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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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소비가 둔화하는 가운데 커피 원두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이상기후로 인해 커피 원두 생산량이 급감해서다. 전쟁으로 인해 비료비용도 급격히 치솟아 커피 원두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12일(현지시간)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로부스타 원두 선물(7월물) 가격은 250자루(1만 7000㎏)당 2432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39달러(1.63%) 상승했다. 로부스타 원두 도매가격은 t당 2600달러 수준으로 12년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아라비카 원두 선물(7월물) 가격은 250자루당 182.85달러로 전날 대비 0.15달러(0.08달러) 하락했다. 아라비카 원두는 품질이 좋고 향미가 우수해 커피 전문점에 납품된다. 로부스타 원두는 대량생산이 가능한 품종으로 주로 인스턴트 커피 원료로 쓰인다.
이상기후에 원두값 폭등하자…'커피 한 잔'도 비싸졌네 [원자재 포커스]
로부스타 원두 가격이 치솟자 인스턴트 커피 가격도 덩달아 뛰었다. 유럽 최대 커피 시장인 독일에선 지난달 인스턴트 커피 가격이 전년 대비 19% 상승했다. 커피 원두 가격은 7.3% 올랐다. 아라비카 원두 가격 상승세가 둔화했지만 로부스타 원두 가격이 급등하며 커피 원두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로부스타 원두 최다 생산국인 베트남에서 작황이 부진하며 공급량이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비료비용이 치솟았다. 러시아는 비료 수출 세계 1위 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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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료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베트남 농민들이 커피 대신 아보카도와 두리안 등 수익성 높은 작물을 경작한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베트남 커피 원두 작황은 4년 만의 최소치를 기록했다.

베트남 관세청이 검역과 방역 수준을 강화한 탓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베트남의 커피 원두 수출량은 16만 3607t으로 전월 대비 22% 감소했다. 1~4월 커피 수출량은 전년 대비 5.5% 감소한 71만 6580t으로 집계됐다.

로부스타 원두 2위 생산국인 브라질에선 가뭄으로 인해 수확이 저조한 상태다. 지난주 브라질 남동부 미나스제라이스 지역에선 하루 평균 시간당 0.4㎜ 강수량을 기록했다. 평년 대비 6%에 불과했다. 세계 3위 생산국인 인도네시아에선 잇따른 폭우로 인해 커피 원두 생산량이 줄어들 전망이다.

올해 엘니뇨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며 커피 작황은 더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엘니뇨는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황이 5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지구 기온이 오르고 남반구에는 가뭄을 유발한다. 미국 기후 예측센터는 8~10월 엘니뇨가 나타날 확률이 74%라고 점쳤다.

커피 거래업체인 볼 카페는 올해부터 내년까지 로부스타 원두 시장에서 공급량이 560만 자루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네시아 커피 수출산업 협회도 올해 폭우로 인한 피해로 공급량이 전년 대비 20%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부스타 가격은 올해 계속 상승할 전망이다. 소비 침체로 인해 고급 커피 대신 인스턴트 커피 수요가 증가할 거란 이유에서다. 주디스 게 린스 원자재컨설턴트는 "고가 커피에서 저가 커피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며 "작년보다 수출량이 증가해도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