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의식한 거대 야당의 선심성 입법 행보가 볼썽사납다. 집권할 땐 증세를 통한 ‘재정 살포’에 집중하더니 정권을 잃고 나자 감세 입법을 통한 퍼주기로 급선회했기 때문이다. 올 들어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감세 법안은 116개(이하 7일 기준)로 국민의힘(68개)보다 2배가량 많다. 법안 발의가 많은 것을 나무랄 순 없지만 선심성 감세 법안이 많다는 점에서 걱정스럽다.

‘취학 전 아동’으로 제한돼 있는 교육비(학원·예체능 과외비) 세액공제 대상을 ‘18세 미만’으로 확대하자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징수해야 할 세금을 안 걷는 조세지출 방식으로 ‘사실상 돈을 뿌리는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지만 관련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 의원이 여럿이다. 연 1조원이 넘는 세수 구멍은 물론이고, 방과 후 활동이 많은 고소득 가구에 혜택이 집중된다는 점에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주택·농사용 전기, 주택용 도시가스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를 내년까지 0%(영세율)로 해주자는 법안도 제출(김경만 민주당 의원)했다. 한국전력·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의 부실 경영이 나라 경제를 뒤흔들어 요금 폭탄이 현실화한 판에 ‘묻지마 세금 인하’라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민주당은 집권 시절 증세로 내달렸다. 법인세, 소득세, 부동산세를 무차별 인상하며 경제활력을 직격하고 ‘연평균 2회 추가경정예산 편성’이라는 초유의 기록도 남겼다. 그래 놓고 이제 감세를 통한 현금 뿌리기로 돌진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서민 득표용 ‘임대차 3법’을 무리하게 밀어붙여 작금의 전세 사기를 초래한 마당에 또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입법에 매달리는 모습이 애잔하기까지 하다. 국민과 경제는 내팽개친 채 오로지 정치적 이득을 위해서라면 못 할 일이 없는 못 믿을 정치집단이라는 의구심이 더 커졌다.

야당만 비판할 일도 아니다. 여당은 수십조원이 소요되는 대구신공항과 광주군공항 이전을 위한 특별법을 야당과 공조해 밀어붙이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국에서 배우겠다’며 외유성 유럽연합(EU) 출장까지 여야가 동행해 다녀오고도 재정준칙 처리는 뒷전이다. 나랏빚이 1000조원을 넘어섰고 올 세수 펑크가 1분기에만 24조원에 달했는데도 국회는 선심성 사업과 포퓰리즘 입법으로 내달리고 있다. ‘이러다 나라 거덜 나겠다’는 주권자들의 함성이 안 들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