强달러·수요 둔화 우려 속에 하락한 원유[오늘의 유가]
국제유가가 달러 강세 흐름과 경기 둔화에 의한 수요 부진 우려 등으로 하락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83센트(1.17%) 하락한 배럴당 70.0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 역시 전거래일(74.98달러)보다 하락한 배럴당 74.17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한 주간 유가는 1.82% 하락해 4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4주간 하락률은 15.12%에 달했다. 이 같은 4주간 하락률은 지난해 12월 9일로 끝난 주간 이후 최대치다. 4주 연속 하락한 것도 지난해 9월 23일로 끝난 주간 이후 가장 오랜 기간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추가 긴축 우려가 유가 하락세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미셸 보먼 중앙은행(Fed) 이사는 "최근의 지표가 물가 압력이 완화되고 있다는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추가로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여기에다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이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인플레이션이 예상만큼 빠르게 내려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자극한 것이다. 미국 미시간 대학이 발표한 5년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은 3.2%를 기록해 전월 3.0%보다 높아졌다. 이는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소비자들이 예상하는 미래의 물가 상승률이 높아지면 이는 실제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Fed가 주목해온 지표 중 하나다. 단기 기대 인플레이션인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4.5%로 전월의 4.6%보다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지만 시장의 예상치(4.4%)보다 높았다. 1년 후에도 소비자들은 물가상승률이 Fed의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强달러·수요 둔화 우려 속에 하락한 원유[오늘의 유가]
달러화 가치는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에 따라 오름세를 보였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ICE 달러지수는 전날보다 0.12% 오른 102.664 수준에서 거래됐다. 이는 지난 4월 10일 이후 최고치다.

원유 시장 투자자들은 미국 정부와 의회의 부채한도 협상과 미 중소은행 줄도산에 의한 은행권 불안, Fed의 거듭된 긴축적 기조 등이 향후 경기에 불확실성을 가중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ING의 워런 패터슨은 보고서에서 "시장의 원유 매도세는 최근 몇 주간 가라앉지 않고 있다"며 "거시 환경에 대한 우려로 인해 부정적 심리는 더욱 커지고 있고, 이는 결국 석유 수요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제 마진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향후 원유 수요세에 대한 의구심을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제 마진 약세는 러시아산 정제 제품 흐름이 탄탄히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또 아시아에서도 중국의 정체 수출이 강세를 유지하는 등 공급 측면의 요인들에 의해 정제 마진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