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수세가 살아나는 가운데 강남권 소형과 동작·영등포 등의 초대형 주택이 가격 오름세를 주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실수요자를 위한 대출 지원을 확대하면서 상급지로 옮겨 가거나 지역 내에서 면적을 키우는 이른바 ‘갈아타기 수요’가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이후 이달 둘째주까지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 집값은 0.02%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주택형별로 분위기는 사뭇 엇갈렸다. 전용 40㎡ 이하의 초소형 주택부터 전용 85㎡ 이하 중소형 주택은 가격이 오른 반면 전용 85㎡를 초과한 대형 주택은 가격이 내려갔다.

서울 집값, 강남 소형이 '끌고' 동작 대형이 '밀고'
면적별로 40~60㎡ 주택형이 이 기간 0.15% 올라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국민주택형’으로 불리는 60~85㎡도 0.09% 상승했다. 원룸 등으로 분류되는 40㎡ 이하 초소형도 0.03% 상승했다. 반면 전용 135㎡ 초과는 0.25% 하락했다. 전용 85~102㎡는 -0.19%, 102~135㎡ 역시 -0.03%로 부진했다.

고가 주택은 중소형 면적대를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했다. 송파구에선 잠실엘스 전용 59㎡가 지난 6일 18억원(25층)과 17억5000만원(24층)에 각각 손바뀜했다. 올 1월 15억원(12층)까지 떨어졌던 가격이 2억~3억원 올랐다. 강남구 대표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 전용 76㎡도 21억300만원에 거래되며 1월에 비해 3억원 넘게 뛰었다.

서초구에선 지난달 서초동 우성아파트 전용 57㎡가 11억9000만원(1층), 반포동 반포래미안아이파크 전용 59㎡가 21억5000만원(6층)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양천·강서·구로·금천·영등포·동작·관악이 포함된 서남권 초대형 주택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지난달 이후 서남권 전용 135㎡ 초과 주택은 0.43% 올랐다. 서남권 전체 가격 변동률이 -0.67%였던 것을 고려하면 말 그대로 초대형 주택의 ‘나 홀로 상승’이 눈길을 끈다. 이 지역에서 전용 40㎡ 이하, 40~60㎡ 주택은 각각 0.89%와 0.87% 빠졌다.

동작·영등포 등 강남과 인접한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 내에서 큰 주택으로 갈아타는 수요가 많았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동작구에선 이수힐스테이트 전용 133㎡가 19억7000만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경신했다. 영등포구에서 여의도자이 전용 125㎡와 한솔솔파크 전용 93㎡ 등이, 구로구에서는 신도림e편한세상 4차 161㎡ 등이 신고가로 손바뀜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비강남권에선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면적을 넓혀 가려는 실수요가 많아졌다”며 “절대가격이 높은 강남은 타지역에서 초소형 위주로 매수세가 붙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