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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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매출 1000억원의 물류기업 A사는 항만배후단지에서 운영 중인 사업의 투자를 확대하려다가 최근 골머리를 앓았다. 투자를 확대하려면 이를 항만배후단지개발계획은 물론 경제자유구역개발계획에 반영해야 하는데, 이 협의 과정이 길어지면서 투자 집행에 차질을 빚은 것이다. 투자를 늘리고 싶어도 규제에 가로막혀 옴짝달싹 못 하게 된 것이다.

정부가 앞으로는 A사처럼 항만배후단지 사업 투자에 차질을 빚는 사례가 없도록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신속한 투자 집행이 가능하도록 경제자유구역 개발계획 변경 절차를 개선하기로 한 것이다.

규제혁신추진단과 해양수산부는 이런 내용의 '항만물류분야 규제 합리화를 통한 수요자 편의 증진 방안'을 15일 공개했다. 추진단은 지난해 9월부터 항만물류협회, 해운대리점협회, 사료협회, 항만이용자협회, 항만배후단지물류협회, 관련 연구기관 등 폭넓은 수요자 의견수렴을 통해 과제를 발굴했다. 해수부, 법무부, 산업통상자원부, 관세청 등 4개 부처와 함께 개선안을 마련했다.

"민간 투자 촉진"

이번 개선안은 항만·배후단지, 입·출항, 선·하역 등 3개 분야의 8개 과제로 구성됐다. 항만·배후단지 분야에선 오는 7월 경제자유구역 개발계획의 변경 절차를 개선해 항만개발계획의 불일치를 해소하고, 이를 통해 민간 투자 촉진에 나선다. 추진단 관계자는 "그간 항만배후단지 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항만개발계획과 별도로 경제자유구역 개발계획을 변경하는 데 기업들이 들였던 절차적 부담과 비용이 대폭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추진단은 또 항만구역 내 친환경 에너지 관련 시설의 설치 근거를 명확히 하도록 올해 하반기 항만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항만구역 내 수소·암모니아 인수·저장시설, 암모니아를 활용한 수소제조시설,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관련 시설을 개발하려면 항만법상 근거 조문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요구에 따른 것이다.

앞서 추진단은 지난 3월 해수부가 관리·운영하는 해운항만물류정보시스템과 관세청의 통관 관련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도 높였다. 관련 데이터를 정부출연연구기관, 물류 관련 대학, 관련 벤처기업·빅데이터 분석기관 등에 공유해 활용도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각종 신고 절차 간소화

입·출항 분야에서는 오는 12월부터 광학문자인식기술(OCR)을 활용해 선박 입·출항 신고서류 입력 방식을 간소화하도록 했다. 민원인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신고오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지난 3월에는 여수·광양항 등 인접 항만 입출항 때 계속해서 신고를 반복해야 했던 번거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신고 절차를 간소화했다. 또 항로·정박지·선석이 적절한 수심을 유지하도록 항로 등 수심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준설 필요 지역을 신속히 파악하고, 적기에 준설을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 민간 준설 공사 허가 기간은 현행 20일에서 14일로 단축해 수출입 선박이 원활하게 항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선적·하역 분야에서는 항만별 취급 물동량을 고려한 항만 급지 구분 및 검수 사업 등록기준 인원 조정으로 검수 시장 질서를 안정화할 계획이다. 현재 검수업 등록기준은 항만 급지별로 차등을 두고 있지만, 취급 물량 등 여건에 맞지 않는 상황이다.

또 대형선 입항이 가능한 평택·당진항 양곡 부두의 증설 여부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현재 항만별 접안 능력 차이에 따라 대형 양곡선은 평택·당진항 등 접안 능력이 높은 양곡 부두에 1차 접안 후 군산항, 인천항 등에 2차 하역하고 있다. 업계에선 양곡 물류의 효율적인 처리를 위해 대형 양곡 부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추진단은 평택 당진항, 인천항, 군산항 등 주요 항만에 대한 양곡수요 전망치, 운영사 여건, 접안능력·항로, 양곡선 전망, 체선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오는 12월께 평택·당진항 양곡 부두의 증설을 검토한다는 구상이다.

추진단 관계자는 "항만배후단지, 수출입기업, 해운선사 대리점 등이 겪는 불편을 해소하겠다"며 "앞으로도 항만물류분야 규제 합리화를 통한 수요자 편의 증진을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