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정부가 어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재의 요구(거부권 행사)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건의하기로 했다. 당정은 간호사 처우 개선 등을 위한 법·제도 정비에는 공감하면서도 직역 간 극심한 갈등과 의료 현장 혼란을 초래하는 지금과 같은 방식의 입법은 수용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법안의 공포 또는 재의 요구 시한(19일)이 다가온 상황에서 거부권 행사는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는 16일 국무회의에서 재의 요구 건을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간호법은 여·야, 직역 단체 간 막판 극적 타협이 없다면 야당의 단독 처리, 대통령 거부권 행사, 재투표, 부결 등으로 이어진 양곡관리법의 전철을 밟을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 거대 야당의 일방적 법안 처리가 분란을 키웠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여당 역시 갈등을 적극적으로 조정·중재하지 못한 책임이 작지 않다. 국민 건강보다는 직역 이익만 앞세우는 의료계의 고질적 행태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사회적 합의 없이 처리된 입법 탓에 의료 현장은 폭풍전야다. 간호법 사태가 의료계 직역 이기주의와 맞물리면서 자칫 국민 건강과 생명이 위협받는 최악의 상황이 우려된다. 특히 국무회의 상정을 앞두고 간호사와 의사·간호조무사·응급구조사·임상병리사 등이 나뉘어 벌이고 있는 세 과시는 걱정스럽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13개 단체가 참여하는 보건복지의료연대는 두 차례 연가 투쟁과 전국 동시다발 집회를 연 데 이어 17일엔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이에 맞서 대한간호협회는 지난 13일 열린 서울 광화문 집회에서 정부의 간호법 공포를 촉구했다. 간호협회가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 중인 의견 조사에서 약 98%가 “적극적인 단체행동이 필요하다”고 답해 거부권 행사 땐 의료 현장에 큰 혼란이 예상된다.

의료계는 이제라도 타협에 나서야 한다. 비대면 진료 허용 범위를 놓고 대립하던 의약계와 비대면 플랫폼 산업계가 파국을 막기 위해 대화의 실마리를 찾은 것을 참고할 만하다. 원팀으로 코로나19 극복을 주도한 의료계가 아닌가. 법안 내용에 대한 오해를 대화로 풀어내지 못한다면 그동안 박수와 존경을 보낸 국민에게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