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가 출시된 뒤 AI 기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누가 AI 시대 최종 승자가 될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이런 상황에선 AI 산업에 두루 투자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하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ETF에 투자하더라도 성장성이 높고 유망한 분야는 세심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래픽 = 허라미 기자
그래픽 = 허라미 기자

AI 소프트웨어 기술 기업 투자

AI 기술의 핵심은 알고리즘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주도하는 챗GPT와 이에 맞선 구글 ‘바드’의 핵심 기술도 알고리즘에서 나온다. 미국 시장엔 알고리즘 기술 관련 기업들을 담는 ETF가 많다. 선두 기업인 MS와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을 담고 있는 건 공통점이다.

‘글로벌X 인공지능&기술(AIQ)’은 MS·알파벳과 함께 국내 투자자에게도 익숙한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에 중점 투자한다. 테슬라, 애플, 오라클, 지멘스, IBM 등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기업에 비중을 뒀다는 평가다. 올 들어 ETF는 19.24% 올랐다.

‘로보 글로벌 인공지능(THNQ)’은 MS·알파벳 외 페어이삭, 베리스크애널리틱스, 메르카도리브르, 몽고DB 등 기업을 담고 있다. 안정성보다 성장성을 중시한다는 평가다. 올해 수익률은 17.63%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 AI 기업에 투자하는 ETF도 있다. ‘E Fund 인공지능 테마(159819)’는 AI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중국 소프트웨어 기업들에 주로 투자한다. 올해 수익률은 22.3%. 국내 AI 알고리즘 기업에 투자하는 ETF는 아직 없다. 다만 글로벌 AI 기업들에 원화로 투자할 수 있는 ‘ARIRANG 글로벌 인공지능산업MV’가 거래되고 있다. 올해 19.17% 상승했다.

클라우드·반도체 등 하드웨어업체

AI 알고리즘을 구현하는 하드웨어업체도 눈여겨봐야 한다.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반도체 등이 대표적인 산업이다. ‘아이셰어즈 반도체(SOXX)’와 ‘반에크 반도체 ETF(SMH)’는 AI 반도체 분야의 유망 기업들을 담고 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투자하려면 ‘TIGER Fn반도체TOP10’ ‘KODEX 반도체’ 등의 ETF를 보면 된다. 중국 반도체 기업에 투자하는 ‘GTJA 알리안츠 CSI 풀리 반도체(512480)’는 성장성을 기대할 수 있는 ETF다.

‘퍼스트트러스트 클라우드 컴퓨팅(SKYY)’과 ‘위스덤트리 클라우드 컴퓨팅(WCLD)’은 대형 데이터 서버를 활용하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테마로 한 ETF다. ‘페이서 데이타&인프라 RE(SRVR)’는 데이터센터 관련 기업에 주로 투자한다.

AI 서비스 분야도 주목해야

AI를 활용한 서비스 산업도 유망하다. 로봇 기술은 AI와 가장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산업으로 꼽힌다. ‘글로벌X 로보틱스&인공지능(BOTZ)’은 인튜이티브서지컬, ABB, 다이나트레이스 등 AI 로봇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테마형 ETF다. 로봇 열풍에 힘입어 올 들어 23.39% 올랐다. 로봇 강국 일본 기업들에 집중 투자하는 ETF도 있다. ‘글로벌X 일본 로보틱스&AI(2638)’는 화눅, 키엔스, 팍샤테크놀로지, 애피어그룹, JMDC 등 일본 로봇 기업에 투자한다. 이들 기업은 관련 글로벌 시장을 과점하고 있어 안정성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ETF 가격은 올해 20.8% 올랐다.

자율주행과 의료 서비스도 AI 시대 유망 산업으로 꼽힌다. ‘글로벌X 자율주행&전기차(DRIV)’와 ‘아이셰어즈 셀프-드라이빙 EV 앤드 테크’는 미국에 상장된 자율주행 ETF다. 테슬라, 애플, 인텔, 허니웰, 오토리브 등 자율주행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기업을 담고 있다.

AI 의료 기업에 투자하는 ETF는 △아이셰어즈 이볼브드 US 이노베이티브 헬스케어(IEIH) △로보 글로벌 헬스케어 테크놀로지 앤드 이노베이션(HTEC) △글로벌X 텔레메디신& 디지털헬스(EDOC) 등이 있다. 원격의료, 로봇의료, 의료장비 관련 기업들에 주로 투자한다. ‘아이셰어즈 자동화&로보틱스 UCIT(RBTX)’는 AI 기술을 활용하는 산업 자동화 관련 테마 ETF다. 영국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사이버보안도 AI 기술의 수혜를 볼 업종으로 거론된다. AI 기술이 발달할수록 해킹을 막을 수 있는 기술에 대한 기업들의 수요도 커지기 때문이다. 챗GPT가 출시된 이후엔 AI가 쏟아내는 ‘가짜뉴스’를 걸러낼 수 있는 기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벌써 사내에선 챗GPT 사용을 금지하는 글로벌 기업이 나올 정도다. ‘퍼스트 트러스트 나스닥 사이버보안(CIBR)’ ‘ETFMG 프라임 사이버보안(HACK)’은 사이버보안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ETF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AI 산업은 기업의 진·출입이 잦고 글로벌 기업 간 신기술 경쟁도 치열하기 때문에 개별 ETF의 특성을 잘 따져보고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