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이 하락장에 접어들면서 주택 처분을 놓고 고민에 빠진 사람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런 경우 보유세를 감당할 수 있는지부터 확인해보라고 조언한다. 보유세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주택이라면 당장 가격이 내려가도 팔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보유세가 부담되지만 주택을 팔기엔 아까운 상황이라면 증여나 가족 간 매매를 통해 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부동산 침체…집 팔긴 아깝고 보유세 부담되면 '증여'로 절세

증여로 절세 효과 톡톡

부동산 하락장에서 증여를 활용하면 증여세 자체를 줄일 수 있다. 증여세는 시가를 기준으로 계산돼서다. 올해 초 대부분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에서 비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취득세율이 내려가기 때문에 추가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증여산출세액은 과세표준에 세율을 곱한 뒤 누진공제액을 차감해 구한다. 과세표준은 증여과세가액에서 증여공제 등을 제외해 구한다. 증여공제 한도는 증여자가 배우자이면 6억원, 직계존속 5000만원, 직계비속 5000만원, 기타 친족 1000만원 등이다. 공제 기간은 10년이다. 최초 증여일부터 10년이 지나면 공제 한도가 다시 발생하기 때문에 증여를 나눠서 하면 효율적으로 자산을 이전할 수 있다. 증여세율은 과세표준(1억원 이하~30억원 초과)에 따라 10~50%로 정해져 있다. 누진 공제액 또한 과세표준(5억원 이하~30억원 초과)에 따라 1000만~4억6000만원이다. 증여산출세액에서 세대생략할증세액, 세액공제, 신고불성실·납부지연 가산세 등을 고려해 증여세액을 정한다.

세대생략할증세액은 수증자가 증여자의 자녀가 아니라 직계비속일 때 붙는 금액이다. 예컨대 조부모가 손자·손녀에게 증여하는 사례다. 이 경우 부모가 자녀에게 증여할 때보다 30% 할증된 세율이 적용되지만 장기적으로는 과세 측면에서 유리할 수도 있다. 3대에 걸쳐 조부모와 부모가 두 번 증여하면 세금도 두 번 내야 하기 때문이다.

자산 배분을 위해 며느리나 사위에게 증여하는 방법도 있다. 피상속인이 법정 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은 상속개시일 전 10년 이내에 증여된 것을 상속재산에 합산한다. 피상속인이 며느리 사위 등 법정 상속인이 아닌 사람에게 증여한 경우에는 5년 이내의 사전 증여액만 상속재산에 합산한다.

과도한 저가 매매는 주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을 충족한 1주택자라면 가족에게 싸게 파는 방법도 고민해볼 수 있다. 세대 분리가 돼 있는 자녀에게 저가에 매각하는 것이다. 이 경우 1주택자 비과세 요건을 충족하기 때문에 양도세를 아낄 수 있다. 자녀는 명의 이전에 따른 취득세만 내면 되고 무주택자라면 취득세율도 낮아진다. 이때 자녀의 자금 출처를 소명해야 한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아울러 가족 간 부동산 거래도 적정한 가격선에서 이뤄져야 탈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거래가가 시가보다 30% 이상 또는 3억원 이상 낮으면 증여세가 과세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시가 11억원인 아파트를 9억원에 거래하면 시가와 거래가 차액은 2억원이다. 이는 시가의 30%(3억3000만원) 범위 안에 있고, 3억원을 넘지 않기 때문에 증여세 과세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거래가액이 7억원으로 시가와 4억원 차이 나면 얘기가 달라진다. 시가의 30%는 물론 3억원 이상 차이 나 증여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시가와 거래가 차액인 4억원에서 시가의 30%(3억3000만원)와 3억원 중 적은 금액(3억원)을 뺀 1억원에 대해 증여세를 매긴다. 시세를 알 수 없는 주택은 감정가액, 유사 자산의 매매 가액 등으로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