6000억원(79억달러·세계 268위)의 자산을 보유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만나면 어떤 식당에 갈까요. 최근 공개된 한 장의 사진에서 답이 나왔습니다. 이 회장은 22일간의 출장 기간 황 CEO를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 만났습니다. 두 기업인은 실리콘밸리를 구성하는 도시 중 하나인 서니베일(Sunnyvale)의 사와스시(Sawa Sushi)라는 일식집에서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하지만 베이 에어리어(Bay area)라고 불리는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 일대의 살인적인 물가를 생각하면 총 40조원 가까운 자산을 보유한 두 기업가가 '비교적 소박한 곳에서 만났다'고 평가해도 될 것 같습니다. '엄청나게 비싼 가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와스시 옆에 있는 '본스치킨'의 프라이드치킨 한 마리 가격이 30달러(약 4만원)입니다. 치킨집에 가서 먹으면 역시 20% 정도의 팁을 지불해야겠죠. 그러면 치킨 한 마리 먹는데 36달러(4만8000원)가 듭니다. 실리콘밸리 한인 식당 거리에 있는 '청담'이라는 고깃집의 삼겹살은 13온즈(약 350g)에 52달러(약 7만원)입니다. 제가 실리콘밸리 특파원으로 근무하던 시절 가족과 함께 삼겹살 700g에 찌개, 맥주 한 병 먹고 팁을 더하니 170달러(약 23만원) 정도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두 기업가가 비싸고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을 찾았다면 아마 서니베일에서 차로 약 40분 정도 걸리는 샌프란시스코로 나갔을 겁니다. 샌프란시스코는 미쉐린가이드 3 스타 레스토랑이 즐비한 미식의 도시죠. 미팅 장소를 서니베일의 사와스시로 정한 건 덜 붐비는 식당에서 편안하게 식사하며 사업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실제 실리콘밸리에선 젠슨 황 CEO나 이 회장처럼 수십조원의 자산을 보유한 세계적인 기업인들이 평범한 식당에서 만나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저도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를 한 스페인 음식 레스토랑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스탠퍼드대학교 앞 '유니버시티 애비뉴' 식당가엔 마크 저커버그 메타(옛 페이스북) 창업자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요. 제가 지인의 소개로 자주 들른 멘로파크(실리콘밸리를 구성하는 도시 중 하나)의 커피바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단골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실리콘밸리에서 함께 일했던 다른 신문사 특파원 선배는 "밥을 먹는데 옆자리에 도어대시(DoorDash·미국 1위 배달앱) 창업자가 아무렇지도 않게 밥을 먹고 있더라"며 놀라기도 했죠. 사와스시의 위치도 흥미롭습니다. 구글맵을 통해 보면 산타클라라에 있는 엔비디아의 본사에서 사와스시까지는 차로 12분. 삼성전자의 실리콘밸리 법인인 삼성리서치아메리카(마운틴뷰)에서 사와스시까지는 14분이 걸립니다. 나름대로 '중립적인' 지역에서 만났다고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사진 속 두 사람의 패션도 관심이 가는데요. 젠슨 황은 트레이드 마크인 검은색 가죽점퍼에 검은 바지를 입고 언제나처럼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습니다. 반대로 이 회장은 셔츠에 정장 바지 차림입니다. 엔비디아와 삼성전자의 '갑을 관계'가 반영이 된 게 아닌가'란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봅니다. 주력 사업을 보면 엔비디아가 '갑', 삼성전자가 '을'입니다.
엔비디아는 2020년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에 '지포스 RTX 3080' 그래픽카드에 들어가는 GPU 생산을 맡겼습니다. 당시 엔비디아의 최신 칩이 삼성전자의 8nm 파운드리 공정을 통해 양산돼 전 세계 게이머들에게 팔린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 엔비디아는 최신 칩 생산을 삼성전자의 경쟁사 대만 TSMC에 위탁합니다. 챗GPT용 GPU로 유명했던 엔비디아의 A100, H100 모두 TSMC 몫입니다. 삼성전자에는 최신이 아닌 개인 고객용 칩 생산을 주문하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TSMC를 따라잡아야 하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입장에선 뼈아픈 현실입니다. 메모리반도체와 관련해선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대부분의 고대역메모리(HBM)을 납품하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 삼성전자 입장에선 자존심에 금이 갈 수 없는 상황입니다. 삼성전자는 절치부심, 하반기에 새로운 HBM 칩을 양산할 계획입니다.
이번에도 'JY(이재용 회장의 영문 약자) 매직'이 통할까요. 올 하반기에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엔비디아의 최신 GPU 위탁생산 수주', '삼성전자, 엔비디아에 HBM3 D램 공급' 같은 기사를 쓸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실리콘밸리의 살인적 물가...일식 오마카세 기본 메뉴가 '25만원'
사와스시는 오마카세 식당입니다. 홈페이지를 보면 2014년 '미국 톱100 레스토랑', 2011~2017년 미쉐린 가이드에 선정됐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6개 음식을 제공하는 기본 코스는 1인당 160달러입니다. 여기에 더해지는 20%의 팁을 더하면 192달러 정도 지급해야 합니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25만원 정도입니다. 요즘 한국에서 '가성비 좋다'고 평가받는 오마카세 식당 1인당 가격이 10만원 안팎인 것을 감안할 때 상당히 비싼 가격으로 보이죠.하지만 베이 에어리어(Bay area)라고 불리는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 일대의 살인적인 물가를 생각하면 총 40조원 가까운 자산을 보유한 두 기업가가 '비교적 소박한 곳에서 만났다'고 평가해도 될 것 같습니다. '엄청나게 비싼 가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와스시 옆에 있는 '본스치킨'의 프라이드치킨 한 마리 가격이 30달러(약 4만원)입니다. 치킨집에 가서 먹으면 역시 20% 정도의 팁을 지불해야겠죠. 그러면 치킨 한 마리 먹는데 36달러(4만8000원)가 듭니다. 실리콘밸리 한인 식당 거리에 있는 '청담'이라는 고깃집의 삼겹살은 13온즈(약 350g)에 52달러(약 7만원)입니다. 제가 실리콘밸리 특파원으로 근무하던 시절 가족과 함께 삼겹살 700g에 찌개, 맥주 한 병 먹고 팁을 더하니 170달러(약 23만원) 정도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두 기업가가 비싸고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을 찾았다면 아마 서니베일에서 차로 약 40분 정도 걸리는 샌프란시스코로 나갔을 겁니다. 샌프란시스코는 미쉐린가이드 3 스타 레스토랑이 즐비한 미식의 도시죠. 미팅 장소를 서니베일의 사와스시로 정한 건 덜 붐비는 식당에서 편안하게 식사하며 사업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실제 실리콘밸리에선 젠슨 황 CEO나 이 회장처럼 수십조원의 자산을 보유한 세계적인 기업인들이 평범한 식당에서 만나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저도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를 한 스페인 음식 레스토랑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스탠퍼드대학교 앞 '유니버시티 애비뉴' 식당가엔 마크 저커버그 메타(옛 페이스북) 창업자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요. 제가 지인의 소개로 자주 들른 멘로파크(실리콘밸리를 구성하는 도시 중 하나)의 커피바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단골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실리콘밸리에서 함께 일했던 다른 신문사 특파원 선배는 "밥을 먹는데 옆자리에 도어대시(DoorDash·미국 1위 배달앱) 창업자가 아무렇지도 않게 밥을 먹고 있더라"며 놀라기도 했죠. 사와스시의 위치도 흥미롭습니다. 구글맵을 통해 보면 산타클라라에 있는 엔비디아의 본사에서 사와스시까지는 차로 12분. 삼성전자의 실리콘밸리 법인인 삼성리서치아메리카(마운틴뷰)에서 사와스시까지는 14분이 걸립니다. 나름대로 '중립적인' 지역에서 만났다고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사진 속 두 사람의 패션도 관심이 가는데요. 젠슨 황은 트레이드 마크인 검은색 가죽점퍼에 검은 바지를 입고 언제나처럼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습니다. 반대로 이 회장은 셔츠에 정장 바지 차림입니다. 엔비디아와 삼성전자의 '갑을 관계'가 반영이 된 게 아닌가'란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봅니다. 주력 사업을 보면 엔비디아가 '갑', 삼성전자가 '을'입니다.
엔비디아는 삼성의 '슈퍼 갑'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로 유명한 세계 1위(시가총액 기준) 반도체기업입니다. 설계에 특화돼있기 때문에 반도체 생산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에 맡깁니다. 세계 2위 파운드리 업체 삼성전자 입장에서 엔비디아는 대형 고객사인 셈이죠. 엔비디아는 또 GPU와 함께 슈퍼컴퓨터, 서버 등에 들어가는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도 구매합니다. 이 회장 입장에서 젠슨 황은 잘 접대해야 하는 '큰 손' 고객입니다.엔비디아는 2020년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에 '지포스 RTX 3080' 그래픽카드에 들어가는 GPU 생산을 맡겼습니다. 당시 엔비디아의 최신 칩이 삼성전자의 8nm 파운드리 공정을 통해 양산돼 전 세계 게이머들에게 팔린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 엔비디아는 최신 칩 생산을 삼성전자의 경쟁사 대만 TSMC에 위탁합니다. 챗GPT용 GPU로 유명했던 엔비디아의 A100, H100 모두 TSMC 몫입니다. 삼성전자에는 최신이 아닌 개인 고객용 칩 생산을 주문하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TSMC를 따라잡아야 하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입장에선 뼈아픈 현실입니다. 메모리반도체와 관련해선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대부분의 고대역메모리(HBM)을 납품하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 삼성전자 입장에선 자존심에 금이 갈 수 없는 상황입니다. 삼성전자는 절치부심, 하반기에 새로운 HBM 칩을 양산할 계획입니다.
젠슨 황과 회동...대규모 수주로 이어질까
이 회장과 젠슨 황의 실리콘밸리 회동이 삼성전자에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까요. 그동안 이 회장은 세련된 매너와 거미줄 같은 글로벌 네트워크(인맥)를 활용해 삼성전자의 수주에 큰 역할을 해왔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전자의 통신장비 수주입니다. 이 회장은 2021년 방한한 미국 통신사 디시네트워크의 찰리 에르젠 회장과 단둘이 5시간가량 북한산에 올라 친분을 쌓았습니다. 그리고 2022년 5월 삼성전자는 디시네트워크로부터 1조원 규모의 5G 통신장비 공급 계약을 따냈습니다.이번에도 'JY(이재용 회장의 영문 약자) 매직'이 통할까요. 올 하반기에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엔비디아의 최신 GPU 위탁생산 수주', '삼성전자, 엔비디아에 HBM3 D램 공급' 같은 기사를 쓸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